판매장려금 ‘인상’… “영업활성화 명분 출하자 부담 전가”

지난 17일 위탁수수료 수입의 1,000분의 200(기존 1,000분의 150) 범위에서 중도매인에게 장려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지급비율을 올리는 내용을 담은 ‘서울시농수산물도매시장 조례’ 개정안이 입법예고 됐다. 서울시의회 박양숙 의원(더불어민주당. 성동구)이 대표발의한 해당 조례 개정안은 중도매인의 영업활성화를 위해 장려금 지급비율을 인상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번 조례 개정안은 기존 장려금 지급 관행에서 꾸준히 지적되어온 출하자 농업인과의 형평성 문제를 전혀 감안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분산주체 일방에 대한 노골적인 특혜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어 반발이 예상된다.


출하농가 수수료로 중도매인 배불리기?

서울시농수산물도매시장 조례 제8조는 “(도매시장)법인은 도매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하여 출하자 및 중도매인에게 각각 위탁수수료 수입의 1,000분의 150의 범위에서 장려금을 지급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해당 조례에 따르면 장려금은 “지급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다. “지급해야 한다”가 아니다. 일부 지자체의 조례에서는 장려금 관련 조항이 없는 곳도 있지만, 그럼에도 장려금은 의무조항처럼 지급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상위 법률인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이하 농안법)에서는 장려금 관련 조항을 다루고 있지 않다.

장려금의 지급주체는 도매시장법인. 장려금의 근원은 출하자 농업인이 부담하는 위탁수수료다. 도매시장법인 수익의 근간인 위탁수수료는 100% 출하자 농업인 부담이다. 그럼에도 조례 개정안은 중도매인에게 지급되는 판매장려금 지급 상한만을 인상하려 하고 있다.

입법예고안(서울특별시의회 공고 제2016-25호)에 따르면 “중도매인 영업활성화”를 개정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중도매인의 수익원은 판매마진이다. 공영도매시장 중도매인 영업활성화의 기본은 분산기능을 특화시켜 다양한 판로를 통해 중간이윤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것이 공영도매시장 중도매인의 기능과 역할이며, 중도매업의 본분이다.

일부 중도매인의 전대행위와 이를 통한 장려금 편취 등은 시장 내에서 공공연한 비밀로 회자되고 있다. 그럼에도 장려금을 더 줘야 영업활성화가 될 수 있다는 비논리는 반박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급변하는 유통환경 속에서 공영도매시장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분산기능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인수․합병 등 중도매인 규모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서울시의회의 자료에 따르면 2014년을 기준으로 가락시장에서 청과 및 수산부류 중도매인(1,787명. 2015.5월말 기준)에게 지급된 판매장려금은 207억4,500만원에 달한다. 2014년 기준으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서울시의회 업무보고 자료에 기록한 중도매인 숫자는 1,787명. 중도매인 1인당 1,160만원의 장려금을 받아간 셈이다.

기존 1,000분의 150이 지급 상한인 상황에서도 1년에 200억원이 넘는 금액이 중도매인 판매장려금으로 지급됐다. 이는 모두 출하자 농업인의 위탁수수료를 통해 마련된 금액이다. 반면 같은 기간동안 출하자 농업인에게 지급된 출하장려금은 127억2,400만원. 판매장려금의 60%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출하자는 가락시장에 등록된 인원만 20만 명에 가깝다. 우리나라 농정의 성공사례로 꼽히는 공영도매시장. 이 곳에서 판매장려금과 출하장려금의 수준을 비교할 때 과연 형평성을 논할 수 있는 수준인지 의문이다.

   “전국 도매시장 조례 대부분엔 상한기준 없어”

법제처가 운영하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의 자치법규 가운데 도매시장의 운영에 관한 조례 및 조례시행규칙은 모두 39건. 이 가운데 장려금의 지급상한을 규정하고 있는 지자체는 서울과 전주. 2곳 뿐이다.

서울시농수산물도매시장 조례는 현재 1,000분의 150을 상한으로 명시하고 있다. 전주시농수산물도매시장 관리운영 조례는 1,000분의 145를 규정하고 있다. 두 곳 모두 현재까지는 출하장려금과 판매장려금을 동일하게 규정하고 있다.

도매시장의 운영에 관한 조례 및 조례시행규칙이 규정하고 있는 장려금 관련 조항은 “도매시장법인은 도매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하여 출하자와 중도매인에게 장려금을 지급할 수 있다.”가 대부분이다.

장려금 관련 조항은 있지만, 지급상한을 명시하지 않은 지자체는 구리시, 광주광역시, 김천시, 대전광역시, 수원시, 안산시, 안양시, 익산시, 진주시, 창원시, 천안시, 청주시, 충주시, 포항시 등 14곳.
이밖에 구미시, 대구광역시, 부산광역시, 순천시, 안동시, 인천광역시, 정읍시, 울산광역시 등 8곳은 도매시장 조례 및 조례시행규칙에 장려금 관련 조항이 아예 빠져있거나 삭제됐다. 특히 인천광역시의 경우 지난 2014년에 관련 조례 및 조례시행규칙을 개정하면서 관련 조항을 삭제한 바 있다.

당시 인천광역시 관계자는 “상위법인 농안법에는 장려금 관련 내용이 없고, 또 장려금은 시장 내부에서 유통주체들이 협의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조례에서 삭제해도 문제될 것이 없다” 고 밝힌 바 있다. 더욱이 “장려금 지급과 관련된 것은 도매시장법인 고유의 영업방식인데 조례로 이를 규정한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라는 도매시장 관계자의 발언이 보도된 바 있다.

  “일본, 과도경쟁 및 재무건전성 악화시 장려금 금지”

서울시의회의 판매장려금 상한선 인상은 지난 2014년부터 시도되어 왔다. 2014년 2월 21일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가락시장 내 6개 도매시장법인(서울청과, 중앙청과, 농협공판장, 동부팜청과, 한국청과, 대아청과) 이사들을 소집해 긴급회의를 개최했다.

당시 긴급회의 안건이 판매장려금 인상에 대한 상한선을 묻는 자리였다. 회의에 참석했던 6개 도매시장법인 이사들은 당시 회의에서는 의견을 제출하지 않았다. 그러자 서면을 통한 의견서 제출을 요구받았고, 회의를 주제했던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현행 장려금(1,000분의 150) 지급 금액과 1,000분의 300에 대한 판매장려금 추정액을 산정해 서울시의회에 제출한 바 있다.

서울시의회의 판매장려금 인상 시도와는 달리 일본의 동경도 중앙도매시장의 경우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동경도 중앙도매시장의 장려금 관련 조례 및 규칙을 살펴보면 서울시도매시장 조례 및 조례시행규칙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 나타난다.

우선 일본의 장려금은 우리와 성격이 다르다. 거래대금을 완납했을 때 지급되는 인센티브 개념으로 거래금액의 1,000분의 10 이내를 상한으로 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판매장려금은 일부 중도매인 단체 및 조합의 입김에 의해 종종 논란이 되어 왔다.

특히 일본의 사례가 우리와 다른 점은 도매업자가 완납장려금을 주기 위해서는 사전에 개설자에게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개설자는 도매업자가 완납장려금을 지급하기 위한 사전 승인을 요청했을 때 △도매업자간 과도 경쟁에 의한 폐해가 생길 우려가 있을 경우 △도매업자의 재무건전성을 해치거나 또는 도매업무의 적정하고 건전한 운영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승인하지 않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

이번 조례 개정안에 대해 당사자인 가락시장 도매시장법인들이 반발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적정하고 건전한 운영을 저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농안법이 규정한 위탁수수료 상한은 7%. 그러나 가락시장의 경우 4% 수준의 위탁수수료를 받고 있다. 여기에 조례 개정안대로 1,000분의 200의 판매장려금을 지급해야 할 경우 약 30% 이상의 추가 장려금 부담이 생기게 된다. 그럼 단순계산만으로도 도매시장법인 1곳당 10~12억원 정도의 추가비용 발생을 예상할 수 있다.

이 경우 위탁수수료 인상안이 거론될 여지가 발생한다. 지금까지 가락시장 도매시장법인의 경우 수익성에 있어서는 안전지대로 치부되어 왔다.

그러나 판매장려금 지급 상한이 인상될 경우 출하장려금과의 형평성 문제는 더욱 불거질 것이고, 결국 위탁수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가락시장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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