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시내 볼 일을 보러 나가려면 구불구불한 산길 3km정도를 나와 동해항 입구까지 연결된 자동차전용도로 대략 7km 구간을 운전해야 됩니다. 산길이야 워낙 구불구불해 조심조심 핸들을 돌리지만 자동차전용도로는 왕복 4차선 도로에다 차량통행이 거의 없어 저절로 가속 페달을 밟게 됩니다. 낮에는 속도감을 즐기면서 달릴 수 있지만 밤이 문제입니다.

아무 생각 없이 그대로 달리다가는 언제 튀어나올 지 알 수 없는 산짐승과 충돌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하기야 낮에도 도로에 선혈이 낭자할 때가 있고 더러는 아직 치우지 못한 동물의 사체가 널브러져 있는 걸 볼 때는 마음이 편칠 않습니다. 고라니나 멧돼지는 덩치가 있는 지라 자칫 큰 교통사고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더 주의가 필요합니다.

도심 주택가에도 멧돼지의 출몰로 주민들이 놀라는 일이 심심치 않게 보도되는 것을 보면 현재 실시되고 있는 자연보호 정책이 뭔가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사실 삭정이를 주어오기 위해 뒷산을 오르는 일도 마음 놓고 하지 못하는 건 혹시나 멧돼지와 마주칠까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니 이래서야 보호받아야 할 주체가 누군지 모호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개체 수는 늘어나고 먹이는 부족하니 영역을 벗어나 민가로 내려오는 일이 빈번해지는 상황에서 인적 물적 피해가 발생하고 나서야 포수를 동원하고 난리를 치는 일이 계속되는 한 앞으로 점점 더 문제가 심각하게 발생될 여지가 많은 게 현실입니다.

어쩌다 저녁 무렵 시내로 나갈 일이 있게 되면 가고 오는 길이 더욱 조심스럽습니다. 해가 이미 산그늘로 사라지고 어둑어둑할 때가 로드 킬이 빈번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산길 도로라고는 하지만 아스팔트로 포장된 도로라 속도를 올릴 수도 있는 상황에서 너구리나 족제비 같은 작은 동물들을 미처 보지 못하고 칠 수도 있고, 때로는 멧돼지도 도로까지 나와 있는 경우도 있어 놀라게 됩니다. 차에 앉아 멧돼지를 만나는 일은 아주 드물기는 하지만 그래도 덜컥 겁이 나게 마련입니다. 시력이 극히 나쁘다고 알려진 돼지가 혹이나 미련스럽게 달려들기라도 하면 대처할 방안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지만 대개는 돼지가 놀라 먼저 산으로 줄행랑을 치니 그저 겁난 마음을 진정시킬 따름입니다.

고라니가 뛰는 모습을 보면 높이뛰기 선수가 따로 없을 정돕니다. 대략 2미터 내외의 울타리는 가볍게 점프해서 넘어 다니니 도로에 설치된 분리대를 타넘는 일이야 식은 죽 먹기 일거고 더욱이 지 빠른 줄만 알고 자동차가 빠른 줄 모르니 로드 킬을 당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사실 갑자기 고라니 같은 대형동물이 눈앞에 나타나면 급브레이크를 밟게 되고, 이로 인해 사고가 발생됩니다.

 동물을 치지 않기 위해 핸들을 꺾으면 사람이 다치게 되고 그렇다고 동물을 그대로 친다 해도 사고가 발생하니 그저 조심조심 과속하지 않으면서 상황에 대처하는 게 상책입니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이란 게 어디 그렇습니까. 통행량이 극히 적은 곧은 도로에서 규정 속도를 지키면서 달린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조심하는 마음 없이 그저 내달리다가 급브레이크를 밟아 본 경험이 있는 저로서는 밤이나 낮이나 조심조심 운전하게 됩니다.

이곳보다 더 산골짜기에 사는 이들은 겨울 함박눈을 기다린다고 합니다. 눈이 1미터 정도 내리면 아무리 날쌘 동물들이라 하더라도 쉽게 움직이기가 어려워 동네 모든 이들이 포위망을 구축해 몽둥이나 사제 활, 창 등을 이용해 갇힌 동물들을 잡는데 역시 멧돼지는 힘겹다고 하더군요. 사실 이런 방식으로 동물을 잡는 것은 현행법 위반이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다른 대안이 없으니 관계기관도 눈감아 줄 수밖에 없을 겁니다.

자동차도로에 나와 죽음을 당하든 주민들에 의해 사냥을 당하든 산짐승들에게 겨울은 혹독한 계절임에 틀림없습니다. 사람들도 힘들고 짐승들도 힘든 현 제도 하에서 어떻게 상생할 방안을 강구하느냐가 정책당국의 할 일입니다. 보다 정교하고 현실성 있는 정책을 세워 모두가 행복한 삶을 누리도록 만드는 일이야말로 우리가 바라는 진짜 정책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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