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조작이란 게 가만히 들여다보면 아주 무서운 행위입니다. 창조된 모든 생명은 자연의 섭리에 따라 태어나 자라고 사멸하게 되는 게 원칙이건만 인간이 이런 규칙을 제멋대로 조작해서 입맛에 맞춰 신의 영역마저 침범하니 그 결과가 어떻게 될까 두려울 따름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신경을 쓴다 해도 완전하게 GMO식품을 피할 수가 없는 게 오늘의 현실입니다. 늘 대하는 장류나 콩류, 과자, 채소, 각종 소스 등 공산품을 들여다보면 어딘가에 GMO재료가 혼합돼 있음에도 무심히 지나치고 있기 때문에 모르고 먹을 뿐입니다. 먹거리 X 파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모 종편에서 일전에 방송한 내용이 100퍼센트 옳다고 가정해서 바라보면 세상에 안심하고 먹을 거라곤 없어 보입니다. 유명하다는 초당두부도 국산 콩으로 제조하는 이가 없다니 어이가 없을 지경입니다. 처음부터 수입 콩이라고 밝히고 장사를 했다면 이렇게 실망하지는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제가 살고 있는 동해에서 강릉까지는 비교적 가까운 거리고, 지인도 있어 가끔 강릉으로 나가 수많은 초당두부 집중에서도 특별히 잘한다는 집을 찾아 먹곤 했는데 그 집들이 전부 엉터리라고 방송을 탔으니 먹었던 두부가 목구멍으로 다시 올라올 판입니다.
GMO작물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는지는 현재로서는 그저 추측만 할 뿐이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좋을 리가 없으리라는 건 자명한 이치입니다.

산업혁명으로 자본가가 세상을 지배하는 최상위 계층으로 군림하는 게 당연한 시대에 노동자들의 노동력을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해 개발된 화학적 합성품이 소위 ‘히로뽕’이라고 불렸던 ‘필로폰’이었습니다. 각성효과가 탁월해 밤샘작업을 해도 끄떡없으니 자본가가 보기에는 세상에 이렇게 좋은 약품이 어디 있겠나 싶었을 겁니다. 체력과 나이에 맞게 소진돼야 할 신체리듬이 약품에 의해 순식간에 최고조에 달했으니 그 상태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었겠습니까. 오로지 생산능력을 올리기 위해 지급됐던 필로폰은 결국 노동자들을 중독 상태로 만들고 이로 인한 폐해는 오늘날까지도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정도로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겁니다.

GMO작물이 과연 필로폰과 같은 길을 걷게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거대 다국적 곡물회사들에 의해 행해지는 이런 행위가 결코 올바른 행위라고는 여겨지지는 않습니다.
러시아에서는 GMO작물을 재배·판매·수입하는 행위 자체를 테러리스트로 규정지을 정도로 엄격하게 금지되고 있다고 하는데 이는 GMO를 대하는 태도가 어떠한 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몬산토’사가 비밀리에 폴란드에서 재배하던 GMO옥수수 재배단지가 당국에 적발돼 완전 소각되고 추방된 사건은 정부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입니다.

2013년 한국인 1인당 평균 연간 GMO 식품 소비는 38kg(미국민의 절반 수준)에 달하고, 1인당 식용 GMO 수입은 미국 다음이며 사료곡물을 포함한 세계 제2위의 GMO 수입국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알고 있는 이들이 거의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농업이 제대로 대우받고 있는 유럽연합이 왜 GMO 작물을 단지 0.9%라도 함유돼 있으면 반드시 제품에 표시해서 소비자가 알 수 있도록 조치하는 지를 생각해야 됩니다. 일부 국가에서 이미 GMO 쌀과 밀, 사과, 토마토, 바나나 등이 개발 상용화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만 우리 정부까지도 GMO 쌀을 개발하겠다고 농진청 내에 GMO사업단을 만들겠다고 나서니 이런 정책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GMO 재배 보급으로 슈퍼 곤충과 슈퍼 잡초가 나타나고, 이걸 또 잡겠다고 독성이 강화된 농약과 제초제 등이 개발 사용돼 생태계가 파괴되고 악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음에도 오로지 거대기업에 의한 탐욕으로 인해 고리를 끊지 못하는 현실에서 미래를 그리기란 쉽지 않습니다. 내 손으로 길러 내가 먹는 방법이 가장 믿을 수 있는 방법이지만 모든 식재료를 그렇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친환경 유기농 확산만이 현재 우리와 미래 세대의 건강을 담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고 그렇게 정책이 펼쳐져야 마땅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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