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는 습관적으로 담배를 빼 물었지만 농촌에서는 고된 일 중간 중간에 밭두렁에 앉아 담배 한가치 불을 붙여 한 모금 빠는 즐거움이야말로 그 무엇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제 나이 20세 무렵에 담배를 배워 60이 넘을 때까지 담배를 피웠으니 흡연력이 무려 40년이 넘은 셈입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담배를 피우는 일은 그야말로 심심초로 시작했다 결국 헤어 나오기 힘든 수렁 속으로 빠져드는 마약중독이나 진배없는 행동입니다. 그렇다고 흡연이 몸과 마음을 피폐시키는 원흉이라고 스스로 단정 짓지 못하는 것은 아직도 담배에 대한 유혹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하기야 40년이 넘도록 온갖 아전인수식 사례들을 열거하면서 흡연의 당위성을 강조하다가 어느 날 단칼에 담배와 인연을 끊었으니 몸은 아직도 담배를 그리워할 밖에 도리가 없을 겁니다.

도회지 아파트에서는 담배 한 대 피우려면 밖으로 나와 급하게 피우고는 또 냄새 없앤다고 단지 한 바퀴 돌다 들어가는 불편을 감수해야만 했지만 이곳으로 온 후로는 누구 눈치 볼 것 없이 마음 놓고 피울 수 있으니 천국이 따로 없을 정도였습니다. 별도로 재떨이를 마련할 필요도 없이 그냥 땅에다 비벼 끄고 쓰레기봉투에 던지기만 하면 되니 몇 년 동안 담배꽁초가 쓰레기봉투를 채우는 주요 자원일 정도였으니 얼마나 마음껏 많이 피워댔는지 제가 생각해도 좀 지나칠 정도였습니다. 좋은 시골공기에 공해를 내뿜는다고 잔소리하는 집사람의 말쯤이야 지나가는 중의 염불소리 정도로 치부하면서 피워대던 담배를 끊기로 결심한 것은 이런저런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집사람의 건강문제도 고려하고 어쨌든 이제는 늙고 힘없는 노인으로 내닫고 있는 나이도 생각해 금연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차에 담뱃값 100% 인상이라는 외부적 요인까지 생기니 더 생각할 여지없이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금연클리닉의 문을 두드렸던 겁니다.

새해가 시작되면 으레 내거는 마음 속 결심들은 작심삼일로 끝나기가 일쑤였던 탓에 외부의 힘을 빌리고 세상에 공표해야 실행에 옮길 가능성이 높아지게 됩니다. 다행히도 담뱃값이 오른다고 미리 사재기를 하지 않았기에 이것만 피우고 끊어야지라는 유보상황이 차단됐고, 담배를 구입할 수 있는 상점도 일부러 차를 타고 나서지 않으면 없는 곳이라 시작은 순조로웠습니다. 처음 며칠간은 정말 참기 어려워 쓰레기봉투를 뒤져 꽁초에 불을 붙이기도 할 정도였으니 담배를 끊는 일은 자신과의 끊임없는 싸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쨌든 이런저런 위기를 겪으면서도 1월에 시작한 금연이 어느덧 연말에 도달하니 금연이 반쯤은 성공한 셈이라고 여겨집니다. 주위의 말을 들어보면 10년을 끊어야 완전히 끊은 거라고 하긴 합니다만 그래도 근 1년여를 버텼으니 그만하면 대단한 거지요.

문제는 담배를 끊고 나타나는 금단증상입니다. 한참 추울 때 시작했고 그해 첫 농사를 시작해야만 하는 정신없는 봄철과 극심한 가뭄으로 물까지 퍼 날라야만 될 정도로 몸이 고달팠었고, 생인발을 앓으면서 추수를 해야만 했던 고된 노동의 연속이었음에도 희한하게도 배가 나오기 시작했다는 사실입니다.
담배를 끊고 입이 궁금해 사탕이나 은단 따위들을 달고 다니고 밥 먹는 양도 도회지에 살 때보다 늘어났으니 당연히 몸무게는 늘겠지만 고된 노동에도 배가 나오니 이 일을 어쩌면 좋겠습니까. 담배를 피우면서 일했을 때보다 배로 일을 해야 이 문제가 해결될는지 답답한 노릇입니다.

한번 나온 배가 쉽사리 들어가지 못하는 것은 분명 제가 건강관리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제 손으로 키운 채소와 몸에 좋은 곡물들만 골라 섭취한다 해도 과하거나 부족한 부분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생각지 않고 그저 내가 농약 안 치고, 화학비료 안 줬으니 아무 문제없을 것이라는 생각도 재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헉헉거리며 힘들게 살아온 도회지를 떠나 안빈낙도하리라는 의지도 식생활을 비롯한 생활습관을 어떻게 꾸려나가느냐에 따라 결과가 다를 수 있음을 새삼스레 느끼게 됩니다. 1km쯤 떨어진 동네 운동기구까지 걸어가기 귀찮아 배를 불렸으니 누굴 탓하겠습니까. 다시 마음을 다잡아 흐트러진 자세를 바로 잡아야만 이 문제가 해결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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