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청과동 우선 시공… 관리동은 ‘나중에’

가락시장 시설현대화 사업은 롤링(Rolling 순환재건축) 방식. 지난 2007년 재건축을 완료한 일본 삿포로 중앙도매시장의 순환재건축 방식이 원형이다. 그러나 가락시장 시설현대화 사업이 삿포로 중앙도매시장의 형식을 차용하고 있지만, 그 내용에 있어서는 큰 차이를 드러내며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본지는 한국농수산물도매시장법인협회와 소속 회원사 및 자문위원단과 함께 삿포로 중앙도매시장의 도매시장 시설현대화 사업을 점검해 봤다.

일본 열도의 가장 북쪽에 위치한 홋카이도의 중심도시인 삿포로시. 이곳에 위치한 삿포로 중앙도매시장은 남한과 비슷한 면적의 홋카이도를 대표하는 농산물 유통거점이다. 부지면적은 12만9,748㎡(약 4만평)에 건축연면적은 13만4,631㎡(약 4만800평). 청과도매법인으로는 마루카삿포로청과㈜와 삿포로호쿠렌청과㈜ 두 곳이 있으며, 27개 중도매회사와 521명의 매참인(451명)과 매출인(매매참가인. 70명)이 있다.

1959년 건설된 삿포로 중앙도매시장은 30여년이 지나면서 시설이 노후화되고 시장면적에 비해 거래물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전면적인 재건축이 추진됐다. 이전 또는 재건축에 관한 논의가 진행된 끝에 시장 유통주체들의 상권 유지에 대한 집착이 재건축을 이끌어 냈다.
삿포로 중앙도매시장의 재건축 기본계획은 △거래물량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시설정비와 물류동선 △날씨에 좌우되지 않는 작업환경 조성 △정보, 물류, 환경, 위생 등에 맞는 시장 기능 고도화 및 경제성 높은 시설건축이다.

1996년 6월에 입주상인, 개설자 등으로 도매시장 정비위원회가 구성됐고, 이 곳에서 정비계획을 수립하는 등 중요사항들이 결정됐다. 이후 1997년 6월 롤링방식에 따른 재정비 기본구상이 책정됐고, 1999년 8월 입체주차장 착공으로 재건축의 첫 삽이 떠졌다. 이후 ‘수산동’ → ‘청과동’ → ‘관리센터’ → ‘천정공사’ → ‘폐기물 집적소’ → ‘외부공사’ 순으로 2007년 2월에 완성됐다.
재건축의 핵심인 수산동은 2001년 8월~2003년 12월까지 2년 4개월이 걸렸고, 청과동은 2004년 11월부터 2006년 2월까지 1년 9개월이 소요됐다. 관리센터의 경우 재건축의 마무리 단계인 2006년 착공해 같은해 9월에 완공됐다.

가락시장 시설현대화 사업은 전혀 다른 순서로 진행 중이다. 가락시장의 우선순위는 관리동과 소매시설(가락몰). 재건축 사업의 진행순서는 목적에 기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가락시장의 사업순서는 어떤 목적에 따른 것인지 의문이다. 그나마도 공실률이 80%에 달하는 관리동과 가락몰 입주를 거부하는 직판상인의 모습이 무관하지는 않아 보인다.

삿포로 중앙도매시장의 경우 직판상인들은 장외시장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 삿포로 중앙도매시장 외부구역에 별도로 위치하고 있으며, 수산과 청과직판이 ‘장외시장’이라는 간판아래 공동상권을 형성하면서 쇼핑과 관광명소로 자리잡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병률 박사는 “삿포로 중앙도매시장은 물류 효율화를 배려해 2개동 독립센터 천정 방식으로 수산동과 청과동의 주차 및 하역공간을 공용화 했다”면서 “물류 개선을 위해 저온설비를 확충하고 사람과 상품의 흐름을 분리하는 동선을 구축했고, 위생을 강화하기 위해 오존수를 활용하여 냄새 및 세균의 침입을 방지하는 등 폐기물 처리시설을 고도화 시켰다”고 설명했다.

한편 재건축 과정의 애로사항에 대해 삿포로 중앙도매시장협회 타카 마사미씨는 “재건축 과정에서 시장 내 유통주체, 구매자, 주민들의 지속적인 설득과 공감대 형성으로 애로점이 거의 없었다”면서 “재건축 이후 시장 내 유통주체들은 사용면적 증가와 물류 효율화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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