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산림과학원 느릅나무 조직배양법 개발

가을철 등산로를 걷다 보면 상인들이 말린 나무뿌리, 나무껍질과 같은 산약초 등을 판매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그중 유독 흔하게 보이는 것이 바로 ‘유근피’와 ‘유백피’라는 이름이다. 상인들의 관절염, 염증, 아토피 등에 효과가 있다는 말은 귀가 솔깃해진다. 느릅나무는 한자로는 ‘느릅나무 유(楡)’ 또는 ‘느릅나무 분(粉)’으로 쓰인다.

유근피(楡根皮)는 느릅나무의 뿌리껍질을 말하고, 유백피(楡白皮)는 나무껍질을 벗겨 말린 것을 말한다. 현재 유근피와 유백피는 500그램에 15,000〜20,000원으로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최근에는 과학적으로 그 효능이 증명되면서 소비자의 관심과 함께 자연산 느릅나무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느릅나무란?

▲ 느릅나무 부정근 재료
릅나무는 계곡 부근에서 자라는 낙엽 큰키의 나무로, 우리나라 전역과 북반구의 온대 산악지방에 널리 분포하며, 일본이나 중국, 유럽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높이 15〜25미터, 지름이 70센티미터에 달하며, 잎은 어긋나고 타원형이나 달걀을 거꾸로 세운 도란형 모양으로 가장자리에 겹톱니가 있다. 잎의 앞면은 녹색이고. 뒷면은 연한 녹색에 거친 털이 있다. 꽃은 4〜5월에 잎이 나기 전에 잎겨드랑이에서 자잘한 옅은 녹색의 꽃이 모여서 피며, 열매는 5〜6월에 익는데, 둥글납작한 둘레에 날개가 달린 시과를 맺는다. 줄기는 원줄기가 곧게 자라고 많은 가지가 생겨 둥근 나무모양을 이루고, 나무껍질은 암갈색으로 세로로 균열이 생긴다. 동양에서는 약재 및 분재로 주로 사용되나,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우아하고 아름다운 나무모양으로 가로수나 정원수로 그 가치가 높다.    

 의약품 원료로서의 가치 높아

▲ 느릅나무 식물
옛날부터 한방이나 민간에서는 유근피나 유백피를 대소변불통, 이뇨, 부종, 거담, 진해, 소염, 초기위암 등의 치료제로 사용해왔다. 느릅나무를 물에 담가두면 나오는 점액질은 피부상처의 보호 및 피부미용을 위해 사용되기도 했다. ‘동의보감’에서 느릅나무는 ‘성질은 평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다. 잘 나가게 하는 작용도 있기 때문에 대소변이 통하지 못하는 병에 주로 쓰인다. 오줌을 잘 나가게 하고 장위의 사열을 없애며, 부은 것을 가라앉히고 오림(방광염)을 풀리게 하며 불면증, 후합증을 낫게 한다’고 기술되어 있다. 이제까지 느릅나무의 약리효과에 대한 연구는 많이 이루어져 왔으나, 구체적인 성분과 약효가 과학적으로 밝혀지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최근의 신약 연구 사례

최근 느릅나무 뿌리 추출물에서 분리한 성분들은 햇빛이 피부를 관통하고 피부와 체내 면역계를 손상시켜 피부암을 유발할 수 있는 광산화 작용을 억제한다고 보고됐다. 또한 면역체계 조절과 항염효과가 있으며, 나무껍질 추출물이 무릎연골의 콜라겐을 유도해 연골세포를 보호, 류마티스 관절염 등의 치료를 위한 목적으로도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상업적 이용 측면에서는 느릅나무의 유근피 추출물이 피부개선 및 피부면역력을 강화시켜 이 천연물을 추출해 화장품 원재료로 판매하고 있으며, 아모레퍼시픽에서는 유근피 추출물을 첨가한 고보습 핸드크림을 출시해 한방화장품으로 높은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또한 일성신약(주)에서는 유백피 추출물이 콜라겐 생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를 이용해 관절염과 치주질환 치료용 신약을 개발 중에 있다. 느릅나무는 앞으로 상품성 높은 소재로 소비자들의 높은 요구와 신약으로서의 상당한 가치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종자와 꺾꽂이를 통한 번식기술   

느릅나무의 번식은 주로 종자와 꺾꽂이를 통해서 이루어지는데, 종자의 경우 일반적으로 개화 후 열매 맺는 기간이 매우 짧고, 성숙 후 바로 열매가 떨어지기 때문에 채종적기를 맞추는 데 어려움이 있다. 종자는 수명이 매우 짧고 저장하기 어려운 단명종자이다. 종자는 보통 4〜5월에 익는데, 채취한 종자는 종자채취와 동시에 바로 뿌려야 한다. 종자가 완전히 성숙해 시과가 건조되기 시작하면 종자활력이 떨어지므로 종자가 마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
꺾꽂이 시에는 나무자람새가 양호한 어린나무에서 꺾꽂이순을 채취해야 활착률이 높다. 봄철의 꺾꽂이는 3월 중순〜4월 상순에 전년지를 꺾꽂이순으로 사용하고, 여름 꺾꽂이는 6월 중순〜7월 상순, 가을 꺾꽂이는 9월경 당년지를 꺾꽂이순으로 사용한다. 하지만 성숙한 나무를 이용한 꺾꽂이의 경우 뿌리 내림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뿌리를 내린다 해도 효율이 낮기 때문에 번식에 어려움이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조직배양 번식

조직배양기술을 이용한 번식은 계절에 상관없이, 식물재료를 이용할 수 있고, 끝눈 정아(頂芽)나 겨드랑이눈 액아(腋芽) 등 소량의 재료로 대량 생산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에 주로 분포하는 느릅나무속은 주로 느릅나무, 당느릅나무, 왕느릅나무, 참느릅나무 등이다. 느릅나무속 나무종류의 조직배양에 관한 연구는 거의 보고된 것이 없다.

중국에서 참느릅나무의 줄기에 달린 눈으로부터 식물체 유도하는 액아배양 방법으로 기내 식물체를 생산한 것이 보고되었으며, 국내에서는 국립산림과학원과 국립강원대학교 최용의 교수팀이 함께 당느릅나무의 뿌리(부정근)만을 유도해 그 유도된 뿌리로부터 식물체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고, 액체배지를 이용해 식물체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러한 방법으로 생물반응기를 이용해 식물체의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하고 산업화시킬 수 있는 연구가 지속되고 있다.  
        
느릅나무 추출물 신약 성분으로 변신

느릅나무는 유근피와 유백피 추출물의 효과가 과학적으로 증명되기 시작하면서부터 과거의 전통약제에서 벗어나 신약으로서의 높은 가치를 가지게 됐다. 계속적인 식물유래 천연물들의 건강보조제, 신약 출시 등으로 높은 시장성이 있는 것으로 증명되면서 이러한 천연물의약품은 시장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가지게 되었다. 느릅나무 또한 천연물 유래 신약의 개발과 대량생산방법 및 특정 성분의 함량을 증진시키기 위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를 위해 천연추출물들의 대량 생산을 위한 준비 단계인 재료의 대량 생산을 위한 생물반응기에서 느릅나무의 식물체 유도 및 제뿌리가 아닌 줄기 위나 잎 따위에서 생기는 뿌리인 부정근 등 조직의 대량 생산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이러한 체계가 확립된다면 상업적으로 실용화 가능성을 열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특정 성분의 함량을 증가시키기 위해 특정 유전자를 삽입, 형질을 개량해 함량을 증가시키는 연구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최근 천연물 신약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우리 곁에 너무 흔해 관심 없이 지나치던 식물들이 신약의 원료로 탈바꿈해 많은 이익창출과 더불어 인류 건강에 도움을 주고 있다. 느릅나무 또한 재배기술의 향상과 함께 많은 관심과 그에 상응하는 연구가 이루어져 가까운 미래에 임업인들과 농업인에게 소득원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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