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초 농업기술센터에서 한통의 공문을 우편으로 받았습니다. 공문의 제목은 ‘2015년 FTA 피해보전제도(피해보전직불, 폐업지원)신청 안내’였습니다.

2014년 FTA체결에 따른 농업인 피해를 지원해준다며 해당품목을 발효일 이전부터 생산.판매한 증빙이 가능한 농업인을 대상으로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피해보전직불대상 품목은 대두, 감자, 고구마, 노지포도, 시설포도, 닭고기이고 폐업지원품목도 동일하다는 것이 핵심내용이었습니다.

보전직불금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은 농업경영체에 등록된 농가로서 2012년 3월 15일(FTA협정 발효일)이전부터 해당 품목을 생산한 농가로서 자기 비용과 책임으로 직접 수행해 2014년에 작물을 생산.판매하였으나 가격 하락으로 피해를 입은 농가라고 규정짓고 있습니다.

피해보전 직접지불금을 받기 위해서는 당연히 소정양식인 지급신청서를 작성해야 하고 그 외에 관내 생산사실 확인서, 2014년 판매기록 증명서, 협정 발효일 이전 생산사실 확인서, 무단점유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총 5종의 서류를 각 항목별로 구비해 제출하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 증명서들을 가만히 살펴보니 저로서는 제출할 수 있는 서류가 단지 무단점유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임대차계약서뿐입니다.

2013년에 농업경영체로 등록했으니 일단 시간적으로 맞지 않고 상업적으로 판매한 적이 없으니 가격하락으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할 서류도 없으니 그저 이렇게 지원을 해주는 모양이라고 덤덤히 바라볼 밖에 없습니다.

이 지역은 도농복합도시임에도 특별히 특산품이라 할 만한 농산물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삼척과 경계지역에 큰 규모의 포도단지가 있어 아마도 그곳의 농업인들이 신청 대상이리라 여겨집니다. 정확하게 어떻게 얼마만한 금액을 지원하는지는 몰라도 문득 누가 여러 종류의 농업보조금을 경우에 알맞게 받아가는 지 궁금해졌습니다.

주위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이들은 대부분 고령에다 농지규모도 작아 밭직불금을 받는지 알 수는 없습니다만, 제 경우로 봤을 때 밭직불금이라고 해야 대략 5만원 안팎으로 계산돼 아예 신청조차 하지 않았고 대부분 그럴 것이라고 추측할 따름입니다. 이 추측은 오로지 저 혼자만의 생각이지 실제 어떻게 움직였는지는 알 도리가 없습니다.

농업보조금지급제도는 한 국가가 농업을 지속 가능한 필수 산업으로 육성.발전시키기 위한 선택의 여지가 없는 정책입니다. 문제는 어떻게 효율적으로 집행하느냐에 달려있는 것이지, 이 제도가 옳다 그르다느니, 많으니 적으니 하는 논쟁은 의미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미국이나 프랑스 등 선진제국들이 농업분야에 투여하는 금액은 어마어마하고 그를 바탕으로 식량자급율이나 식량무기화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작금의 우리농업은 오로지 장사꾼 논리로만 재단돼 각종 FTA가 밀물처럼 밀려와 그 존립마저 위태로운데도 정부 관료들은 거짓논리로 국민들을 호도하니 힘없는 농업인들의 외침만 메아리 없는 아우성이 되고 있을 뿐입니다.

투명하고 적절한 보조금은 농업을 살리는 자양분입니다. 아무리 최첨단 IT기술이 있다한들 사람이 먹지 않고는 살아갈 방법이 없습니다. 천지인(天地人)이 세상의 기본이고 이 기본을 바탕으로 한 산업은 오로지 농업뿐입니다.

귀농귀촌이 마치 도시의 각박한 경쟁을 벗어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유일한 통로인양 유도하는 정책을 홍보해서는 안 됩니다. 장사꾼논리로도 해석하기 어렵게 땅값이 오른 농촌은 뭘 어떻게 해야 경제논리에 적합할지 가늠하기가 어렵습니다. 정부가 귀농귀촌정책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보다 정교하고 적합한 정책이 입안돼야 우리 농업의 미래도 함께 열릴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저 오라고 광고하고는 나 몰라라 해서는 귀농귀촌정책도 농업발전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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