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비용, 10만톤당 연간 316억원

2015양곡연도 말 쌀 재고량이 132만 톤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됐다. 쌀의 과잉재고는 쌀값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재정부담 증가 등으로 문제가 확산되기 때문에 근본적인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이에 지난 17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늘어나는 쌀 재고,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7월말 기준으로 쌀 재고량 132만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태훈 박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쌀 재고량은 8~10년 주기로 증감을 반복하고 있다. 1991년 양곡연도말 쌀 재고량은 214만톤으로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1996년에는 24만톤으로 사상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2010양곡연도에 재고과잉 문제가 발생했고, 이후 5년만인 최근 재고문제가 다시 불거지면서 증감주기가 짧아졌다.

2009년 사상최대의 풍작(534kg/10a)을 기록한 이후 2013년과 2014년에도 2년 연속 풍작을 기록하면서 쌀 재고량은 132만톤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쌀 재고량 자료에 따르면 2015년 7월 현재 재고량은 132만7,677톤(국내쌀 81만4,835톤, 수입쌀 51만2,842톤)이다. 이 가운데 2013년산과 2014년산이 약 85%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연평균 96만톤 초과공급”

쌀의 재고문제는 생산감소보다 소비감소가 크기 때문이다. 1990년 이후 연평균 재배면적 감소율은 1.8%. 그러나 1인당 소비량 감소는 2.5%로 재배면적 감소율보다 소비감소율이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KREI 식품소비행태조사결과에 따르면 순수 백미밥 소비자는 감소하는 반면, 잡곡밥과 백미와 현미 혼합밥 소비자는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백미보다는 잡곡이 건강에 좋다는 인식과 건강식을 지향하는 소비성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또한 서구식 식생활이 늘어나면서 쌀의 소비량이 감소하고 있다. 벼의 재배면적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지만, 쌀의 단수증가로 인해 생산량 감소는 둔화되고 있다. 최근 10년간 벼 재배면적은 평균 2% 수준에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그러나 쌀 단수는 양질의 다수확계 품종보급에 따라 증가추세에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쌀 생산량과 밥쌀용 수입량에서 식량소비량을 차감하여 초과공급량을 산출한다. 이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연평균 초과공급량은 96만톤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관세화 유예 대가로 도입한 의무수입량이 1995년 5만1,000톤에서 2014년 40만9,000톤으로 증가하면서 재고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쌀 재고량 1% 늘 때마다 쌀값 0.12% 하락”

쌀 재고량이 많으면 시장은 불확실성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언제 물량을 방출할 지 모르기 때문에 산지거래는 위축된다.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있어야 수확기 때 RPC 등 산지유통업체들이 원료곡을 매입하면서 시장이 안정되는데, 가격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으면 매입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2010년 수확기에는 흉작(2010년산 단수 482kg/10a, 평년단수 498kg)에도 불구하고 전년도 유래없는 풍년으로 인한 과잉재고 때문에 시장상황에 대한 불안감으로 산지유통업체의 원료곡 매입이 저조했다.

재고량이 많으면 관리비용도 늘어난다. 쌀 재고 10만톤 관리에 연간 316억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10만톤당 보관료 61억원, 고미화에 따른 가치하락 220억원, 금융비용 35억원 등이다. 재고증가는 수확기 가격 하락 요인이 되며 이로 인해 변동직불금 지출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고관리비용은 보관기간이 길수록 늘어난다. 또한 일정기간이 지나면 식량용으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가치가 크게 떨어진다. 재고미를 사료용이나 주정용으로 처리할 경우 10만톤당 1,569~1,690억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가공용 수요확대 위한 지속적 공급체계 필요”

재고미의 처리방안은 크게 5가지다. 주정용을 포함한 가공용·사료용·사회복지용·해외원조용·대북지원용이다.
우선 주정용의 경우 추가 사용이 가능한 물량은 많지 않다. 주정용으로 공급될 경우 고미이면서 물량이 많은 2012년산이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주정의 원료인 타피오카 수입가격(194원/kg)과 2012년산 정부양곡 판매가격(1,761원/kg)에 국내조작비용(가공 및 상·하차비 등 10만톤당 123억원) 등을 감안할 때 10만톤당 1,690억원의 판매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일반가공용의 경우 정부공급량은 2010년부터 크게 늘어났다. 이는 쌀 재고가 늘면서 공급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급조절을 목적으로 가공용 원료공급을 확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쌀 가공용 수요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원료공급 체계가 마련되어 지속적인 공급이 가능해야만 투자가 이루어지고 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사료용의 경우 옥수수 및 밀의 대체원료 사용은 가능하다.

 그러나 사료적 가치는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사료적 가치를 결정하는 조지방 및 조섬유의 함량이 대체원료들보다 낮기 때문이다. 또한 쌀의 사료용 이용은 사회적 거부감이 크다. 지난 2010년에도 검토가 있었지만, 사회적 거부감으로 인해 실현되지 못했다.

사회복지용의 경우 수급대상자의 선호도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 현재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을 대상으로 신청자에 한하여 정부양곡을 판매가의 50% 수준에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쌀 대신 대체식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커지면서 신청이 줄어들고 있다.

해외원조의 경우 대상국 혹은 국제기구와의 협의시간과 재고처리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고, 대북지원은 지난 2010년 이후 중단됐다. 특히 대북지원은 단기적 재고처리에는 효과적이지만, 남북의 정치적 관계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시기를 특정할 수 없다.

 “원칙 통한 공급 및 소비촉진 정책 필요”

10만톤당 쌀 재고 처리비용은 △사회복지용 1,233억원 △일반가공용 1,444억원 △사료용 1,569억원 △주정용 1,690억원 △대북지원 1,925억원 △해외지원 2,432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비용측면에서 사회복지용이 가장 유리하다. 그러나 수급대상자의 선호도를 감안한다면 공급확대를 기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일반가공용은 비용과 현실적인 측면이 비교적 양호한 상황. 그러나 연간
20~25만톤 정도의 사용량을 감안한다면 금년도 추가 이용여력은 크지 않다는 것이 쌀가공업계의 판단이다. 주정용도 현재 상당량이 공급되고 있기 때문에 금년도 추가 이용여력은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됐다.

단기적 쌀 과잉재고 해소에 있어 최적의 방안은 대북지원. 남북의 정치적 관계에 달려 있기 때문에 남북관계가 호전되면 대북식량지원 요구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주식인 쌀의 사료용 이용에 대한 거부감을 해소한다면 50만톤 정도까지 처리가 가능한 사료용 공급도 고려대상으로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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