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적 형태의 시골집은 난방은 물론 냉방도 어렵지만 가장 힘든 점은 집안으로 침입하는 쥐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점입니다. 콘크리트로 지하에 기초를 하지 않은 이상 쥐가 구멍을 파고 집안으로 들어오는 건 시간문제이니까요. 지난여름 집을 두루 살펴 바깥벽 쪽에 조그만 구멍도 돌로 막고 시멘트로 마무리했건만 또다시 쥐가 집안으로 침입한 흔적이 발견됐습니다. 정말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부엌에 딸린 식품 방은 바닥이 마루로 된 탓에 아래가 허공입니다. 뒤란과 바로 연결돼 수시로 랜턴을 들고 혹 쥐구멍을 파 논게 있는지 살피지만 어두운데다 온갖 잡동사니가 많이 쌓여있는 터라 어디에다 터널을 뚫었는지 도저히 가늠이 되질 않습니다.

동네 분들 말로는 벽을 돌로 막고 시멘트로 마감을 해도 1~2미터 떨어진 땅에서 파고 들어가면 당할 수밖에 없다더군요. 그러니 제대로 집안을 방어하려면 집 주위를 적어도 1~2미터까지 땅을 파 콘크리트로 막아야 되는데 이건 도저히 할 엄두가 나지 않는 대공사입니다.
쥐틀을 몇 개씩 사다 설치해 잡기는 하지만 이것도 근본적 대책은 되질 않아 결국 식품 방 물건들을 전부 끄집어내 바닥을 살펴 보수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두 사람 살아가는데 웬 물건들이 이리 많아야 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삼단찬장에서 꺼낸 온갖 식기들은 물론, 이단찬장 두 개에서 꺼낸 커피 잔 세트를 비롯해 수많은 그릇들을 보니 한숨이 나옵니다. 어쨌든 집안에 있는 대야며 다라 등을 동원해 밖으로 꺼내 놓으니 그야말로 그릇 전시장이 따로 없을 정돕니다.

무거운 찬장이 마룻바닥을 눌러 밑을 받치고 있던 기둥이 내려앉았는지 벽과 마루 사이에 커다란 틈이 벌어져 이곳으로 쥐들이 무시로 출입했던 모양입니다. 돌과 함석판으로 벌어진 틈을 메우고 다시 그 위에 비닐장판을 덮어 일단 조치를 했지만 언제 또 구멍이 뚫릴 지 알 수는 없습니다. 제일 무거운 삼단찬장의 위치를 부엌 안쪽으로 옮기고 나머지 이단찬장들을 배치하니 당분간은 안심해도 될 성싶습니다.

사실 시골 살이 하면서 쥐나 벌레 따위들을 무서워해서는 곤란합니다. 그러나 그저 그러려니 하면서 지내기에는 쥐로 인한 피해가 너무 많습니다. 아무리 무딘 이라도 쥐를 보고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치기는 정말 어려울 겁니다. 그렇다고 무서워만 해서야 쥐로 인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으니 이게 난제인 거지요.

오래된 시골집에서 사는 일에 이골이 난 분 들이야 그저 쥐틀 놓고, 쥐약 놓고 하면서 지내는 게 일상이지만 도회생활을 했던 저 같은 사람들이야 그게 참 견디기 힘듭니다. 주위 분들은 고양이를 기르라고 추천하지만 살아있는 짐승을 기르는 일은 여러모로 불편한 사항이 많아 그도 마땅치 않습니다. 시골생활을 하는 이들이 이런저런 얘기들을 올리는 블로그를 가끔 방문해보면 거기서도 쥐 때문에 시골을 떠나고 싶다는 이들이 많은 걸 보면 저만 힘든 게 아닌 모양입니다.

어쩌다 족제비나 너구리를 발견한 날이면 사람들에게 잡히질 않길 기원하게 됩니다. 고라니나 멧돼지 마냥 농작물에 해를 끼치지도 않을뿐더러 쥐를 잘 잡는다고 하니 이런 고마울 데가 어디 있겠습니까. 작년만 해도 수시로 눈에 띄더니 올해는 영 보이질 않아 걱정이 많습니다. 너구리는 한약재로 쓰임새가 많아 고가에 팔 수가 있다며 사람들이 잡으려고 애쓰니 필경 제 눈에 띄던 너구리도 올무 같은 수렵도구에 희생된 게 틀림없어 보입니다.

사실 고라니만큼 농작물에 피해를 끼치는 동물도 없습니다. 멧돼지도 무섭지만 고라니는 살금살금 온갖 농작물에 피해를 주니 이놈들을 잡아야 되는데 워낙 날쌔기도 하고 잡아도 별 쓸모가 없다는군요. 고기 맛도 형편없고 그렇다고 약재로 쓰일 부분도 없으니 포수들도 잡으면 그냥 땅에 묻어버리는 일이 많다고 합니다. 고라니나 쥐나 쓸모없는 골칫거린데도 세상은 그 존재가치를 이중으로 여기고 농사짓는 이들은 동가로 여기는 게 다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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