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말 kg당 2만원대, 개방 속 불안농가 출하 부추겨

한우가 없다. 더욱이 추석특수를 앞둔 축산물 유통업계에선 물량조달에 비상이 걸렸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한우고기값에 유통업계는 물론 사육농가들까지 초미의 관심이다. 문제는 FTA 등으로 불안을 느끼고 있는 농가들이 추석대목에 대거 쏠리면서 자칫 암소도축과 조기출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즉 한우생산기반을 붕괴시키는 파동의 징후까지 포착되고 있는 것이다.

농협음성축산물공판장, 축산물유통업계 등 복수에 따르면 지난 20일 현재 한우 거세우 1kg당 경락가격은 평균 1만9천187원을 기록했다. 이는 명목가격으로 사상 최고였던 2010년 초와 비슷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한우고기 공급감소와 추석 수요 증가로 9월까지의 가격을 1만9천원대의 초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부에선 추석대목에 출하두수가 예상치보다 적을 경우, 2만원대까지도 가능하다고 점치고 있다.

이런 이유로, 한우사육농가들의 출하시기를 앞둔 ‘눈치보기’가 도를 넘고 있다. 추석 2개월전부터 추석물량 확보에 나서는 축산물 유통업계는 20일 현재까지 ‘사재기’할 물량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장 농가들이 출하시점을 재고 있는 것. 유통업계 관계자는 “시중 물량이 쏟아질 시점이지만, 농가들이 경락가격 최고점을 노려 때를 맞추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때문에 추석공급물량이 부족할 것이라는 걱정은 없는 편”이라고 낙관했다.

이를 바꿔 말하면, 명절 출하시기에 암소도축과 조기출하까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우농가 입장에선 사상 최대의 성수기를 맞고 있고, FTA 등의 수입개방 상황에서 앞으로 이같은 기회는 요원하다 판단인 것.

결국 한우생산기반이 위태롭다는 여론이 높다. 한우사육농가는 한해에 3천500여 농가가 줄어들 정도로, 중소규모 농가의 사육 포기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정부의 암소도축장려제도, 폐업보상금제 등 전업규모로의 급격한 변화 정책도 중소규모 농가들의 사육의욕 저하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한미, 한EU FTA에 이어 최강 축산물 수출국들인 영연방 3개국(캐나다, 뉴질랜드, 호주)과의 FTA 체결 등 축산업을 영위하는데 따른 불안을 떨칠 수 없기 때문에, 최적기(추석대목)에 맞춰 적자를 줄여보려는 농가들의 고육지책도 엿보인다는 진단이다. 강원도 삼척에서 한우 130여두를 키우는 한 농가는 “수입개방으로 한우값이 예전처럼 크게 오르거나 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을 농가들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사육감소정책에 동참했던 일부 농가들까지 두당 80~90만원대의 폐업보상금으로 생업을 포기했던 사례를 전하며, 이번 기회를 이용하라고 충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관련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정부는 지속적인 한우산업을 위해 무리한 출하를 위해 암소도축이나 조기 출하를 자제하도록 독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하지만 물가안정 등을 이유로 시장상황에 전적으로 개입할 경우, 수입산의 시장점유 이후 한우의 사육기반을 저해하는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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