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업계, “금품 규정되면 소비위축 불 보듯 뻔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에 농축수산물을 뇌물 수준으로 포함시킬지 여부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농업계에서는 농축수산물 소비에 막대한 타격이 예상된다며 적극 대응중이다.

지난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전국한우협회 주관으로 ‘합리적인 김영란법 시행령 제정을 위한 대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토론자들과 400여명의 한우농가들은 “김영란법이 적용되면 농축수산물 판매가 위축될 것”이라며 “농축수산물은 제외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주제발표에 나선 주선태 경상대학교 축산생명학과 교수는 “국내 농축수산물이 명절에 집중 소비되고 있다”며 “김영란법이 이대로 통과될 경우 농축산업은 고사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 교수는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금품의 세부 가액을 정하는 것은 문제”라며 “규정에 따라 한도 내에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시했다. 또한 그는 “농축수산물이 재산적 이익, 경제적 이익이 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금품’에 농축수산물을 제외항목으로 빼야한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나선 정세희 한국농축산연합회 사무국장은 “FTA로 인해 많은 타격을 받고 있는 한국 농업이 설상가상으로 김영란법으로 판로가 막혀 농사를 지을수록 손해를 보게 된다면 농업인들이 농업을 포기하게 될 것이 자명하다”며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 농축수산물품의 일정가격대 이상을 일괄해 부정한 금품으로 규정해서는 안 되며, 금품대상에서 제외돼야 마땅하다”면서 “농축산물을 사회상규(社會常規)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으로 적용해 줄 것”을 요청했다.

김영교 평창영월정선축협 조합장도 “농축수산물이 금품 등에 포함될 경우 당연히 값싼 외국농산물로 소비가 바뀔 것”이라며 “국내 농산물의 소비위축으로 인해 한국의 농축수산업의 근간이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가액을 제시한 토론자도 있었다. 신훈 한국외식산업중앙회 정책개발부장은 “음식물 등 선물 가액의 설정은 농축수산업, 유통업, 외식업, 관광업, 일련의 제조업에 이르기까지 전 산업분야 침체의 강력한 동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물가 상승률, 호텔관광산업 등의 활성화 등을 고려해 볼 때, 20만원 대의 가액 설정이 국가와 기업, 시민사회가 상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농축수산업에 충격이 있을 수도 있지만 김영란법으로 미풍양속으로 인한 선물수요도 없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그 충격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김영란법으로 기업들이 절감한 접대비를 직원들에게 농축수산물 선물로 유도하는 등 충격이상의 대안을 만드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토론자의 발언을 경청한 후 허재우 국민권익위원회 청렴총괄과장은 “예외규정 가액을 정하지 않으면 직무관련공직자가 받는 모든 선물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해야 해 문제가 더 커질 것”이라며 “물론 위축의 여지는 있지만 적어도 부정하게 오고가는 선물은 막아야 한다”고 전했다.

좌장을 맡은 박종수 전 충남대 교수는 토론 맺음말에서 “명절 중에 주고받는 선물은 원해서 받는 게 아니라 주니까 받는, 즉 비자발적수요다”며 “비자발적 수요로받은 선물은 해당 먹거리의 새로운 수요창출 확대ㆍ발전한다는 의미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므로 가액을 정하더라도 명절전후에서 이법의 적용을 배제할 수 있는지를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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