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밥쌀용 쌀 수입을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해 농업인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쌀 관세화 유예 포기를 선언한 정부가 이제는 굳이 수입하지 않아도 될 밥쌀용 쌀을 수입한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도대체 우리 쌀을 지키려는 의지가 있는 것인지, 우리 농촌을 보호하고 지속가능한 농업을 꾸려가겠다는 사명감이 있기나 한 것인지 농식품부장관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의 존재가치를 여러 모로 묻고 따져 봐도 도무지 혜량할 수 없는 지경이니 참으로 착잡할 뿐이다.

밥쌀 수입 문제는 지난 5월에 격발했다. 우리 정부가 미국산 밥쌀용 쌀 1만 톤 수입을 결정하고 경매 공고를 내면서부터다. 농업인의 반발이 컸다. 단 5퍼센트 관세만 부과된 밥쌀이 수입될 경우 국내 쌀 시장이 요동칠 것이라고 예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국내산 쌀 한 가마 값이 15만 원대로 주저앉는 등 농가의 어려움이 가중하는 시점에 나온 발표이기에 정부에 대한 배신감도 컸다. 게다가 미국산 밥쌀 수입이 성사될 경우 호주, 중국 등도 자국산 밥쌀에 5퍼센트 관세만 매겨 수입할 것을 종용할 것이 뻔하다. 그러니 국내산 쌀값 폭락을 우려한 농업인의 반발이 거셀 수밖에 없다. 결국 높은 경매가로 인해 지난 5월의 밥쌀 수입 해프닝은 끝났지만, 논란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정부는 관세화 유예에 따른 의무수입물량 수입제도를 철폐하면서 최소시장접근(엠엠에이)물량 40만8천7백 톤을 해마다 수입하고 그 이상의 수입 물량에 대해서는 고율관세를 매기겠다고 세계무역기구에 통보했다. 그런 마당에 5퍼센트 관세만을 부과하는 엠엠에이 물량의 30퍼센트, 약 12만 톤은 밥쌀용 쌀로 ‘의무적으로’ 수입하겠다는 정부와 엠엠에이 물량은 전량 가공용으로 수입해도 되는 만큼 정부가 ‘자발적으로’ 밥쌀을 수입할 필요가 없다는 농업인단체의 주장은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이 문제는 통상전문가 사이에도 이견이 존재하고 여전히 논란거리라는 점에서 전문가토론회와 공청회 등 여론수렴 과정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지난 23일 기습적으로 밥쌀 수입 공개입찰을 강행했다. 정부 스스로 협치를 저버린 것이다. 내국인을 위한 정부인지, 농업인을 위한 농식품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즉각 입찰공고를 철회하고 농업인과 한 편에 서는 것이 마땅하고 옳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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