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36억8천만달러 … 수출은 10분 1 수준

한·EU FTA이행 4년차를 지나면서 유럽산 농축산물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우리 농산물도 수출길이 열릴 것이라는 정부의 호언에도 불구, 수출물품은 커피조제품과 라면, 음료 등이 호조세를 보일뿐, 일선 현장의 농민들은 가격폭락으로 고스란히 피해를 체감중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한·EU FTA 발효 4년, 농축산물 수출입변화와 시사점’이란 연구자료에 따르면 한·EU FTA 4년차인 지난해 EU산 농축산물 수입액은 3년차 대비 8.9% 증가한 36억8천만달러를 기록했다. 대EU 수출액은 15.7% 증가한 3억4천600만달러를 나타냈다.

EU산 돼지고기 수입량은 국내 질병 발생 등의 영향으로 전년보다 58.0%나 수입량이 급증하는 등 축산물 전체 수입물량이 14억400만달러를 기록했다. FTA 발효전 7억3천200만달러보다 두배나 늘어난 것이다. 이외에도 과일·채소 수입액은 기타견과류조제품, 과실가루, 주스류 등의 수입증가로 발효전보다 71.1% 증가한 9천900만달러, 이를 비롯해 곡물, 가공식품, 화훼·버섯류 등을 합친 농산물 수입액은 18억3천900만달러로 FTA이전보다 7억달러 이상 늘었다.

임산물은 4억3천400만달러로 50.4% 증가하는 등 농축산물 수입액이 FTA 발효전보다 76.2% 규모를 늘렸다. 문제는 수출품목. 외형적으로는 농축산물 전체 수출액은 3억4천600만달러로 발효전보다 73.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수출액 중 84.6%에 달하는 가공식품류를 들춰보면 커피조제품, 혼합조재식료품, 기타음료, 라면 등이다. 대부분 원자재를 수입해서 가공·포장한 뒤 다시 수출하는 것들이다.

국내 1차산업인 농업과 무관하고 식품업체들의 수출성장에 기여할 뿐이란 게 농업계 여론이다. 1천900만달러어치 수출실적을 올렸다는 축산물 조차 가축의 연골이나 뼈를 통해 만든 젤라틴과 가죽 일부가 유일하다. 이런 이유로 FTA로 인해 EU에 수출하는 특혜관세 활용률은 농업분야에선 무의미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 제품 다양화를 앞세운 소비 패턴 변화가 이어지면서 EU산 치즈, 맥주, 포도주, 올리브유, 초콜릿 등의 소비 확대까지, 농식품류 수입 증가를 부추기고 있다는 전언이다.

EU산 농축산물의 수입 특혜관세 활용률 또한 해마다 커지면서 관세인하 혜택을 누리는 농축산물 비중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의 진단이다.

농경연 관계자는 “한·EU FTA 이행으로 양돈과 낙농 등 국내 축산업이 위축되고 있다” 면서 “축산업 관련 국내 보완대책을 보다 내실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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