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계란산업 주도하는 ‘녹색계란’

지난 2009년 국내 최초로 계란 농업회사법인을 설립한 ‘녹색계란’은 숱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굳건하게 자리매김해 지난해 첫 흑자경영을 실현했다.
계란산업은 판로 개척이 성패를 좌우한다. 계란 생산도 중요하지만 생산한 계란을 다양한 시장에 적기에 판매하는 것이 관건인 셈이다.

그러나 ‘녹색계란’이 자리잡은 전남 나주는 최대 소비시장인 수도권 진출이 용이하지 못하다. 지리적 불편함도 크지만 기득권이 가득한 수도권 유통시장에서 전남도산 계란은 끼어들 틈이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전남도내 계란 사육농가들은 늘 ‘서자’ 취급을 받아왔다. 계란 판매를 위해 뻔히 알면서도 유통인들의 농간에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하는 ‘을’ 처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결국 농가들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힘을 결집해야 했다. 40여 농가가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오로시 농가들이 힘을 키워 제값 받는 계란을 판매해 보자는 간절함으로 뭉쳤다. 지난 2009년 녹색계란은 이렇게 탄생했다.

HACCP, 친환경인증 받은 신선한 계란을 최첨단 설비 자동기계에서 세척, 살균, 검란, 포장까지 최첨단 시스템을 갖춘 집하장과 액란 생산 시설을 마련하는 등 판로 확장을 위해 철저하게 준비했다.
각고의 노력으로 모든 준비를 마쳤지만 계란시장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역시나 기득권을 뚫고 수도권 시장 진출은 버겁기만 했다.

봉필신 녹색계란 대표는 “농가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같이 더불어 살아보자고 ‘녹색계란’을 탄생시켰지만 판로개척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면서 “무엇보다 기존 기득권이 완강해 설자리를 찾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고전을 면치 못하던 녹색계란은 좌절하지 않고 초심으로 돌아갔다. 기존 시장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품질’ 강화가 유일한 수단이라 판단했기 때문. 전체 생산농가들은 곧장 HACCP, 무항생제인증 등 기본에 충실하는 노력이 시도됐다. 오는 9월이면 전체 생산농가가 HACCP·무항생제 인증을 완료한다.

품질이 강화되면서 시장 교섭력도 생겼다. 유통인들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처지에서 유통인들이 직접 집하장에서 계란을 구매해 갈 정도로 인기몰이가 시작됐다. 또 계란이 체화되는 현상이 줄면서 후장기, 덤핑 부조리도 사라졌다.

특히 그토록 염원하던 수도권 시장 진출 기회도 생겼다. 국내 닭고기 최대 가공업체인 (주)하림과 협약을 맺고 ‘자연실록’ 계란 출시해 전국 롯데마트에 납품할 수 있었던 것. 지난 2013년 12월 본격적인 납품이 시작됐다.

그러나 뜻하지 않는 복병을 만났다. 대한양계협회 등 산란계농가들이 반기를 들고 일어났던 것. CJ, 풀무원 등 대형유통기업들이 일찌감치 진출한 계란산업에 하림이 참여하는 것을 반대한 것이다. 생산에는 참여하지 않고 유통만 하겠다는 하림의 주장은 묵살됐다.

롯데마트도 곧장 계란 납품을 중단했다. 이 때문에 녹색계란만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됐다. 수도권 진출할 수 있었던 유일한 기회가 사라졌고 ‘녹색계란’의 우수성을 알릴 기회도 뺏겼다.
봉 대표는 “롯데마트가 납품 중단을 하면서 그동안 투자했던 비용 손실과 함께 녹색계란이 또다시 광주·전남 시장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면서 “품질 좋은 계란은 유통해 주겠다는 회사를 ‘하림’이라는 이유만으로 반대하는 것이 옳은 처사인지 회의감마저 들었다”고 말했다.

그래도 최근 액란 가공장이 해태제과, 크라운제과 등 굵직한 식품회사에 납품 계약을 체결하면서 가동율이 50% 이상 늘었다. 더욱이 광주·전남일대 학교 등 대형급식처에서 ‘자연실록’란 주문이 쇄도하고 있어 집하장 운영도 활기를 띄고 있다.

비록 수도권 시장 진출은 무산됐지만 녹색계란 참여농가들의 품질 강화 노력으로 녹색계란의 브랜드 인지도가 상승하면서 고스란히 매출 증대로 이어지고 있다. 덕분에 녹색계란은 설립 6년만인 지난해 첫 흑자경영을 실현할 수 있었다.

봉 대표는 “하림의 ‘자연실록’ 브랜드와 녹색계란의 품질이 결합해 최대 시너지를 낼 수 있음에도 시장진출이 막히면서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해 안타깝다”면서 “비록 수도권 시장 진출이 무산됐지만 포기하지 않고 양계협회 등과 지속적인 대화와 협의를 통해 녹색계란이 꿈꾸는 미래를 실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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