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가 구제역 백신관리에 총체적 허점이 드러났다며 산하기관인 농림축산검역본부를 형틀에 올렸다.
국제적으로 백신 매칭률이 낮다고 지적이 들어왔는데도, 기존 O형백신(O1-Manisa)를 고집했고, 백신 수입을 다양하게 검토하라는 의견도 묵살했다는 이유다. 무엇보다 백신에 대한 민원제기가 들끓었음에도 이를 무시했기 때문에 무더기 징계조치가 불가피했다는게 주무부처인 농식품부 설명이다.

농식품부의 보도자료 내용대로라면, 검역본부를 단죄해야 한다. 축산관련단체들이 이에 대해 일제히 성명을 냈듯이, 농식품부는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심정으로 직속 산하기관인 검역본부의 죄명과 내용을 드러낸 것은 높이 살 일이다. 결과적으로 상급단체는 칭찬받고 하급조직은 혼난 것이 된다.

그러나 이를 달리 보면, 검역본부가 모나게 굴었다는 얘기도 된다. 검역본부가 농식품부와 보고나 지시도 없이 독립조직으로 활동했기 때문에 잘못을 자초했다는 다른 해석도 가능해진다. 과연 가능한 일일까 싶다.

2007년 광우병 사건으로 국민이 떨고 있을 당시, 수의과학검역원장(검역본부 전신)은 “미국산 안심하고 드세요”라고 홍보했다가, 다이옥신 파동과 뼈포함 쇠고기 등으로 수입중단을 겪으면서 대국민 사과를 했었다. 그 당시 누구도 검역원장을 나무라지 않고, 해당부처인 농식품부를 질타했다.

이번에 직위해제 당한 주이석 검역본부장이 광우병 민관합동조사단으로 미국에 갔을 당시인 2012년에도 해당농장을 배회하며 돌아온 것을 직접 나무라지는 않았다. 농식품부 역량의 한계로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검역본부 역성을 들자는 얘기가 아니다. 모든 사례의 정점엔 농식품부가 존재했다는 점을 꼬집고자 한다. 그런 의미에서 구제역이 창궐하고 있던 지난해 9월에 취임한 주이석 본부장에 대한 징계는, 원죄를 다스리기엔 무의미한 ‘꼬리자리기’에 불과하다. 저변에 검역본부를 ‘검역주권’을 상실케 하고 쥐락펴락 정체성을 사장시킨 농식품부가 이번 사태의 진앙지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자 한다.
그런 맥락에서 감사원 등의 외부감사에 앞서 ‘셀프’감사로 위험요소를 차단했다는 의혹을 피할 길이 없다.

검역의 ‘최후의 보루’인 우리의 농림축산검역본부는 현재, 전문적인 신경세포는 일절 차단되고, 정치적인 책임회피에 사용되는 ‘총알받이용’나 ‘잔치설거지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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