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타… 하늘만 쳐다보고 있소”



 ‘긴 가뭄’, 지자체·농업인 물대기 안간힘

 급수차·양수시설·인력 모두 부족한 실정


▲ 태백시 매봉산 고랭지 배추밭에서는 인부들을 동원해 한 포기씩 물을 주고 있다.
“농작물도 타들어가고…제 목도 타들어갑니다.”

극심한 가뭄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강원도 산간지역 농업인들의 마음이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다. 지난 16일 강원도 정선군 남면에서 만난 신남선씨(농촌지도자정선군연합회)는 말라가는 감자밭을 쳐다보며 “수십 년 농사를 지었지만 이렇게 가뭄으로 고생한 적은 처음이다”고 하소연했다.

신씨는 이어 “오늘도 비가 온다는 예보를 들었는데 안 올 것 같다”면서 “집 근처에 있는 밭은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물을 주려고 하지만 산간에 있는 밭은 속수무책으로 그냥 쳐다볼 수 밖에 없다”고 탄식했다.

신남선씨는 12,000여평의 밭에 감자, 더덕, 잡곡 등을 재배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계속된 가뭄과 폭염으로 수확량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선군의 경우 5월 중순부터 30일 가까이 더위가 이어지면서 강수량이 평년 대비 37%에 그치고 있다. 농작물이 시들고, 생육이 부진해 지면서 농가들의 소득저하가 당연시 되고 있다.

정선군 관계자는 “정선군에서는 가뭄대책 상황실을 가뭄 해갈때까지 운영하고, 강원도와 강원랜드 등의 지원을 통해 관정, 급수탑과 같은 시설 지원에 나서고 있다”면서 신속한 대응을 약속했다.

신씨처럼 정선지역의 농가들은 가뭄과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 농작물은 오랫동안 비다운 비를 구경하지 못한 탓에 바짝 말라있고,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오랜 가뭄에 타들어가는 것은 정선군만이 아니다. 인근 태백시의 고랭지 배추밭에서도 농가들이 자식 같은 작물에 한 방울의 물이라도 더 뿌리기 위해 씨름을 하고 있다.

매봉산의 국내 최대 고랭지 배추밭은 면적 130ha, 해발 1,300m의 고지대로 농가들은 인부들을 동원해 물주기와 정식작업을 하고 있다. 산 중턱에는 용수를 공급하는 차들이 물을 계속해서 퍼다 나르고, 인부들은 배추 한 포기마다 물을 조금씩 주고 있다.

600만 포기의 여름배추가 자라는 이곳에서 이렇게 물을 준다고 해결될리 만무하지만 이렇게 해야지 일부라도 살릴 수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출하량과 출하시기에 문제가 발생하면 생산비는 많이 들이고, 제값은 못받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김병두씨(농촌지도자태백시연합회)는 “가뭄으로 인해서 이미 생산비는 두 배 이상 투입됐고, 이것이 수익으로 돌아올 가능성은 적다”면서 “이런 상황에서는 생산량이 평년의 30% 까지 줄어들 수 있어 걱정이 크다”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또 “정부나 지자체가 농가에게 적정가격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김창해 농촌지도자강원도연합회장도 이날 동행해 “가뭄 피해가 심한 지역은 정부나 지자체가 하루빨리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농가 지원에 나서야 한다”면서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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