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책) 만약 그 땅에 매겨져 있던 조공을 다 면제해 줄 수 없고 경비 쓸 것이   많아서 십년 동안 늦출 수 없다면 마땅히 군과 군수를 강등(降等)시켜 현으로 만들어 아직 흩어지지 않은 백성을 큰 고을에 들어가게 하여 참혹한 해를 면하게 하는 것이 그 차책(次策)입니다.
 (하책) 피폐된 고을이라 하여 까닭 없이 폐지하는 것 또한 큰일이라 해서 두 가지 가운데 하나도 행할 수가 없다면 마땅히 하책(下策)으로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백성을 병들게 하는 것 가운데 큰 것만을 뽑은 것으로 폐단의 절반도 제거할 수 없는 것이니, 바로 눈앞의 고식적인 급함을 우선 구제하는 것이요, 피폐해진 것을 진기(振起)시켜 장구히 유지해 나가는 정사(正使)가 아닙니다. 그 항목이 열   가지인데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재목에 대한 판단
 각 관사에 공납해야 할 재목이 큰 것이 사백이요, 작은 것이 수만 개에 달하며 또 부정기적인 수납이 심하니 사십호의 인구로 험한 산을 오르고 깊은 골짜기를 건너 운반하자면 남녀가 모두 기진(氣盡)하고 소와 말도 따라서 죽게 되어 농가에는   수십 마리의 가축도 없습니다. 사정이 이러하니 삼사에 내어야 할 것도 백필에  이르며 이년 동안 공납하지 못하여 독촉을 받게 된 것도 괴이(怪異)할 까닭이 없습니다. 이외에도 중국 사신의 비용과 기타 잡물도 감하여 주시면 소생할까 합니다.

 둘째, 종이의 공납에 대한 폐단
 종 이 만들기는 다른 부역보다 배나 심한데 유독 이 고을에만 배당량이 많아서   도합 이백여 권이나 됩니다. 풍저창, 장흥고의 경우는 모두 계목에 의해 회계에  관계된 물품이기 때문에 독책하지만 예조, 교서관, 관상감 등의 공납은 공사가 함께 바닥이 나서 판출(辦出)할 길이 없으니 더운 고통스럽습니다. 공물(貢物)을 경감(輕減)하여 주시고 앞으로 사년 간 면해 준다면 백성이 조금은 소생할 것입니다.

 셋째, 산행에 대한 폐단
 사냥도 각기 해당자가 있는 것인데 지금은 온통 백성에게만 의존하고 있으니,  백성은 사냥할 재주가 없으니 저축해 놓은 곡식을 털어 사들이는 형편이며, 이것마저 기일(期日)을 지키지 못해 속포의 벌을 받게 되니 한 고을의 민생이 이미 죽은  상태입니다. 연 공물이 노루가 칠십이고 꿩이 이백이 넘으니 삼가 살피시어 숫자를 줄여 주시면 조금이나마 소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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