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 싸움만 치열…거출률은 바닥

지난 2005년 양계인들의 집중 조명을 받고 첫발을 내딛은 닭고기자조금이 좀처럼 기지개를 펴지 못하고 있다. 거출률이 형편없이 떨어진 탓에 사업예산도 갈수록 쪼그라들어 변변한 사업조차 전개하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닭고기자조금관리위원회(위원장 이홍재)는 최근 제1차 관리위원회를 개최하고 올해 닭고기자조금 예산을 37억원으로 편성했다. 예산 편성은 했지만 과연 거출금액이 확보될 수 있을지 양계인들의 불안감과 의구심이 확산되고 있다. 

닭고기자조금은 지난 2013년부터 줄곧 내리막을 걷고 있다. 2013년 자조금 거출금액을 수당 5원으로 상향조정하면서 50억원대 예산을 수립했지만 정작 집행 내역은 예산대비 50%를 상회하는 실적을 기록했다. 거출률이 형편없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닭고기자조금은 대한양계협회, 한국육계협회, 한국토종닭협회가 주관단체이다. 그러나 주관 단체별로 각기 다른 방향을 설정하고 있어 통합 시너지를 기대할 수 없다. 그나마 품종이 다른 토종닭협회는 독립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이지만 양계협회와 육계협회는 동일 품종으로 인한 중복업무가 많아 늘 갈등을 빚고 있다.

무엇보다 자조금사업 주도권을 두고 2005년부터 줄곧 ‘힘겨루기’를 전개하고 있는 탓에 자조금 거출은 뒷전으로 밀려난 실정이다. 결국 양계협회와 육계협회간 갈등이 봉합되기 전까지는 거출률 상승은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거출률이 극히 저조하다 보니 사업계획이 틀어지는 것은 다반사다.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사업을 전개해도 닭고기 소비촉진을 장담하지 못하는 실정에서 땜질식 사업 추진은 오히려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예산이 부족하다 보니 추진되는 사업마다 부실함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하다못해 관리위원회 사무직 인건비까지 체불되는 상황까지 발생해 이대로는 닭고기자조금의 정상궤도 진입은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분명한 것은 지난 10년간 양계협회 주도로 자조금사업이 추진돼 왔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관 3개 단체의 결집을 이끌어내지 못한 탓이 무엇보다 크지만 양계협회 주도로 추진되는 자조금사업은 이미 한계에 봉착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육계업계 안팎에서는 닭고기자조금의 새로운 탄생은 육계협회 주관으로 자조금사업이 전개돼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다. 실제로 육계협회는 당장 50억원 이상의 자조금을 거출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정부지원금을 감안하면 당장 닭고기자조금은 100억원대로 올라설 수 있는 것이다.
한우, 한돈자조금이 2~3백억원대로 운영되고 있는 것을 마냥 부러워할 것이 아니라 닭고기자조금도 1백억원 이상으로 조성해 제대로 된 홍보사업, 교육사업, 수급조절사업 등을 전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육계협회 관계자는 “변변한 사업조차 전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닭고기자조금을 끝까지 붙들어 놓겠다는 것은 자조금이야 어찌됐든 우리 품에 있어야 한다는 억지주장에 불과하다”면서 “자조금사업의 정상화를 위해 구성원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진지한 고민과 함께 양보가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홍재 관리위원장은 “자조금사업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3개 주관단체를 주도해서 이끌어가지 못하고 우왕좌왕 했던 탓이 크다”면서 “앞으로 자조금사업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대의원의 합리적인 판단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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