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하농민, 시장은 무서운 곳… 단합해서 대응해야”

“시장도매인, 거래정보 공개… 수수료 도매법인 수준”



락시장의 시장도매인 도입을 반대하는 5만 명이 넘는 출하자 서명과 이해당사자간 합의를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던 중앙정부의 중재가 모두 무시될 것으로 보인다. 다농마트로 촉발된 도·소매 분리원칙 훼손 논란에 대해서는 명분 확보 차원에서라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물리적인 상황을 감안할 때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지난 12일 박현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사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가락시장의 주요현안에 대한 복심을 밝혔다. 지난 4월 20일 취임 이후 20여 일 만이다. 박 사장은 가락시장의 가장 시급한 당면과제로 직판상인의 가락몰 이전을 꼽았다. 시기적으로 직면한 현안일 뿐만 아니라 직판상인 이전이 완료되어야만 거래제도와 도매권역 시설설계 등의 마스터플랜을 확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직판상인 문제와 함께 도·소매 분리원칙에 대한 입장도 제시했다. 박 사장은 “물리적으로 가락몰에는 공간이 없기 때문에 (식품종합상가) 위치는 도매권역에 두겠지만, 소매상권과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면서 “당초 시설현대화의 명분을 위해서라도 무·배추동 2층에 배치되어있는 계획안은 재검토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현재까지 도매권역에 잔류시키는 계획이 있었지만, 조금 더 시간이 걸리더라도 당초의 목적대로 지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성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가락몰에 공간이 없다는 말 자체가 여러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시설현대화사업의 가장 큰 명분은 도·소매 분리원칙. 그런데 가장 먼저 진행된 1단계 사업. 그것도 소매상권의 명소화를 지향하는 ‘가락몰’에 식품종합상가가 입주할 공간이 없다는 말은 당초부터 기본계획에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해석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시장도매인 논란에 대해서는 강행의지를 수차례, 분명하게 밝혔다. “시장도매인에 대한 인식이 과거 위탁상의 폐해로 거부감이 많지만, 지금의 도매시장법인도 모두 위탁상”이라며 “시장도매인과 도매시장법인과의 차이는 투명한 대금정산과 거래정보 공개로 차별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5만 명이 넘는 출하자의 반대성명에 대해서는 “과거 위탁상의 망령과 충분한 의사소통이 부족한 것 같다”면서 “시장도매인에 대해 농민들이 반대하는 것은 정확한 내용전달 부족과 왜곡된 정보로 의사소통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장도매인에 대응하기 위한 산지 규모화도 촉구했다. 박 사장은 “영세소농에게 모든 제도를 맞출 수는 없다”면서 “농민들이 생각처럼 변하지 않기 때문에 농가를 빠르게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시장이 먼저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지 생산자를 보호하기 위한 공영도매시장의 설립 목적보다는 규모화된 소비지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경제적 논리가 우선했다.

경매시세를 좌우하는 규모화된 중도매인이 시장도매인으로 빠져나가는 상황에 대한 지적에 대해서는 도매시장법인의 분발을 주문했다. “도매시장법인이 지금처럼 중도매인이 수집해온 물량으로 수수료 받아서 살아가는 방식은 더 이상 계속되어서는 안된다”면서 “산지의 거래처를 잡기 위해서 지금보다 더 분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일시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기본적으로 농민들이 선택하는 것”이라며 “경쟁이 촉진되면 결과적으로 농민들에게 서비스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박 사장의 인터뷰에는 많은 관심이 집중됐다. 사장 취임 후 현안파악에 대한 시간이 길지 않았기 때문에 임명권자인 서울시의 입장이 여과없이 담겨있을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기대는 틀리지 않았다. 특히 시장도매인을 설명하며 강조된 ‘경쟁’, ‘변화’, ‘규모화’에서 충분한 행간을 읽을 수 있었다.

시장도매인은 현실에 안주하는 도매시장법인에 경쟁을 강제시키고, 영세소농에 대한 차별화로 산지를 변화시키고, 중도매인을 규모화 시켜야 한다는 의미다. 일견 농업계에 휘몰아쳤던 신자유주의 FTA(자유무역협정)의 데자뷰 같은 인상이다.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