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기별을 받고 달려온 아전들이…

 네 마리의 말이 먼지를 일으키며 풍달촌을 넘어가고 있었다. 용두 일행에게 일각의 여유도 없었다. 잘못하다가는 영감님의 시신을 볼 수도 있었다. 용두와 노루는 능숙한 솜씨로 말을 몰았다. 전직이 역관인지라 말타는 솜씨가 제법이었다.
준량은 예상 밖의 상황에 당황하였다. 우창의 무리들이 바짝 뒤쫓고 있었던 것이다. 설마하니 이렇게 빨리 쫓아올 줄은 몰랐었다. 우창과 관이 한 통속이라더니   틀린 말이 아니었다.준량과 경진이 산 속으로 숨어 들어가자 무관은 먼지를 일으키며 제천 쪽으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그 뒤를 우창의 무리들이 쫓아갔다.

덕배는 일이 수월하게 풀린다고 생각했다. 무관이란 뛰어난 무사가 있다 한들   난다긴다하는 무사 십 여명을 당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준량은 있는 힘껏 말을 몰았지만 뒤를 바짝 쫓아온 무리들을 따돌릴 수 없었다. 다급해진 마음에도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낯익은 목소리였다. 피어오르는 먼지 속을 자세히 보니 노루와 용두 일행이었다. 준량이 경진이를 불러 급히 말을 세웠다. 준량의 뒤를 쫓던 무리는 다행히도 노루 일행이었던 것이다.   멀리서 준량의 얼굴에 보자기를 씌어 말을 몰아온 것이었다.
준량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숨을 헐떡이며 따라붙은 노루와 용두 일행은 준량을  호위하며 치악으로 달리기 시작하였다.

달리는 말 위에서 노루가 물었다.
“무관은 어디 갔습니까?”
“따돌린다며 앞으로 달려갔어. 무사해야 하는데”
말을 마치기도 전에 노루는 쏜살같이 앞으로 나아가더니 이내 모습이 사라졌다. 일행이 말을 몰아 달리기 시작하자 앞쪽에서 먼지가 피어오르며 누군가 다가오고 있었다. 우창의 무사 일행을 따돌린 무관이었다. 무관은 준량과 뒤를 버티고 있는 용두를 보자 손을 흔들었다.

준량 일행은 남천쪽으로 돌아 봉양쪽으로 달렸다. 그쪽 길이 그나마 안전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한편 의림지로 간 바우가 억수의 무리들을 이끌고 달리기 시작하였다. 급히 달리는 길에 무사들과 마주쳤지만 서로 길을 터주며 지나쳤다. 준량을 쫓아가기 바쁜 무사들은 그들이 누구인지 미처 신경 쓸 여유가 없었던 것이었다. 무관을 찾기   위해 달리던 노루가 바우와 마주쳤다. 노루는 바우 일행과 같이 치악 쪽으로 무사 일행을 뒤쫓기 시작하였다. 저녁 무렵 봉양에서 우창 무사와 바우 일행이 부딪쳤다. 우창의 무리임을 안 노루가 싸움을 걸었다. 무사들은 갈 길이 바빴지만 무턱대고 길을 막고 싸움을 거는  패거리들을 상대할 수 밖에 없었다.

갑자기 말굽소리가 들리더니 용두와 무관이 합세하였다. 수적으로 밀린 무사 일행이 뒤로 밀렸다. 준량과 경진도 칼을 뽑아 들었지만 오히려 방해가 될 뿐이었다.  무관은 준량과 경진의 앞을 방어하며 준량에게 소리를 질렀다.

 “영감님! 조금만 가면 신림에 역관이 있습니다. 빨리 그리로 가십시오.”
 무관이 재촉하자 준량과 경진이 말을 타고 신림으로 말을 몰았다. 덕배는 준량이 한양으로 못 가도록 막는 일이 더 급하였다. 덕배는 무사 몇 명에게 준량을 뒤쫓을 것을 명하고 자신은 말을 급히 몰아 준량을 쫓아갔다. 싸움을 하던 무사들이 말을 타고 달려가자 용두와 나머지 일행도 말을 타고 쫓기 시작했다.

맨 앞에는 준량과 경진의 말이 달렸고 다음으로는 무사 몇 명이 뒤를 쫓았다.   그리고 그 뒤로 용두와 바우가 말을 몰아 뒤쫓고 용두 일행과 칼을 겨누던 나머지 무사들도 말을 몰아 달리기 시작했다. 어느 누구도 멈출 수 없이 쫓고 쫓기었다.  준량과 경진이는 재빨리 치악산으로 숨어 들었다.

준량을 뒤쫓던 무사들은 난감하였다. 역사를 지나쳐 준량이 산으로 숨어들었기  때문이었다. 날도 어두워 산 속으로 쫓아갔다가는 오히려 길을 잃고 일을 망칠 수도 있었다. 자신들의 뒤로는 관의 역사에 군수를 도와주는 일행이 도착한 것 같아 섣불리 행동 할 수도 없었다. 날이 어두워지자 무관과 노루는 급히 치악으로 달려갔고 용두 일행은 역사 위쪽에 불을 피워놓고 길을 막았다.

용두를 쫓던 덕배는 준량 일행이 역사에 있는 줄로 알고 숲으로 들어가 역사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무사 한 명이 난처한 표정으로 덕배에게 말했다.
“이보시오. 이제 우창에 기별을 해야 합니다. 군수가 신림 객사에 있다면 곤란합니다.”
“알았소. 지금 우창으로 소식을 전하시오.”

무사 두 명이 말을 타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역사를 노려보는 덕배의 눈빛이 점점 어두워졌다.
 치악으로 향하던 무관과 노루는 치악 언덕에서 준량 일행을 만날 수 있었다. 준량은 경황이 없었던 자신보다도 더 철두철미하게 준비를 해준 무관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준량과 일행은 어둠을 틈타 산 아래 원주목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잠을 잘 시간도 없었다. 언제 어디서 우창 무사들의 칼이 날아올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밤늦게라도 사람이 많은 원주 객주에 머물고 새벽에 출발하면 도성이 닫히기 전에 한양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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