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 국회보고, ‘TPP 출범과 동시’ 가입시기까지 언급

농민단체, “의견 수렴 등 국민적 합의없는 독단” 강력 반발



박근혜정부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을 선언했다.
지난 21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업무보고에서 “TPP가 출범하는 대로 바로 가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간 TPP 참여여부를 두고 조율하던 정부가 가입의사를 시기까지 거론하며 처음 공식 발표한 것이다. 이로써 수입농산물에 관세를 매기는 등의 국내 농산물에 대한 ‘무역 보호장치’가 완전히 사라지는 전면개방 수순을 밟게 됐다.

최 부총리는 이날 “현재 TPP가 거의 막바지 단계로, 1라운드에는 참여하지 못하는게 현실이지만 1라운드가 끝나는대로 바로 협상에 나설 것”이라며 “미국도 이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전해들었고, 최대한 유리한 조건으로 가입한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라고 정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최 부총리는 농업계 등의 여론을 의식한 듯 “쌀시장은 개방을 안하는 게 정부의 모든 FTA 협상 원칙”이라고 덧붙였다.

이달 초 미국을 방문해 웬디 커틀러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를 만나고 온, 문재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도 같은 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에서 TPP에 대한 무역협상촉진권한(TPA)을 주는 법안이 발의된 상태라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있다고 판단한다”며 “우리도 TPP 참여에 대해 국익에 최우선되는 방향으로 방법과 시기를 찾아서 하겠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TPP 회원국의 협상 동향을 면밀하게 파악하고 절차를 거쳐 공식적으로 참여 여부를 결정할 것이지만, 아직 공식적 참여 여부 결정 단계에 가 있지는 않다”고 부연했으나, 절차적인 설명일 뿐 최 부총리와 같은 맥락의 TPP 참여의사를 명확히 했다.
이에 앞서 문 차관은 웬디 커틀러 부대표와 만나 우리 정부의 TPP 참여를 문의했다는 미 현지 언론의 보도가 있었다.

문제는 정부의 가입의지 만큼 뒤따르는 ‘입장료’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특히 미·일 TPP 협상에서 드러났듯, 협상주도국인 미국이 쌀·쇠고기 등 농산물 추가개방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일본 정부에 자동차부품 관세를 낮춰주는 대신 쌀 의무수입량 이외에 매년 17만5천톤의 수입물량을 요구하고 있고, 쇠고기 수입규제를 완화토록 주문하고 있다.

TPP 가입을 조건으로 미국이 우리 정부와 협상을 벌일 때는 한미FTA 추가이행조건에 명시한 사안을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FTA 추가이행 조건으로 원산지 표시와, 쇠고기·돼지고기 시장 개방폭 확대, 자동차분야 비관세 장벽 해소, 쌀시장 개방 확대 등에 대한 실직적 요구 등이 뒤따를 것이란 예측이다.

이를 근거로 국내 농민단체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정부 계획대로 1라운드 협상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가입문제를 논의할 때 미국을 비롯한 TPP 회원국들의 가입조건이 농산물 추가 개방을 겨냥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농민단체들은 “정부는 공청회를 통해 의견수렴하고 국회 보고 등을 거치는 등 국민과 합의에 기초해서 TPP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당초 약속을 저버렸다”면서 “농민과 국민들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TPP 문제를 아무런 협의도 없이 독단적이고 음모적으로 추진하고 있음이 드러났다”고 비난했다. TPP 가입추진을 즉각 중단하라는 목소리가 높다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