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품 출하로 도매시장 기준가격 높여야”

▲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김성응 회장과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김진필 회장 등 일본 도매시장연수단은 오타시장을 돌아보며 거래방식과 물류체계, 배송시설 등을 확인했다.
공영도매시장의 현안에서 출하자 농업인들이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기 위해 일본 도매시장 연수에 나섰다. 우리나라 공영도매시장이 벤치마킹하고 있는 일본의 중앙도매시장을 통해 출하자 농업인과 소비자를 위한 공영도매시장의 나아갈 길을 2편에 걸쳐 짚어본다. 일본 선진 도매시장 연수 프로그램은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한국청과가 함께 했다.





◆ 오타시장 “도매시장 유통이 효율적…  직거래 물량 회귀”

“일본 최대 중앙도매시장인 오타시장에서는 산지를 대변하는 수집주체 도매시장법인과 소비지를 대변하는 소비주체 중도매인의 역할을 명확히 하고 있다. 특히 동경청과는 도매시장법인의 입장에서 농가소득 보호를 위해 고민하고 있다.” 연수단에게 오타시장을 소개한 동경청과 오오타케 잇페이(大竹一平) 영업본부장의 설명이다.

오타시장의 지난해 매출액은 2,663억엔(한화 약2조 6,000억원). 동경청과의 지난해 매출액은 1,940억엔(한화 약1조 9,000억원)을 자랑한다. 지난해 가락시장 상위 3개 도매시장법인의 거래실적과 비슷한 규모다.

연수단은 우리나라 도매시장 유통을 설명하고 일본사례를 청취했다. 먼저 최근 늘어나고 있는 산지 직거래에 대한 경험을 물었다. 동경청과 오오타케 영업본부장은 “과거 일본에서는 생산자가 도매시장을 통하지 않고 ‘이온’이나 ‘이토요카도’ 등의 소비지 대형마트와 직거래 하는 것이 농가에게 이익이라고 생각했다”면서 “그러나 최근에는 도매시장 유통이 효율적이라는 인식이 늘어나면서 대형마트 뿐만 아니라 생산자도 도매시장으로 돌아오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도매시장으로 회귀하는 물량이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서는 동경청과 카와시마 나쿠니오(河島國南) 영업본부 부부장이 설명했다. 카와시마 부부장은 “대형마트와의 거래에서는 필요한 등급과 물량만을 빼내가기 때문에 산지에서는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면서 “결국 단기간 출하시 이익인 듯 했지만, 장기간으로 출하등급과 물량, 시세 등을 비교할 때 도매시장이 유리하다는 경험적 판단에 따라 직거래 물량이 돌아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높은 등급의 농산물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으로 직거래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농산물 가격을 결정하는 기준시세는 도매시장이 제공한다. 쉽게 말해 상품은 직거래로 납품하고, 가격은 중·하품 평균가격을 기준으로 한다는 말이다. 현명한 출하자라면 도매시장 가격을 높여, 상대거래 가격을 높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 ▲최근 일본은 물류 효율화를 위해 차량운송 단위를 20톤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상대거래된 상품은 반입 즉시 해당 중도매인 구역에 하차된다.
◆ 일본, 출하장려금 ‘우대’…  한국, 판매장려금 ‘월등’


우리나라 농안법이 규정하고 있는 상장수수료는 7%.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가락시장의 상장수수료는 4% 수준으로 일본의 수수료 체계를 물었다. 카와시마 부부장은 “일본에서는 2009년 위탁수수료가 자율화됐지만, 도매시장법인의 위탁수수료는 채소 8.5%, 과일 7% 수준에서 변하지 않았다”면서 “특히 시·도 단위 출하의 경우 최대 1.7%까지 지급하는 등 차등화된 출하장려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중도매인의 경우 1.2% 완납장려금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은 출하장려금 비중이 완납장려금에 비해 훨씬 높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반대다. 출하장려금 0.4%, 반면 완납장려금보다 느슨한 중도매인 판매장려금은 0.65%에 달한다. 예를 들어 가락시장에 등록된 출하자 19만 9,000명은 위탁수수료 4%를 낸 다음, 거래금액의 0.4%를 환급받는 개념이다.
그러나 1,300명의 중도매인이 받는 0.65%는 인센티브 개념이다. 불특정 다수의 출하자보다 매일 부대끼는 중도매인에게 팔이 굽는 도매시장법인의 현실이다.

연수단은 가락시장의 사정을 설명하고 시장도매인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그러자 오오타케 영업본부장은 “도매시장법인이 얼마나 못했기에 그런 말이 나오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일본은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의 역할구분이 명확하고, 정부도 각 유통주체의 기능을 특화시키기 위한 정책마련을 고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시장도매인은 수의거래를 한다는데, 도매시장법인이 중도매인과 하면 되는 것을 왜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려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오타시장을 관리하는 동경도 직원은 29명. 동경도 전체 11개 중앙도매시장(식육시장 제외)의 관리인원은 301명이다. 반면 3개 도매시장(가락시장, 강서시장, 양곡시장)을 관리하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정원은 298명이다. 동경청과 임직원은 500명. 가락시장 1개 도매시장법인의 임직원 평균은 70~80명 수준. 관리조직은 비대하고, 수집주체는 부지깽이가 곧두서는 현실대비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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