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시점 설명 누락… “농가 기만한 것”

‘농업전망2015’에서 농가경제의 채산성을 나타내는 농가 교역조건(패리티지수)이 부풀려졌다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패리티지수는 작물생산을 위해 구입한 종자, 비료, 농약, 영농자재와 농업노임 등의 농가 구입가격(B)과 재배된 농작물의 판매가격(A)을 계산(A/B×100)하는 방식으로 구해지는 지수로 통계청의 ‘농가판매 및 구입가격조사’를 근거로 한다.

‘농업전망2015’에서는 농가 교역조건 추이에 대해 “2009년 이후 농가 판매가격 지수의 상승폭을 웃돌며 농가 교역조건이 개선되었지만, 2013년 기상호조로 인한 공급과잉의 영향으로 농가 판매가격 지수가 다소 하락하면서 농가 교역조건은 악화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통계청 자료를 인용한 3년간의 패리티지수(△2011년 104.0 △2012년 110.7 △2013년 105.7)를 제시했다. 이 정도라면 상당히 양호한 수준이다. 더욱이 지난해 패리티지수를 기억한다면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상승이다.

문제는 지난해 열린 ‘농업전망2014’ 가 밝힌 패리티지수와 올해 자료가 너무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제시된 패리티지수는 △2010년 88.5 △2011년 94.3 △2012년 94.4로 기록되어 있다. 올해 제시된 패리티지수와 겹치는 2011년과 2012년의 수치에서 엄청난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또한 지난해 자료를 기준으로 한다면 올해 ‘농업전망2015’가 분석한 “2009년 이후 농가 교역조건이 개선됐다”는 분석은 무색해 진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자료집에서는 아무런 설명을 찾을 수 없다. 해답은 통계청에서 찾았다.  패리티지수를 조사하는 기준시점이 2005년에서 2010년으로 변경됐기 때문이다.
통계청은 ‘농가판매 및 구입가격조사’ 조사하면서 5년마다 기준시점을 변경하는데, 지난 2013년 4월(다음변경은 2018년)에 기준시점이 바뀌었다.

2005년을 기준시점(100)으로 조사한 패리티지수는 지난해까지 단 한해도 100을 넘기지 못했다. 100을 넘기지 못했다는 의미는 농가 채산성이 얼마나 악화되어 있는가를 방증하는 수치다. 그런데, 기준시점을 2010년으로 바꿔보자. 패리티지수는 2010년 이후 모두(△2011년 104.0 △2012년 110.7 △2013년 105.7 △2014년 102.7) 100을 넘었다. 패리티지수의 개념상 100이하의 채산성 ‘악화’가 단숨에 100 이상의 ‘호전’으로 둔갑했다. 말장난 같지만, 현실이다.

정부의 싱크탱크 역할을 담당하는 국책연구기관. 올 한해 농업계를 전망하는 관측대회. 이 때문에 낙관적이거나 긍정적인 자료를 제시하고  싶어하는 의도는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러나 제시된 자료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무조건 긍정적인 메시지만을 강요하려는 행태는 불신과 기만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