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허점·백신‘맹신’ 등 뒤늦은 개선책에 농가만 질책

백신접종만으로 구제역을 막을 수 있다던 정부가, ‘접종해도 구제역이 발생한다’고 백기를 들은지 일주일만에 다시 구제역에 무릎을 꿇었다. 구제역 발병이 지속되자 이미 효능이 검증된 제품이라던 백신을 바꾸겠다고 선언한 것. 방역 매뉴얼 오작동에다 판단 잘못에 대한 뒤늦은 대응 자세까지 총체적 부실이란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농식품부는 지난 4일 가축방역협의회 구제역 분과위원회를 갖고 최근 지적대상이 되고 있는 백신 효능에 대해 논의했다. 결론은 백신 교체.

이날 농식품부는 그간 효능성에 대한 의혹투성이인 백신을 대신해 신형 백신 완제품을 긴급 수입, 우선 돼지사육농가부터 공급키로 결론을 내렸다. 지난 5일 확보한 백신은 3가(O manisa+A Iran05+Asia1 Shamir)백신으로 중동지역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메리알사가 이미 제작해 보관하고 있던 물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식품부는 현재 현장 적용시험 등을 거치는 중이라고 전했다.
신형 백신은 축산관련단체들의 요구대로 돼지에 대해 우선 공급하고, 기존 백신의 효과가 인정되는 소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실험분만 제공키로 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뒤늦은 대책 전환이란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도 그럴것이 지난달 22일 주이석 농림축산검역본부장은 ‘백신무용론’이란 여론악화에 대해 “유전자가 약간 차이가 난다 하더라도 고역가 백신을 맞게 되면 그 모든 것을 막아준다”면서 “현재 백신은 우리나라 및 유럽연합의 기준을 통과한 효능이 이미 검증된 제품이며, 현재 국내에서 유행하는 구제역 바이러스를 방어할 수 있다”고 백신 교체를 반대했다. 이랬던 주장이 뒤집히고, 정책이 뒤바뀐 것이다.

이런 잘못에 대한 지적은 구제역 분과위에서도 나왔다. 농식품부 이천일 축산정책국장은 “우리가 만든 백신도 아닌데, 효과가 없다면 없다고 왜 말을 못하겠나, 맞지 않는다면 당연히 백신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체이탈’적 표현을 썼지만, 잘못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이에 대해 한돈협회는 5일 성명을 내고 “구제역 백신효능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농가가 요구해온 것이 관철된 것”이라며 “이번 백신 교체로 구제역 확산 방지와 종식에 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구제역 발병에 대한 정부의 대응 자세에 대한 비난이 거세다. 특히 백신접종이 최고의 구제역 방제책이라며 ‘O1 manisa 균주’의 백신을 ‘맹신’했던 결과가 구제역 창궐로 이어졌다는 질책이 높다. 정부의 방역 정책에 대한 불신도 그만큼 커진 상황.

실제 농식품부가 국회 농해수위 김우남 위원장에게 제출한 구제역 관련자료에 따르면 구제역이 발병한 농장 중 감염축과 동거축 모두가 O형의 항체 형성률 100% 보인 농장도 15개소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만큼 농식품부의 주장이나 정책이 잘못됐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김우남 위원장은 “정부가 지금에 와서야 백신의 효능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논의한다는 것은 전형적인 뒷북 행정”이라며 “지금이라도 백신의 효능을 높임과 동시에 기존의 방역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다양한 방안을 즉작적으로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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