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상수도 공사가 시작되고 그 과정에서 집수탱크가 기울어져 통수를 못한 채 해를 넘길 것으로 예상했던 공사가 갑자기 급진전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기울어진 집수탱크를 철거하고 새로이 터를 잡아 그 탱크를 옮기는 공사가 시작된 겁니다. 조용한 산골짜기가 다시 포클레인의 굉음과 공사하는 이들의 부산히 움직이는 소리로 가득합니다.

나중에 안 일이긴 합니다만 최초 집수탱크를 설치했던 이가 부실공사를 인정하고 옮기는 비용을 부담했다는데, 문제는 적당한 위치로 옮기는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는 겁니다. 일단 제가 살고 있는 집이 가장 높은 지대라 이곳보다 더 고도가 높은 위치를 찾아야 하는데 이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거지요. 적어도 포클레인이 들어가 임시도로를 만들어 공사를 할 수 있어야 하고 고도가 이 골짜기 12가구에 물을 흘려보낼 수 있는 압력을 충분히 낼 수 있는 위치여야 하는데 이 조건에 맞는다 해도 개인 산주들이 허락지 않으면 공사가 불가하니까요.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임도로 올라가는 길목 산기슭에 터 파기가 시작되고 집수탱크를 올릴 높은 철골 받침대까지 만들어졌습니다. 기준이 된 저의 집과 표고차가 9m 정도 난다는 것이 시당국자의 설명이었습니다.

연내에 개통시키려던 당국의 의지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되면서 결국 해를 넘기고야 말았습니다. 마치 성탄절 선물인양 가가호호 찾아다니며 통수가 됐다고 자랑하더니 그게 하루도 못가고 물이 끊어진 겁니다. 집수탱크에 설치된 센서가 탱크수위에 맞춰 작동돼야 됨에도 제멋대로 멈춰버리니 물이 다 흘러나가도 인식을 못하는 불상사가 일어난 겁니다.

관정은 이미 1년 전에 설치됐지만 그동안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에 전기설비에 문제가 생겼다며 관정공사를 했던 이와 당국자가 몇 차례나 오르락내리락 했지만 센서 오작동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결국 2015년 새해가 돼 버렸습니다.

어쨌든 관정에 설치된 전기패널까지 교체했지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더더욱 문제는 아예 저의 집은 물이 올라오지 못한다는 거였습니다. 사람이 지켜 서서 물탱크에 충분한 양의 물이 찬 걸 확인하고 급수 여부를 살피니 다른 가구들은 문제가 없는데 유독 제 집만 반응이 없으니 공사했던 이도 당국자도 저도 난감하기가 이를 데가 없었습니다. 수도 관로가 다리를 건너는 과정에서 노출된 관로의 단열처리가 미흡해 얼었을 가능성이 커 일단 그곳을 절단해 살폈지만 굉장한 압력으로 분출하는 물줄기에 놀라기만 했습니다. 다리를 건너 집 마당까지는 적어도 30m는 넘는데 다시 땅을 파 관로를 점검해야 하는 최악의 사태는 막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도 역시 노련한 사람은 수도공사를 직접 실시했던 회사의 공사반장이었습니다. 압력이 충분치 못하거나, 어딘가 관로가 얼었거나, 아예 막혀 있거나 등의 몇 가지 가능성을 검토하더니 다리를 건너 땅으로 묻힌 부분의 관로가 얼었다는 사실을 찾아낸 겁니다. 관로를 들어내고 그 위에 불을 지피니 얼음이 조금씩 흘러나오기 시작했지만 자칫 잘못하면 관로가 타 버릴 수도 있어 일단 스팀해빙기로 녹여보기로 했습니다.

집에서 연결선으로 전기를 끌어와 해빙기를 가동했더니 과부하가 걸렸는지 집 배선차단기가 떨어지는 사태가 일어나 결국 집안에 있는 모든 전기제품 코드를 빼고 나서야 정상적으로 해빙기가 작동됐습니다. 대략 2미터 가량 좁은 수도관이 얼어 있어 물이 올라가지 못하고 있었던 겁니다. 해빙기가 공기를 빨아들이는 소리를 내더니 고드름 같은 얼음줄기가 떨어지고 드디어 부엌 수도로 물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당국자도 공사 책임자도 모두들 한시름 놓는 순간이었습니다. 드디어 샘물웅덩이 수위만 바라보던 노심초사는 던져 버려도 됐으니 어찌 기쁘지 않겠습니까.

집수탱크 센서문제는 건너 집 할머니 댁 소방관으로 근무하는 막내아들이 관정과 연결된 전선이 잘못 결합된 걸 발견하면서 일단락 됐습니다만 치밀하고 정확한 공사마무리가 안 되는 풍토는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최초공사로 설치된 간이상수도니 어느 남쪽 동네마냥 이주민이 간이상수도를 못쓰게 해 빗물을 받아쓰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없음도 감사해야 할 을미년 새해 첫 달입니다.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