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득작물로 인식…전국적으로 재배열기 ‘후끈’


 생산량부족, 꽉막힌 판로로 재배에 신중 기해야

 작물의 대중화 위한 홍보, 요리 활용방안 등 필요


2014년은 마른장마, 폭염, 폭우 등 기상이변이 발생한 한 해로 기억된다. 올 해 장마기록은 총 26일로 역대 6번째의 짧은 장마로 기록됐다. 중부지방 206mm, 남부지방은 196.3mm의 장맛비가 내렸는데 이것은 장마 중 역대 4번째로 가장 적은 강수량으로 기록됐다. 하지만 울산은 8월 한 달 동안 570.7mm의 기록적인 비가 내려 12년만에 8월에 가장 많은 비가 내리는 등 기상이변을 연출했다.

이로 인해 농촌에서는 농작물 타들어가고, 일부지역에서는 식수까지 위협받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같은 기상이변에 대비해 몇 년전부터 농촌에서는 아열대기후 작물들을 연구하고 있다. 하지만 한 발 빠른 연구로 시범재배에 성공하는 작물이 있는가 하면, 재배에 성공했음에도 판로를 개척하지 못해 위기를 겪고 있다.

■ 지자체와 농업인들의 변화 시도

▲ 경기 한라봉
아마란스, 오크라, 패션프루트처럼 몇 년전만 해도 이름이 생소했던 작물들이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있다. 또한 한라봉, 무화과처럼 친숙한 작물들은 따뜻한 남쪽지방을 벗어나 북쪽지방으로 재배지가 확산되고 있다.

올 해처럼 기상이변이 급변하는 것에 대비해 많은 지자체에서는 아열대작물을 도입, 연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추운 지역중에 하나인 강원도 철원군에서는 올 초 얌빈(히카마)와 모링가의 시범재배를 추진했으며, 삼척시에서는 카레의 주원료 울금의 첫 시험재배에 성공했다. 특히 삼척시는 노지에서 1000㎡에 2~2.5톤 정도의 울금을 수확해 재배가 가능함을 확인했다.

삼척시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강원도는 채소재배가 쉽지 않지만 일부 아열대작물이 재배가 되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울금, 얌빈, 오크라, 왕토란 등이 시범재배를 거쳤는데 이같은 과정을 통해 농업인들이 새로운 작물 재배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 아마란스
전라남도에서는 아열대 작물의 재배면적이 점차 늘어나면서 새로운 소득 작물로 각광받고 있다. 전라남도는 아열대 작물의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오크라, 아스파라거스, 열대시금치, 아티쵸크, 아피오스, 모로헤이아 등 채소류 6종과 망고, 패션프루트, 파파야, 아떼모야, 구아바 등 과수류 5종을 유망작물로 선발해 유전자원 수집 및 특성 검정과 재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전라남도에서 콜라비, 아스파라거스, 차요테 등 11종의 아열대 작물을 120농가에서 38㏊ 가량 재배하고 있으며, 이는 2011년 재배면적 13㏊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난 면적이다.

광양시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광양시는 기후변화에 대비해 매실의 대체작물로 망고와 패션프루트를 시범재배하고 있고, 2016년부터는 본격적인 수확을 기대하고 있다”면서 “10여년이 지나면 수입과일들과의 경쟁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다양한 작물을 통해 우리 농업의 경쟁력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양시는 올 초 기후변화와 미래농업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한 망고, 용과, 천혜향 등 10종의 열대과수 실증시험 재배에 성공했다.

▲ 오크라
전라남도농업기술원은 한반도가 2050년경에는 전남을 비롯한 남해안 지역은 제주도와 같은 난대성 기후대가 되고, 2100년경에는 아열대기후가 도래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와함께 경상북도에서는 몇 년전부터 안동지역을 중심으로 얌빈을 도입해 소득작목으로 정착시키고 있고, 오크라와 아마란스 등 아열대작물 시범재배도 속속 성공하고 있다.

경상북도는 지난 2007년부터 지금까지 108억원을 투자해 대체과수육성에 나서고 있는데, 경상북도농업기술원은 2008년부터 기후변화에 대응해 아열대 과종인 구아바와 한라봉, 키위, 무화과, 석류, 보리수 등 6개 과종을 시험재배하고 있다.
이밖에도 경상남도 등 남부 해안지역은 겨울철 기온이 크게 떨어지지 않고 물류비도 적게 들어 망고, 용과와 같은 아열대작물 재배의 적지로 떠오르고 있다.

■ 섣부른 재배 도전은 금물

충남 당진시에서 오크라와 야콘 등을 재배하는 이명옥씨는 3년전 오크라 재배를 시작했지만 한 때 재배에 성공해놓고도 판로를 찾지 못해 창고에서 썩혔던 기억을 갖고 있다.
이 씨는 기후가 점차 변하고, 다문화가정이 증가하면서 아열대작물 가능할 것이란 생각에 재배에 뛰어들었다. 올 해는 방송을 통해 오크라가 알려지면서 상황은 조금 나아졌지만 당시에는 막상 재배를 해놓고 보니 판로를 찾지 못해 농사를 접기 직전 단계까지 갔다고 한다.

▲ 공심채
기후변화에 대응해서 새로운 작목 도입이 필요한 시기지만 섣불리 시작했다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단면을 보여준 사례다. 기상이변에 대비해 많은 지자체들이 생소한 아열대작물을 연구하고 있고, 관심을 갖는 농가가 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생산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 농업기술의 발달로 생산은 잘 해내지만 판로, 활용법 등을 충분히 따져보지 않고 섣불리 나섰다가 실패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올 해 만났던 농업인 중 경기도 용인시에서 커피나무를 재배하는 임희정씨도 아열대작물을 선택할 때 환경, 판로, 용도 등을 꼼꼼히 연구하라고 조언한다.

임 씨는 “귀농자들이 많은 관심을 갖는 커피나무는 주로 4~5년은 자라야 대품이 되는데 그동안 들어가는 난방비나 여러 재원을 생각하면 대품이 된 후 직거래를 해도 단가가 4~5만원선으로 아직 낮다”면서 “커피나무는 재배만해서는 소득을 올리기가 쉽지 않은 작물인만큼 전액을 투자하는 일은 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커피의 경우 국내음료시장이 커지면서 나무시장도 주목받고 있지만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판매처도 충분히 확보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경상북도농업기술원 생물자원연구소 권중배 실장은 “기후가 아열대로 서서히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기능성 작물의 연구가 필요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빠른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면서 “기능성을 갖춘 작물들이 많이 등장해 농가 경쟁력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전문성 키우고 대중화에 노력해야

이처럼 기후 변화는 농작물의 재배품종, 재배지역·시기, 재배유형 등 생산 형태를 바꾸고 있고, 국민의 식탁도 변화시킬 수 있다. 온난화가 지속되면서 과수와 채소를 막론하고 아열대 작물이 유망작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 패션프루트
지만 아직까지는 수확량이 전국을 감당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고, 그에 따른 판로도 개척이 필요한 상황이다. 아열대작물 재배가 주로 개인이 소규모로 시도하거나, 지자체의 시범사업으로 추진되면서 재배자나 연구자나 그 성공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이유다.

경기도 의왕시에서 울금을 재배하는 김인석씨는 “인삼이 몸에 좋은 것은 누구나 알지만 매일 찾아먹지 않듯이 아열대작물을 재배한다면 꼭 소비자들이 왜 먹어야 하는지를 알려줄 필요성이 있다”면서 “이름도 생소한 아열대작물에 대해 정보를 제공해 언제든 찾아먹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천시에서 한라봉을 재배하는 김진영씨는 “한라봉은 제주도 말고도 내륙 일부지역에서 생산되고 있지만 생산량이 제주도에는 훨씬 미치지 못해 시장에 내놓기 보다는 직거래로 판매한다”면서 “아마 다른 아열대작물들도 가락시장과 같은 큰 시장에 나오기 보다는 필요한 사람들이 찾아서 먹는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변화에 맞춰 아열대작물의 도입과 연구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지만, 당장 눈앞에 보이는 달콤함만 쫓다가 보면 자칫 낭패를 볼 수 있다. 그런 만큼 종자선별부터 토양관리, 재배법연구, 판로확보 등에 대해 전문성을 익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농촌진흥청 온난화대응농업연구센터 성기철 박사는 “최근 농업기술이 발달해 아열대작물의 재배가 전국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기존의 국내작물들의 경쟁력이 높은 것이 현실인 것 같다”면서 “언젠가는 아열대작물과 같은 새로운 작물이 도입되겠지만 소비자들한테 받아들여지는데 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예상했다.

이어 “아직까지는 아열대작물들의 소비층이 주로 동남아에서 온 사람들이라 국내 소비자들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작물에 대한 홍보나 활용할 수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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