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최저가에 시달린 농산물… 배추 한 포기 1,000원


도매시장, 정가·수의매매 ‘확대’… 지방도매시장 ‘약진’

가락시장 시설현대화 ‘외화내빈’… “기준가격 흔들린다”


2014년은 농산물 유통에 있어 힘들었던 한 해로 기억될 전망이다. 농산물 시장은 연중 최저가격에 시달려야 했으며, 위축된 소비심리는 언제 회복될지 가늠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도매시장에서는 농산물 시세의 유동성 완화와 대량 거래처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정가·수의매매가 활발하게 진행됐고, 이 과정에서 지방도매시장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그러나 전국 농산물 시세의 기준가격을 형성하고 있는 가락시장은 출하농가의 반대를 무시한 채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본격화하고 있으며, 시설현대화사업은 부동산 임대사업으로 변질됐다는 논란을 낳고 있다.

◆ 5년 이래 최저가 ‘암울’...수입과일 시장 확대

올해 1월 1일부터 12월 20일까지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배추 상품 10kg 망당 평균가격은 2,950원이다. 월동배추부터 시작해 봄배추, (준)고랭지배추, 가을배추를 지나는 4작기 동안 가락시장으로 출하된 배추의 상품 평균이다. 그나마도 2월, 3월, 4월, 5월, 6월, 10월, 11월의 7개월 동안은 평균에도 못 미쳤다. 특히 4월과 5월 평균가격은 1,620원, 1,890원에 불과했다.

여기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유통실태조사 결과를 더하면 농가의 판매가격 추론이 가능하다. 2013년 기준으로 배추의 유통비용은 △봄배추 61.4% △고랭지배추 71.8% △가을배추 67.6% △월동배추 65.6%이다. 배추 유통을 위해서는 평균적으로 연간 66.6%의 유통비용이 소요된다는 의미다. 고정비용인 유통비용을 기준으로 산지가격을 역산하면 배추 한 포기당 325원(33.3%) 정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는 포전거래 과정이 포함되어 있다. 산지유통인의 마진을 감안하면 재배농가의 몫은 포기당 200~300원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배추 뿐만 아니다. 올해는 추석 성수기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였다. 추석을 전후한 3주간(8.25~9.13)의 가격을 살펴보면 △신고 배 7.5kg 상품 상자당 1만3,740~2만8,580원 △홍로 사과 5kg 상품 상자당 1만3,710~3만1,130원을 기록했다. 최근 5년 이래 가장 낮은 시세이다.

38년만에 이른 추석이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전반적인 과일류 생산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품목 대부분이 첫 출하가 빨라졌고, 출하기간과 출하량이 늘어났다. 복숭아는 풍부한 물량과 함께 품종별로 출하시기가 중첩되면서 추석시즌까지 영향을 끼쳤다. 맛이 덜 든 배와 사과는 복숭아 단내에 밀려 대목장을 잃어버렸다.

반면 수입산 과일은 가파른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바나나로 대표되는 수입과일 시장은 이미 미국산 체리의 계절적 수요에 자리를 내놨다. 특히 7월 한 달간 대형마트 전체 과일매출 순위 2위를 미국산 체리가 차지했다. 미국산 체리는 한미FTA 발효로 24%에 달하는 관세가 철폐되면서 △2012년 9,454톤 △2013년 9,130톤 △2014년 1만3,290톤으로 급증했다.

◆ 도매시장의 변화 ‘정가·수의매매’…지방도매시장의 ‘약진’

올해 농산물 유통의 중심경로인 공영도매시장 거래의 가장 큰 특징으로 정가·수의매매의 활착을 꼽을 수 있다. 상장경매의 단점으로 지적되어온 가격진폭을 완화시키고, 급변하는 소비지유통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거래방식으로 도입된 정가·수의매매는 정부의 정책지원과 맞물리면서 도매시장 거래에 성공적인 뿌리내림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10월 창립 75주년 기념식을 가졌던 서울청과는 정가·수의매매를 위해 ‘하절기 상품의 동절기 판매 전략’를 수립했다. 성출하기 가격 하락을 우려하는 포도(거봉) 출하자의 요구에 따라 CA저장을 이용해 대형유통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농산물 유통표준화 사업과 연계한 당근 판매 전략 등으로 10월말 기준 4만3,980톤의 정가·수의매매 실적을 기록했다.

동부팜청과는 CJ프레시웨이와의 겸영사업, 소매유통업체들이 모인 이레GL협동조합과의 업무협약 등을 통해 정가·수의매매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동부팜청과가 기록한 4만7,248톤(10월말 기준)의 정가·수의매매 실적은 전국에서 손꼽히는 거래물량이다. 동부팜청과와 CJ프레시웨이와의 겸영사업은 CJ프레시웨이를 매매참가인으로 등록, 산지를 섭회해 농사물 공급관련 계약을 체결하고 공급받은 원물을 소분 포장작업을 거쳐 물류센터로 직접 공급하는 방식이다. 거래단가는 ‘거래 10일전 2주간 고정단가’를 원칙으로 CJ프레시웨이, 경매사, 출하자간 협의를 통해 결정되는 방식이다.

정가·수의매매의 성공적인 활착에는 지방도매시장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지난 10월 농식품부가 주최한 ‘정가·수의매매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대전중앙청과는 지방도매시장 약진의 대표적이 사례이다.

대전중앙청과는 정가·수의매매의 공정성·투명성 확보를 위해 ‘중도매인 정가·수의매매 요청서’, ‘경매사 분배 지시서’ 등의 자체 서류를 보완했고, 낙찰명세서에 하역장소를 명시해 물류 효율화를 꾀했다.

또한 전국 최초의 공영도매시장 내 신선편이 시설 설치 및 운영을 빼놓을 수 없다. 대전중앙청과의 대명사가 된 신선편의 시설은 다양한 소포장 상품을 정가·수의매매로 공급하고 있다. 더욱이 중도매인이 상품화한 친환경농산물의 품질과 안전성을 책임지고 보증하기 위한 품질 보증 ‘참마크’를 개발해 농산물 브랜드화에도 적극 앞장서고 있다는 평가다.

천안청과의 사례도 새롭다. 최근 2호점을 오픈하고, 내년 1월 3호점 오픈을 준비하고 있는 천안청과가 상표등록권을 보유한 ‘All Fresh’ 는 도매시장과 소매상권의 상생전략이다.  ‘All Fresh’는 ‘천안청과→중도매인→소매상→천안청과’로 순환되는 시스템이다. 소매상이 상표권 사용을 요청하면 중도매인과 연계시켜 도매시장의 유통기반을 활용한 농산물을 공급, 소매상권의 연계와 중도매인의 규모화 등을 통해 도매시장이 활성화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한 전략이다.

◆ 흔들리는 기준가격… 누구를 위한 가락시장인가?

우리나라 농산물 시세의 기준가격을 발견하는 가락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서울시의회는 지난 2012년 말 출하농민들의 반발을 무시한 채 가락시장에 시장도매인을 도입하는 내용을 담은 조례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출하농민의 반대여론이 높고, 날선 공방으로 대립하는 도매시장 유통인들의 상황을 감안한 정부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농안법에 따르면 중앙도매시장의 업무규정을 변경할 때에는 농식품부 장관의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자 서울시는 △대금정산 조직 설립 △연구용역을 통한 시장도매인의 적정 규모 및 자본금 검토 △출하자 농업인과 각 유통주체가 참여하는 공청회를 통한 합의의 세 가지 단서조항의 해결을 전제로 조건부 승인을 요청했다. 세 가지 단서조항 가운데 마지막 ‘합의’에 대한 문제는 처음부터 ‘애매한 절충안’으로 지적되어 왔다.

마지막 합의에 대한 논란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지난해까지 확정된 바 없다며 입장 표명을 꺼려왔다. 그러나 올해 연구용역 진행과 서울시의회 보고 등을 통해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노골화했다.

공청회 이후 구성된 이해관계자협의회는 공론의 장이 되어야 함에도 비공개를 고집했고, 편향된 진행은 도매시장을 반목으로 몰아가며 구설을 낳고 있다. 오직 찬성과 반대, 흑백의 잣대만 들이대고 있다.
더욱이 대다수 출하농민 의견도 무시되고 있다. 최근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와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등 11개 농업인단체는 공동으로 “가락시장 내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건의문을 국회와 농식품부, 서울시 등에 전달했다.

가락시장 시설현대화 사업의 첫 결과물이 대강의 모습을 드러냈다. 화려한 외관. 제2롯데월드와 가든파이브를 잇는 송파대로 부동산 벨트에 동참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관리업무동은 시설현대화 1단계 사업의 정수. 3,000억 원이 넘는 시설현대화 사업 예산이 투입된 이곳은 내년 2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유통인들은 판매동 입점을 거부했다. “도매시장 영업환경과 전혀 맞지 않는 기형적인 건축물”이라는 지적이다. 지하 1층에서 지상까지의 동선은 너무도 가팔랐다. 무동력 운반기구는 물론, 동력운반차도 짐을 싣고는 지상으로 올라오지 못했다.

가락시장 시설현대화사업의 본류는 2·3단계 사업이다. 그러나 1단계가 완료된 이후에도 2·3단계 사업은 상당기간을 건설기본계획 수정 및 보완에 소요할 것으로 보인다. 사업기간 최소화와 기재부의 타당성 재조사 기준을 넘지 않기 위해 9,488억 원 범위 내에서 예산조정을 해야한다. 2·3단계 사업가능 예산은 6,000억 원 수준. 추가예산이나 민자투자 등이 거론될 경우 1단계 사업비의 과용은 두고두고 문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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