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열대과일·냉동마늘·삼겹살 등 공략 예상

“열대과일은 필리핀과 태국에서 많이 들어와 별 타격이 없을 것이고, 냉동 삼겹살은 이미 미국과 캐나다산에 관세가 철폐되고 있어서 영향이 크지 않을 전망이다.”

세계 쌀 수출 2위 국가이자, 우리나라에 한해 6억달러 상당치의 농산물을 수출하고 있는 베트남과 FTA협정이 체결됐다. 그간 여러 FTA가 발효되면서 시장개방폭이 넓어졌기 때문에 한·베FTA로 인한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피해가 미미할 것이라는 얘기 속에, FTA로 인해 농업분야가 이미 만신창이 됐다는 것을 정부가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응웬 떤 중 베트남 총리는 지난 10일 부산 해운대구 한 호텔에서 양국 FTA 실질 타결 합의를 선언했다.

농식품부가 밝힌 한·베FTA 농업분야 협상결과에 따르면 한·아세안 FTA의 민감·초민감품목 525개를 대상으로 협상한 한·베FTA는 총 122개 품목에 대해 추가개방을 약속했다. 양허제외됐던 쌀에 대해서는 협정대상에서 아예 제외해 보호 수준을 높였다고 강조했다. 베트남측의 요구대로 망고(30%), 파인애플(30%), 두리언(45%) 등의 열대과일에 대한 관세가 10년후에 완전 철폐된다. 파인애플쥬스(20%)는 5년후, 과실혼합물(45~50%)은 10년후 없어진다. 냉동삼겹살은 10년후에 관세가 사라지고 소고기중 식용설육은 3년후 철폐키로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난 11일 이에 대한 브리핑에서 “열대과일 수입개방으로 사과, 배 등 국내산 과일 수요감소가 예측되지만, 몇 품목은 필리핀과 태국에서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피해분석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축산물인 냉동삼겹살 수입문제에 대해서도 “10년후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지만, 이미 미국·캐나다산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고 있어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냉동마늘도 10년후 관세가 없어진다지만 중국산 때문에 경쟁력이 높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미 상당한 시장개방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한·베FTA로 인한 추가 피해가 미미할 것이라는 얘기이고, 이는 정부 입장에서도 FTA로 속출하고 있는 농업피해를 인정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정부가 한·베FTA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입회 자격요건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협정대상에서 쌀을 제외했다는 설명 또한 무의미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완전 무관세 라운드’인 TPP에 가입하려는 정부가 쌀을 예외항목으로 지킬 명분이 없다는 게 이유다. 가장 싼 생산단가로 세계 2위 쌀 수출국인 베트남측이 이번 협상에서 이를 충분히 고려했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또 정부는 베트남 메콩델타에 농기계공장을 짓고 농자자재부품을 수출할 것이라는 청사진을 품고 있지만, 이 또한 역공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베트남 최대의 농산물 생산지인 메콩델타지역이 농기자재 현대화로 생산력을 갖출 경우, 적극적인 농산물수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는 전망이다.

농학계 한 전문가는 “교역품목이나 규모가 미미한 열대과일의 무역로가 열리면 일단 국내 과수농가들의 직접적인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뿐 아니라 음식문화에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우리나라에 초점을 맞춘 수출 정책이 예상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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