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농축산물 ‘양허제외’ 품목 30%…FTA중 최대 성과”


농민단체 “FTA전에도 큰 피해…몇 년내 농업 존립 위기 올 것”



한중FTA협상이 지난 10일 전격 타결됐다. 중국에서 열린 APEC정상회담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 시진핑 주석과 회담을 갖고 이날 양국의 FTA협상 타결을 공식 선언했다. 정부는 최종 타결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한 단계이지만 일부 기술적인 사안을 올해 안에 마무리해 국회 비준 동의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한중FTA 협상에서 자동차와 반도체 등 제조업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취약한 농수축산 분야에서 상당히 많은 양허제외 품목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농수축산물 가운데 수입액 기준 60%를 일정기간 후 무관세화하는 관세철폐 대상에서 제외했고 그중 절반에 해당하는 30%를 어떠한 추가적인 개방의무로부터도 보호받는 양허제외 지위를 확보했다. 전체 농수축산물 수입액 기준 30% 양허제외는 우리나라가 그동안 체결한 12개 FTA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정부측 평가다.

구체적으로 쌀을 비롯해 고추, 마늘, 양파, 사과, 감귤, 딸기, 수박, 복숭아, 배, 조기, 갈치, 쇠고기, 돼지고기 등 주요 농수축산물 548개 품목을 초민감품목으로 분류, 양허대상에서 제외했다. 감귤과 소비대체 효과가 큰 오렌지, 과실류 주요 가공품인 포도·사과·복숭아·딸기·토마토 주스도 양허제외 품목에 포함됐다.

그동안 주요 FTA의 양허 제외율을 보면 한·미 FTA는 1.0%, 한·유럽연합(EU) FTA는 2.8%, 한·캐나다 FTA는 14.4% 수준이었다.
또 대두, 참깨, 고구마전분, 팥, 기타사료, 맥아 등 대중 수입 의존도가 높아진 품목들은 이미 WTO가 규정한 TRQ를 정했다.

이에 비해 가공식품인 간장·된장·고추장·메주 등 전통식품과 국내 생산기반 유지가 필요한 식품용 대두유·설탕·전분 등 가공식품도 양허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5년에서 15년 안에 단계별로 관세를 감축키로 합의한 것이다.
김치도 현행 관세율 20%를 18%로 낮춰 중국산 김치의 수입가격이 낮아지게 됐고, 바나나 등 수입농산물과 경쟁 관계에 있는 품목은 개방했다.

이에 비해 중국측은 쌀, 설탕, 밀가루, 식물성 유지, 담배 등 전통적 민감품목인 102개 품목을 양허제외키로 했다. 나머지 1,029품목(전체 91%)는 관세를 철폐키로 했다.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신선육류와 과채류 가공품, 파스타, 인스턴트면 등 민감품목은 20년내 관세를 철폐키로 했다. 여기에는 김치 등 조제저장 채소, 커피 조제품 등도 포함돼 있다. 냉동 쇠고기·돼지고기·닭고기, 신선 사과·배·포도 등 과실류 등은 10년내 관세철폐를 결정했다. 특히 채소류는 신선, 냉동을 불문하고 전 품목에 대해 10년내 관세를 철폐키로 했다.

또 중국 농수축산물에 대한 국내의 식품 안전 우려를 고려해 한·중 FTA 위생·검역(SPS) 협상에서 ‘지역화’ 조항을 허용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지역화 조항을 넣을 경우, 특정 지역에서 병충해나 구제역 등 가축질병이 발생했을 때 그 지역에서 생산하는 농수축산물에 대해서만 수입을 금지할 수 있지만, 이번 합의로 중국내 어느 지역에서든 병충해, 가축질병이 발생하면 관련한 중국산 농축산물 품목 전체를 수입금지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번 한중FTA 타결로 전체 농수축산물 수입액 가운데 FTA 체결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64%에서 80%로 높아지게 되면서 우리 농수축산 분야가 더욱 취약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외국산 농산물이 대거 유입되면 국내 농축산물 생산기반 자체가 붕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는 20일 대규모 반대집회를 예고한 농어민단체들은 “정부가 이번 협상에서 쌀을 비롯한 614개 품목을 양허제외 하는 등 농축수산물 시장개방을 최소화했다고 하지만 지리적으로 가까운데다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마음만 먹으면 집중 공략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FTA를 통한 관세 철폐나 관세감축이 없는 상황에서도 이미 지난 2013년 대중국 농업분야 무역적자가 37억6,700만 달러에 달할 만큼 피해가 심각한데 이번 협상타결로 몇 년 지나지 않아 우리 농업은 존립마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따라서 농어민단체들은 “‘FTA무역이득공유제’, ‘농산물 최소가격보장제’ 등 특단의 대책을 수립하고 국회는 대책없는 한중FTA 국회 비준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는 “중국과의 농산물 교역 특수성을 감안해 우리 농업의 근본적 체질을 개선하고, 미래성장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종합적인 대책을 수립해 나갈 계획”이라면서 “앞으로 최종 협상결과를 근거로 영향분석을 실시하고, 이에 따른 피해보전 대책, 경쟁력 강화 및 대중국 수출확대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정식서명까지 후속 협정체결 절차에 철저히 대응할 것이며, 정식서명이 끝나면 국회 비준동의안을 제출하고, 동시에 국내 보완대책도 제출할 수 있도록 면밀히 준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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