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관계자협의회, 일방적 시장도매인 옹호 논란


   선행연구자 및 출하농민 참여 실태조사 요구 ‘묵살’

 “상장경매, 과정만 공정”…시장도매인, ‘과정도’ 불투명



공영도매시장에 대한 근본이 부정되고 있다. 공영도매시장의 공적기능은 시대에 뒤떨어진 구태로 치부되고, 공영도매시장 유통인들의 사적이익은 유통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경쟁촉진으로 강조됐다. 공영도매시장의 거래제도 변화가 출하농민을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정작 거래제도를 합의하는 과정에서 출하농민은 앉아있던 방석마저 뺏기는 형국이다. 결국 공영도매시장의 출하농민은 ‘호갱’(호구고객) 이었다. 국민의 혈세로 만들어진 공영도매시장. 정확히 농안법이 적시하고 있는 중앙도매시장 1호. 서울특별시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의 현실이다.

지난 10일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전제한 제2차 이해관계자협의회를 개최했다. 이전 회의와 마찬가지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그러나 한 번 빠진 평형수는 회복되지 않았다. 독단은 쌍방향 소통을 거부했고, 권위를 앞세워 대표성을 짓눌렀다.

협의회에서는 가락시장 시설현대화와 강서시장 시장도매인에 대한 선행연구를 수행했던 전문가들을 보강시키자는 의견이 개진됐다. 출하농민의 참여를 늘려 도매시장 이해관계자와 5:5로 구성하고, 정확한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논의되는 과정을 공개하면 생산적인 결과가 도출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권승구 동국대 교수는 “적어도 이해관계자에 많은 농민들이 참여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맞다. 우리가 앉아가지고 농민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저렇게 생각한다고 말하는 것은 소설 쓰는 것 밖에 안 된다. 실태조사를 통해서 제대로 밝히고 이야기 해보자”고 제안했다.

권 교수에 따르면 정부가 정가·수의매매를 도입한 이유는 공적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다. 상장경매는 모든 사람이 지켜보고 있음에도 못 믿어서 전자응찰기와 cctv 녹화까지 한다. 그러나 시장도매인은 1:1거래다. 시장도매인의 효율성으로 강조되는 수집기능과 분산기능에는 어차피 돈이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효율성으로 말하기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무시됐다. 상장경매의 공정성도 매도됐다. 좌장인 성진근 한국농업경영포럼 이사장은 “경매가 공정한가? 경매의 프로세스는 공정한데, 결과는 대단히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가격등락폭이 심한데 예약거래로 가면 운반비도 못 받는 결과는 피할 수 있다. 농가들 누가 대표할 수 있나? 그래서 학자들이 대표로 나온 거다”고 일축했다.

도매시장의 생리를 아는 사람이라면 일정부분 수긍할 수 있는 말이다. 첫 거래나 소규모 출하, 같은 작목반 내에서도 작목반장과 작목반원의 가격차이 등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거래과정을 투명하게 들여다 볼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지적이다.

시장도매인은 어떤가. “시장도매인은 프로세스부터 결과까지 대단히 불투명하다”는 반박이 가능하다. 강서시장을 보자. 겉으로는 경매제 시장에 비해 시장도매인의 발전이 눈부시며, 대형유통에 대응할 수 있는 거래제도라며 성과를 자랑한다.

그러나 시장도매인은 출하농민 서비스의 기본인 가격정보 조차 스스로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출하선택권을 운운하지만, 어느 시장도매인이, 어떤 물건을, 얼마에 팔았는지 조차 모르는 현실은 ‘눈 가리고 아웅’이다.

농안법 제35조의 2는 “도매시장법인 또는 시장도매인은 출하자와 소비자의 권익보호를 위하여 거래물량, 가격정보 및 재무상황 등을 공시하여야 한다”(제35조의2) 고 되어 있다. 동법 시행규칙(34조의2)에서는 △거래일자별·품목별 반입량 및 가격정보 △주주 및 임원의 현황과 그 변동사항 △겸영사업을 하는 경우 그 사업내용 △직전 회계연도의 재무제표 등을 공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실은 어떤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시장도매인이 영세하다는 이유로 공사 유통정보에서 관련정보를 대리공시하고 있다.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경매제 시장과 달리 시장도매인은 3~4일이 지난 이후 자료를 공시한다. 11월 13일 현재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유통정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강서시장 시장도매인 공시는 부류별 가격정보 뿐이다. 그것도 11월 10일자가 최신이다. 품목별 반입량이나 52개 시장도매인별 거래가격은 조회할 수 있는 항목조차 없다.

기본부터 충실하자. 52개 시장도매인 어느 곳도 자체 공시를 하는 곳은 없다. 출하농민 본인에게는 휴대전화 메시지나 FAX를 통해 거래내용을 알린다고 하지만, 공개적인 게시를 통해 일반에게 널리 알린다는 ‘공시(公示)’의 본뜻과는 거리가 있다.

그나마 시장도매인의 자체 노력으로 평가될 수 있는 점은 재무제표와 주주 및 임원현황을 한국시장도매인연합회 홈페이지(알림마당→시장도매인 경영공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뿐이다.
지난 ‘2012년 농산물도매시장 평가결과보고서(시장도매인)’는 “강서시장의 경매제 법인은 홈페이지를 통해 일일가격정보를 공개하여 효율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거래 투명성을 확보하고 있으나, 시장도매인의 경우 가격정보를 통합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채널이 없다”라고 지적한 바 있지만, 지금까지 바뀐 것은 없다.

한편 이날 열린 이해관계자협의회는 출하농민을 제외시킨 소위원회 구성을 합의했다. 중도매인 대상으로 시장도매인제 교육을 실시한 후 설문조사를 진행하기로 했으며, 이와 관련 사항은 소위원회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제3차 이해관계자협의회는 소위원회의 논의사항을 바탕으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좌장의 제안으로 구성된 소위원회는 △위원장 이래협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유통본부장 △법인측 3명. 권승구 동국대 교수, 고규석 동부파마청과 사장, 권장희 서울청과 상무 △중도매인측 3명. 김윤두 건국대 교수, 정석록 전국과실중도매인조합연합회 서울지회장, 이현구 한국농산물중도매인조합연합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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