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시장으로 뻗어나가는 대한민국 ‘쌀’

정부가 고심 끝에 쌀 관세화를 결정했다. 20년 전 쌀 관세화를 유예했을 때에 비해 우리 농업 여건은 많이 바뀌었다. 전체 농업에서 쌀의 비중은 20년 전 28%에서 현재 17%로 낮아졌다.

국내 쌀산업은 쌀 소비가 감소하고 수입량이 계속 늘어 잠재적 과잉상태가 예상되며 관세화에 대비한 대응전략으로 새로운 수요처 확보를 위해 해외시장 개척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실정이다. 이와 함께 우리 농업계는 쌀 관세화를 위기로만 볼 것이 아니라 농식품 수출을 늘리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미 일부 농업인들과 지자체, 지역농협들은 농식품 수출에 사활을 걸고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괄목할 만한 성과를 올린 곳도 많다. 서천농협은 지난해 쌀 170만 달러어치를 호주 등에 수출했다. 또 부안농협은 몽골에 쌀 90톤을 수출했다. 주목할 것은 중국과 위생검역협정이 체결되면 상당한 양의 쌀이 수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순수 쌀 수입국이기 때문이다. 비싼 고품질 쌀은 수천만 명의 중국 부자들이 선호하기 때문에 우리도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하다.
농촌진흥청의 행보도 주목되고 있다. 수출쌀 품종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이어, 온난화 등 기후변화에 적합한 품종개발도 가시화되고 있다. 이미 열대지역에서 최상의 재배가 가능한 품종을 개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글 싣는 순-

Ⅰ. 용도별 기능성·가공용 쌀 개발로 소비 활성화
Ⅱ. 수입쌀보다 맛과 품질이 우수한 쌀 개발
Ⅲ. 쌀 생산비 절감 ‘직파재배 및 정밀 농업기술’
Ⅳ. 쌀 수출 및 열대지역 적응 벼 개발




 수출용 쌀 품종 개발 어디까지 왔나

농진청은 저개발국가에 우리나라의 품종 개발, 재배기술 등 앞선 농업기술을 전수해 국격도 높이고 지구온난화 등에 대비해 우리의 주곡인 쌀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식량안보 차원의 미래대비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농진청은 특히 종자수출을 위한 수출 대상국 적응 벼품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캄보디아에서는 2000계통이 육성됐으며 현지적응성 검정 중이며, 인도네시아, 베트남에서도 현지적응성 검정 중이다. 또 서남아시아, 유럽, 중동을 대상으로 부드럽고 찰기가 있는 자포니카 수출용 벼 품종 개발이 한창이다.

농진청은 아울러 열대지역 적응 자포니카 품종 아세미, 자포니카 1, 2 등 3품종을 개발해 현지에서 재배 중이며, 자포니카 쌀은 현지 쌀(인디쌀)보다 가격이 2~3배 높다.
가나, 카메룬, 케냐 등 11개국에 아프리카 적응 벼 개발 기술지원에도 나서고 있다.

 40여개국에 수출되는 우리쌀

우리 쌀의 해외수출을 위한 행보도 본격적이다. 지난 2007년부터 국내산 쌀 수출이 첫발을 내딛은 이래 현재 40여개국으로 확대됐다. 수출물량도 매년 신장하고 있어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지자체, 농협, 농업인들의 의지에 따라 수출유망 품목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부안농협은 몽골로 벼 90톤을 수출했다. 부안농협은 현지 반응이 좋을 경우 조곡 수출물량을 향후 1000톤까지 늘릴 예정이다. 상주쌀은 아자개쌀 15톤(1,500포/10kg)을 캐나다에 수출했다. 또 안중농협은 슈퍼오닝쌀 8.5톤을 독일로 수출했다. 안중농협의 슈퍼오닝 쌀은 지난 2009년 5월 첫 독일 수출을 시작해 올해 11차례에 걸쳐 총 125톤의 물량을 수출했다.

고부가가치 기능성 쌀은 이미 미국 시장에도 수출된 바 있다. 혈압강하 등에 도움을 주는 ‘가바쌀’의 경우 지난 4월 20톤가량이 수출됐다. 경남 고성지역 농업인과 계약재배로 생산한 가바쌀은 미국 현지 쌀보다 가격이 2.4배 비싸다.

정부도 쌀수출에 팔을 걷어 붙였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대규모 `들녘별 경영체`를 중심으로 수출전문단지를 지정해 고부가가치 기능성 쌀을 생산해 중국과 미국 등지로 수출할 방침이다. 농식품부는 또 어린이 영양에 좋은 기능성 쌀인 영안벼 등 고부가가치 기능성 쌀을 오는 2017년까지 10개 품종으로 늘려 개발할 계획으로, 수출 확대를 위해 지난 5월 중국에도 한국산 쌀의 수입 허용을 요청키도 했다.

농진청 관계자는 “앞으로 우리 쌀이 개방시대 국제경쟁에서 당당히 세계로 수출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 믿고 연구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지난 20년 동안 받아왔던 관세화 유예가 끝나게 되면 이제까지와는 달리 외국쌀과의 경쟁을 이겨내고, 수출시장 개척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열대지역 적응 온대벼 ‘MS11’ 개발

리 쌀이 해외시장에 수출될 뿐만 아니라 쌀 종자를 수출하는 것도 쌀산업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 쌀 종자 수출에 앞장서고 있는 품종이 ‘MS11’이다. 농진청이 지난 2008년 국제미작연구소(IRRI)와 공동으로 세계 최초로 우리 쌀과 같은 밥맛을 가진 열대지역 적응 온대벼 ‘MS11’을 개발했다.

‘MS11’ 개발은 농진청이 필리핀 소재 국제미작연구소에 상주연구원을 파견해 지난 1992년부터 수행하고 있는 프로젝트 연구성과다.
‘MS11’은 우리나라 벼 100여 품종을 필리핀에 가져가 현지 적응성을 검정해 찾아낸 ‘진미벼’와 밥맛이 좋고 병해에 강한 ‘철원46호’를 교배해 개발된 조생종 품종으로, 필리핀에서 1년에 2~3회 재배가 가능하다.

필리핀 현지 지역적응시험에서 ‘MS11’은 키가 작고 수확량도 헥타르당 4~5톤으로 현지 품종보다 10% 가까이 많고, 밥맛 또한 매우 좋아 2008년 필리핀 국가품종으로 등록된 바 있다.
필리핀에서 ‘자포니카’ 쌀은 ‘인디카’ 쌀에 비해 고급쌀로 인식돼 있다. ‘MS11’쌀이 필리핀 현지에서 시판됨에 따라 한국 교민을 비롯해 밥맛 좋은 쌀을 원하는 필리핀 소비자들도 맛볼 수 있게 돼 판매량과 재배면적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MS11’는 앞으로 라오스, 베트남 등 농진청의 해외농업기술개발센터(KOPIA)와 한·아시아 농식품기술협력협의체(AFACI) 국가를 중심으로 확대보급 할 계획이다.



 ‘MS11’ 유전자원 가치 높아

세계적으로 곡물가격이 급등하고 수급이 불안전할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빈번한 이상기상으로 인해 쌀 생산량의 기본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MS11’의 개발은 유사시 열대지역 식량생산기지에서 우리가 선호하는 밥맛을 가진 쌀을 생산함으로써 불안정한 국제 쌀 가격에 대처하고 쌀 수입시장을 다변화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우리나라는 대략 10년 주기로 냉해 등 자연재해의 피해를 경험하고 있으며 2010년의 경우 폭설과 혹한, 일조부족, 잦은 강우 등 이상 기상으로 인해 유사 이래 최대의 쌀 생산량 감소를 경험했다.
우리나라에서 소비되는 중·단립종 자포니카 쌀 생산은 중국, 미국, 일본 등 소수 몇 나라에 집중돼 있다. 세계 쌀 교역량도 5%에 불과해 매우 불안한 수급구조를 갖고 있어 부족할 경우 쌀값 상승과 아울러 저소득층 생계에 타격이 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MS11’은 필리핀 중부 보홀지역에서 이미 300ha가 재배되고 있는 등 필리핀 전역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캄보디아, 코스타리카, 우간다 등 열대·아열대지역 국가에도 전파돼 우리 교민들을 중심으로 재배되고 있다.

농진청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기후가 다른 지역보다 온난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MS11’은 차츰 아열대화 되는 한반도 기후에 적응하는 고온 적응 품종개발을 위한 유전자원으로도 가치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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