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식량 주권’… 다양한 기능성·가공용 쌀 품종으로 전면 대응

 

쌀은 단순히 농산물이라 칭할 수 없는 민족의 얼이 깃든 우리 농업의 자존심이다. 자존심이란 스스로도 지켜야 하지만 존중받아야 할 형이상학적 개념이다. 그래서 자존심이 상처받으면 이성을 잃을 정도로 극도의 분노를 일으키게 된다. 농업인들의 난데없는 아스팔트 농사도 이 때문이다.


쌀 산업의 위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쌀 개방화 물결이 거센 가운데 민족의 얼이 담긴 쌀 산업을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위기에 놓인 쌀 산업을 결코 포기해서는 안된다. 제아무리 수입쌀이 밀려온다 해도 이들 쌀과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쌀을 생산하면 되는 것이다.


농촌진흥청은 일찌감치 다양한 쌀 품종 개발을 추진해 왔다. 가공용에 적합한 품종부터 식의학 소재로 활용할 수 있는 품종까지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맞춤형 쌀 품종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본지는 농촌진흥청과 공동으로 벼랑 끝에 선 쌀 산업이 재도약할 수 있는 다양한 쌀 품종을 소개해 쌀 산업의 경쟁력을 도모해볼 방침이다.


글 싣는 순서
Ⅰ. 용도별 기능성·가공용 쌀 개발로 소비 활성화
Ⅱ. 수입쌀보다 맛과 품질이 우수한 쌀 개발
Ⅲ. 쌀 생산비 절감 ‘직파재배 및 정밀 농업기술’
Ⅳ. 쌀 수출 및 열대지역 적응 벼 개발


농촌진흥청(청장 이양호)은 쌀 가공 산업이 국내 쌀 소비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가공 용도에 맞춘 벼 개발로 쌀 가공산업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해마다 줄고 있지만 가공 식품으로 소비하는 쌀은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11년 40만 2,000톤에서 지난해 47만 1,000톤으로 17.2% 늘었으며, 쌀 가공식품 시장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농진청은 가공 용도에 알맞은 쌀 품종을 개발·보급하고 있다. 농가는 계약재배로 안정적인 소득을 올리고, 가공 업체는 안정적인 원료를 공급받아 가공식품을 개발해 매출을 올리고 있다.


맛있는 즉석밥용 ‘주안’, ‘보람찬’


지난 1994년 개발된 ‘주안’ 품종은 식었을 때도 밥맛이 좋고 모양이 잘 유지된다. (주)CJ와 함께 ‘가공밥에 적합한 벼 품종 선발 및 산업화’ 과제를 추진해 ‘주안’ 품종을 선발했다.
또 지난 2009년 개발된 ‘보람찬’은 수량이 많고 밥을 지었을 때 품질 유지 기간이 늘어나는 특성으로 즉석밥 제조에 적합한 품종이다. 지난해에는 농가와 500ha 규모로 ‘보람찬’을 계약재배해 농가와 산업체간 상생 기반을 구축했다.

쫄깃한 국수용 ‘고아미’, ‘새고아미’


‘고아미(2000년)’, ‘새고아미(2011년)’는 아밀로스 함량이 25% 이상으로 면을 만들었을 때 탄력이 좋은 쌀국수용 품종이다.
(주)백제물산은 ‘고아미’를 이용해 쌀 함량 90%의 고아미 쌀국수와 50%인 설렁탕 사리면을 개발해 월 100톤 가량 쌀국수를 생산하고 있다.

맛과 향이 좋은 술 양조용 ‘설갱’


지난 2001년 개발된 ‘설갱’은 매우 부드럽고 잘 으깨져 누룩균이 쌀에 잘 달라붙고 번식도 왕성해 맛과 향기가 좋은 술을 만들 수 있는 품종이다. (주)국순당은 ‘백세주 담’ 등 8종의 제품 원료곡으로 ‘설갱’을 사용하고 있다. 지난 2008년부터 1,000여 농가와 계약재배로 1,645톤을 수매해 농가는 안정적인 수익을, 국순당은 품질 좋은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기능성이 강화된 발아현미용 ‘삼광’, ‘큰눈’


지난 2005년 개발된 ‘큰눈’은 쌀눈이 일반 쌀에 비해 3배 정도 크면서 두뇌활동을 증진하고 치매를 예방하는 가바(GABA) 성분이 많이 들어 있어 발아현미용으로 적합하다. (주)미실란은 ‘삼광’과 ‘큰눈’을 이용해 미숫가루, 현미차 등 가공식품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계약재배면적을 50ha까지 늘렸다.

노화 억제 ‘흑광’, ‘흑진주’, ‘건강홍미’


‘흑광’과 ‘흑진주’의 검은 색소는 항산화 작용뿐만 아니라 성인병을 예방하는 안토시아닌과 식이섬유를 많이 포함하고 있다. ‘건강홍미’는 인체에 유해한 활성산소를 없애는 항산화 성분인 페루릭산, 에피게닌, 텍시플린 등 폴리페놀성분 함량이 높다.

식의학 소재 ‘조생흑찰’, ‘홍국쌀’, ‘눈큰흑찰’


‘조생흑찰’은 위염을 일으키는 헬리코박터 파일로균을 없애는데 효과적이다. ‘홍국쌀’은 상주찰벼에 붉은 누룩곰팡이인 홍국균을 접종해 발효한 쌀로, 홍국의 주요 기능 성분인 모나콜린 K는 몸에 좋은 콜레스테롤을 높이고 해로운 클레스테롤을 낮춘다. ‘눈큰흑찰’은 지용성 활성 성분인 감마오리자놀과 토코페롤을 함유하며 대사증후군 예방에 도움이 된다.
농진청은 기능성이 강화된 쌀들을 식의약 소재로 활용키 위해 대학이나 병원과 동물실험, 임상실험 등 추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성장발육촉진용 ‘하이아미’, ‘영안’


‘하이아미’는 밥맛이 좋고 아미노산이 풍부해 어린이 성장에 도움을 준다. ‘영안’ 품종도 라이신이 다량 함유돼 어린이 성장 발육에 좋다.


쌀과자, 빵, 떡용 ‘보람찬’, ‘삼광’


지난 2009년 개발된 ‘보람찬’은 수확량이 733kg으로 많아 쌀빵과 쌀과자, 떡 등에 사용하기에 적합하다. (주)강동오케익은 과자류, 케익, 빵 등 다양한 가공 제품에 ‘보람찬’을 사용하고 있으며, 해마다 10ha 정도를 계약재배하고 있다.
고향식품은 ‘보람찬’을 이용해 지역 농업인과 연계해 명품 떡 ‘모싯잎 송편’을 만들었다. 2011년부터 지역 작목반과 21ha 정도 계약재배를 하고 있으며 현재 모싯잎 송편 떡의 시장 규모는 약 300억원 정도다.
(주)쁘띠아미는 최고품질벼 ‘삼광(2003년)’으로 빵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특히 글루텐이 들어가지 않았거나 적게(3% 이하) 들어간 빵으로 차별화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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