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농산물도매시장 발전 방안 정책세미나



“지속된 소모적 논쟁으로 도매시장 발전 저해”


 시장도매인, 거래비용 상승… 도입목표 ‘미달’



유통정책은 농산물의 가격결정, 등급표준화, 관측시스템 등이 원활하게 작동하여 상품의 거래(상류)와 흐름(물류)이 신속, 정확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유통 조성 기능을 정상화 시키는데 집중해야 한다.”

지난 17일 국회에서는 ‘농산물 도매시장 발전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세미나’가 개최됐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시장도매인제의 도입목적인 △유통단계의 축소와 비용절감 △가격 변동성 완화를 통한 물가안정 기여 △생산자(출하자)의 안정적 수취가격 제고 △출하선택권 확대와 도매시장의 경쟁구도 조성 등에 대한 ‘허상’이 밝혀졌다. 또한 논란을 낳고 있는 가락시장 시장도매인제 도입이 과거 용산시장 시절의 규제없는 자유거래로 회귀하려는 20%의 중도매인 주도세력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 시장도매인의 ‘허상’…도입목적 ‘미달’, 거래비용 ‘상승’

상장경매와 시장도매인을 중심으로 도매시장 거래제도를 비교 분석한 단국대학교 양성범 교수는 “2004년 6월부터 강서시장에 경매제와 시장도매인제를 실험적으로 동시에 운영하며 기형적 형태가 시작됐다”면서 “당시 시장도매인제는 유통단계 축소를 통한 비용절감과 물류효율성 제고, 가격 등락폭 완화 및 농가의 출하선택권 확대 등을 목적으로 도입됐다”고 밝혔다.

그 동안 연구 발표된 경매제와 시장도매인제의 성과를 비교 분석한 양 교수는 “가격 수준에 있어 시장도매인제가 꼭 경매제에 비해 수취가격을 높였다고 말할 수 없다”면서 2005년(김윤두·권상구)과 2009년(윤창식·양승룡), 2012년(전창곤 등)의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거래제도에 따라 각각의 품목에서 가격차이가 존재했다. 또한 연도별 분석에서는 시장도매인제의 가격이 높았지만, 5년간 시계열분석에서는 경매제 가격이 높게 나타났다.

양 교수는 “시장도매인의 수취가격이 (경매제 보다)높다고 전제할 수 없는 결과”라며 “시장도매인제의 도입 목적인 수취가격 향상을 주장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가격변동성에 있어서도 도입목적과 다른 결과가 도출됐다. 2007년(국승용·김완배), 2009년(윤창식·양승룡), 2012년(전창곤 등) 연구에 따르면 경매제가 시장도매인보다 안정적인 가격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산물유통실태에 따르면 농산물의 유통비용은 평균적으로 43.9%이다. 출하단계에서 9.1%와 도매단계에서 12.1%의 유통비용이 발생한다. 그러나 소매단계의 경우 22.7%의 유통마진으로 출하와 도매단계의 유통비용보다도 많은 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다.
이에 대해 양 교수는 “소매단계의 유통비용이 도매시장 경로의 유통비용보다 월등함에도 도매유통의 단계축소를 주장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한 2012년(김윤두) 연구에서 “가락시장을 경유하는 유통비용이 대형유통업체를 경유하는 유통비용보다 크다”는 주장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양 교수는 “가락시장을 경유하는 유통비용 속에는 시장 내 선별과 배송 등이 포함되어 있지만, 대형유통업체의 경우 선별 및 포장 등의 비용이 산지에 전가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7년(거래비용을 통한 농산물 도매시장의 거래제도 비교분석, 장성욱 외) 연구에서는 시장도매인제가 경매제에 비해 출하자의 거래비용을 9.4% 상승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 교수는 “경매제는 실시간으로 가격발견과 전파가 이루어진다. 그러나 시장도매인은 협상과정이 공개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탐색비용이 추가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 “도매시장, 농민을 위한 공적인 거래장소”

종합토론에 참여한 동국대학교 권승구 교수는 시장도매인의 찬반에 대한 소모적 논쟁의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지난 15년간 논쟁이 지속되면서 도매시장의 다양한 어젠다가 잠식됐고, 이로 인해 발전이 저해됐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지난 2000년도에 한국식품유통학회에 참여하는 대부분의 학자들이 반대의견을 제시했지만, 단지 ‘우리 편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무시됐다”면서 “지금까지 억지로 추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매시장은 농민을 위한 공적인 거래장소라는 본질적 문제도 지적됐다. 권 교수는 “도매시장은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을 위한 곳이 아니다. 영세한 농민들의 교섭력을 키워주기 위해 만든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혈세를 퍼붓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유럽의 도매상제도를 본받았다는 시장도매인에 대해 “과거 우리의 위탁상제도가 도매상제도이며, 이것이 시장도매인”이라고 밝혔다. 또한 시장도매인 도입에 대한 현실적 문제로 정보의 비대칭성과 자본의 논리, 유럽 도매상제도의 시스템을 전혀 갖추지 못한 우리 실정을 꼬집었다.

권 교수에 따르면 상인과 농민의 정보력이 같을 수 없기 때문에 정보의 비대칭성은 분명히 존재한다. 농산물 가격은 신선도에 따라 변하며, 모든 거래에서 자본의 힘이 앞설 수밖에 없다. 프랑스와 일본의 경우 출하조직에서 최저가격을 제시하면 절대 그 가격 밑으로 내려가지 않는다. 산지조직의 교섭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런 조직논리를 바탕으로 형성된 것이 서구의 도매상제도다. 헝기스 시장은 도매시장에 세무서가 들어와 있다. 정산과 동시에 관련 자료가 국세청에 통보되는 시스템이다. 우리에게는 이런 시스템이 없다.

권 교수는 “가락시장은 대형유통, 생협, 직거래 등 모든 농산물 거래과정의 중심”이라며 “책임질 수 없는 일을 저지르는 현실이 농산물 유통을 저해하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공산품과 달리 농산물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농민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는 가격을 결정해야 한다. 그래서 경매제가 있는 것이다. 또한 제도의 탄력성을 위해 정가·수의매매가 도입된 것이다”고 강조했다.

◆ “도매시장의 근본은 투명한 가격 발견”

종합토론에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전창곤 박사는 “도매시장의 표준등급화는 품질에 따른 적정 가격과 소비자 선호, 물류효율화에 따른 문제”라며 “표준등급화는 물류적 측면에서 접근이 중요하며, 비용을 줄이고 생산자, 소비자를 위한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농수산물도매시장법인협회 오세복 사무국장은 “공영도매시장이 다른 유통경로와의 차별성은 출하자와 구매자의 교섭력을 지지해 준다는 점”이라며 “더욱이 산지 출하자가 자신의 몫을 챙길 수 있는 여건이 과연 형성되어 있느냐에 대한 검토가 선행된 후 거래제도를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롯데마트 이승용 과일팀장은 “안정된 물량과 가격, 유통단계 축소를 통해 유통비용을 절감시키기 위해 대형마트의 산지거래가 시작됐다”면서 “그러나 유통단계를 축소해서 가격이 합리적으로 변한다는 해답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대형유통업체들은 최근 자체 포장센터를 확대하면서 원물 농산물을 자체포장 후 유통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도매시장이 투명한 가격을 발견할 수 있다면 긍정적인 시각에서 도매시장 거래물량을 확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국과실중도매인조합연합회 최만열 사무총장은 “중도매인 중에는 시장도매인제를 요구하는 20% 정도의 주도세력이 있다”면서 “과거 용산시장에서 많은 돈을 벌었던 경험으로 각종 규제에 묶인 가락시장에 시장도매인을 도입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의회의 조례개정에 대한 뒷이야기를 밝힌 최 총장은 “한 시장 내에서 거래제도가 병행되면 2중 가격이 형성된다”면서 “과일 중도매인의 86%와 주도세력을 제외한 80%의 중도매인 등 다수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이재욱 유통정책관은 “도매시장의 가장 근본적인 기능은 투명한 가격발견이며 최종수요자는 출하자 농업인과 소비자”라며 “늘 논의가 겉도는 것은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 입장이 갖는 한계”라고 지적했다. 이재욱 유통정책관은 “어떤 거래제도와 방식을 택할 것인가는 최종 수요자들의 여건과 의사를 반영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라며 산지와 현장, 시장과 학계가 같이 논의할 수 있는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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