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 중장기발전 로드맵 - 거래제도 다양화 공청회



 시장도매인 찬·반 ‘평행선’… “저온창고부터 해결해야”

“서울시공사가 다툼의 주역”… 역할부재 ‘논란’



구용역의 중요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설문조사의 부당성과 진행과정의 편향성 논란, 도매시장법인의 보이콧 헤프닝 등 우여곡절 끝에 열린 가락시장 거래제도 공청회가 이해당사자들의 입장차만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유일한 공감대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역할부재에 모아졌다.

지난 18일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서는 ‘청과 도매시장 중장기 발전 로드맵 연구-거래제도 다양화를 중심으로’ 공청회가 개최됐다. 당초 서울시공사는 이날 공청회를 농림축산식품부의 조건부 승인사항을 이행하기 위한 자리로 기획했다. 그러나 관련 유통주체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농림축산식품부가 참석여부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자, 서울시공사 역시 전향된 자세를 나타냈다.

이날 좌장을 맡은 한국농업경영포럼 성진근 이사장은 “오늘 나온 의견을 수렴해서 공사가 다시 한 번 공청회를 개최하기 바란다”며 공청회의 성격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서울시공사에 물었다. 이에 신장식 농산팀장이 “오늘 이 자리가 시작”이라며 “오늘은 연구용역 결과에 대한 설명회 자리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연구용역 과제를 발표한 건국대학교 김윤두 교수는 “시장도매인제 병행을 통해 다양한 성과를 나타내고 있는 경매제의 일부 문제점을 개선하고, 가락시장의 경쟁력을 높여 건전한 경쟁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매시장법인 대표로 참석한 동부팜청과 고규석 사장은 “경매제가 아닌 어떠한 거래 형태가 됐던 수용할 뜻이 있다”고 밝히며 연구결과에 대한 일부 왜곡된 데이터와 호도된 해석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고 사장은 “연구결과에서는 2006년 대비 2012년의 강서시장 취급물량에 대해 경매제는 30%, 시장도매인은 35% 성장했다고 주장했다”면서 “그러나 인당 취급규모로 보면 시장도매인은 20.6% 신장에 반해 경매제 중도매인은 439명에서 325명으로 줄어, 63.7%의 신장률을 보이고 있다”고 반박했다.
중도매인 대표로 참석한 전국과실중도매인조합연합회 정석록 서울지회장은 “유통인과 농민들에게 가장 어려운 점은 거래제도가 아니라 덥고 추운 날씨에 노출되면서 제값 받지 못하는 현실”이라며 “서울시공사는 저온시설이 없어 값이 떨어지는 문제를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를 질타했다.

출하자를 대표한 충주농협 권오협 조합장은 “출하자 입장에서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반대한다”고 분명히 했다. 권 조합장은 “가락시장에 시장도매인이 도입되면 289명의 중도매인이 전환하려는 것으로 나타나 있는데, 이들 대부분이 대상들”이라며 “이들이 시장도매인이 되면 경매제의 농산물 가격은 떨어질 것이 자명하다. 가락시장 가격이 떨어지면 전체 농산물 가격이 하락한다”고 강조했다. 권 조합장은 “시장도매인은 기존 강서시장에서만 하고 가락시장에서는 경매제를 해야 한다는 농촌경제연구원의 연구결과도 있다”면서 “서울시공사가 농산물 값 하락을 책임질 것인가? 농식품부가 나서 시장도매인을 막아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소비자를 대표한 GS리테일 조남욱 농축산물 총괄구매부장은 “팩트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조 부장은 “연구결과에서는 강서시장이 10년 동안 괄목의 성장을 이뤘다고 하는데, 유통업체 입장에서 보면 시장도매인이기 때문에 거래한 것이 아니라 지리적 환경에 따른 결과”라며 “이마트와 홈플러스도 마찬가지겠지만, 강서와 김포 쪽에 아파트 단지가 늘어나면서 점포수가 늘었기 때문에 지리적으로 가까운 강서시장을 이용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조 부장은 “유통업체는 상품이 싸고 좋은 곳으로 가는 것이 본질”이라며 “대형유통업체들이 가락시장을 떠나는 이유는 차량진입 조차 어려울 정도로 구매조건이 나쁘기 때문”이라고 일침했다.

전문가를 대표한 동국대학교 권승구 교수는 서울시공사의 폐쇄성과 신뢰상실을 지적했다. 지난 2009년 서울시의회의 공청회 과정과 여러 연구자들의 용역결과가 있음에도 자신들의 입장과 맞지 않는다며 폐기시킨 점 등을 질타했다. 권 교수는 “설문조사의 질문에 대한 자문을 받고 수정하면 반영되느냐를 물었지만, ‘반영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들었다”면서 “이미 김병률 박사가 엄청난 양의 설문조사결과를 내놨지만, 그 자료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서 사장시켜버렸다”고 밝혔다.

또한 “1차 연구요역에서 만들어놓은 물류동선이 지금은 모두 엉켜있다”면서 “이는 시장도매인을 도입하려고 물류 현대화를 포기한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 놓고 시설현대화라고 말할 수 있나?” 라고 힐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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