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합병시 200억 지원 영향 탓 … 반대여론에 무산되기도


농업인단체, “중앙회, 합병명령 중지…조합원 의견 존중해야”


저금리로 인한 금융사업 수익성 저조, 부실한 경제사업, 조합원 감소 등 각종 악재에 시달리고 있는 일선 단위농협들의 합병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더욱이 정부와 농협중앙회가 최근 합병에 따른 지원계획까지 확대하면서 독자생존이 어려운 농협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선 내년 3월 조합장 동시선거에 초점을 둔 합병반대세력의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합병 지원을 빙자한 정부와 중앙회의 개입은 협동조합 정체성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반발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어 갈등 요소로 자리하고 있다.

농협경기지역본부에 따르면 최근 화성지역 남양, 마도, 매송, 비봉, 송산, 서신 등 6개 농협이 합병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중이다. 이중 일부 조합은 조합원들로부터 이미 합병찬성 의향을 받아 논 상태이고, 일부는 대의원회의 등 수순을 밟고 있는 중이다.

농협경기지역본부 관계자는 “장기간 지속적인 부실운영으로 존폐위기를 맞은 조합도 있을 정도로, 최근 일선 단위농협들의 활로는 평탄치 않다”면서 “이쯤에서 중앙회의 자금지원계획 등 합병에 따른 지원제도가 발표되면서 속도를 내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농협중앙회는 최근 농협간 합병을 돕는다는 취지의 ‘2014년 합병추진 기본방향’을 내놨다. 이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자율합병’을 독려하고, 합병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약체로 판단되는 농·축협에 대한 경영진단을 넓혀 가기로 했다. 물론 합병이 예상되거나 필요하다고 평가되는 농축협을 특별 관리하는 방안도 계획에 포함시켰다.

농협들이 합병에 탄력을 받는 주된 이유는, 농협간 자율합병이 이룰 경우 조합당 최대 200억원의 무이자 자금이 지원되기 때문. 강제 합병시에는 170억원이 돌아간다. 화성지역 6개 조합이 자율합병에 성공할 경우 최대 1천억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밖에 합병 조합이 어느정도 자리매김할 때까지 영농자재비 등에 대해서도 지원이 뒤따른다. 

이를 계기로 단위조합들의 통합움직임은 전국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충남 공주지역은 공주농협과 반포농협이 합병을 진행하고 있고, 강원 강릉지역의 주문진농협과 연곡농협이 조합원 찬반투표를 준비하고 있다. 인천시 강화지역 7개 농협은 길상, 불은, 양도, 화도 등 남부권역과 강서, 교동, 상도 등 북부권역으로 합병을 추진중이다.  

하지만 중앙회의 합병권고를 받고도 합병이 무산되는 사례도 빈번하다. 전남 신안 안좌농협과 장산농협은 중앙회로부터 부실경영 진단이 내려지며 합병을 권고 받았다. 이중 안좌농협 조합원들이 반대하고 나선 것.

일부 조합원들은 “중앙회의 합병 추진은 조합원의 의견을 무시한 채 진행되고 있는데다, 부실조합과의 강제합병 성격이라 양쪽 모두 망할 수밖에 없는 형태”라고 지적했다. 이들 조합은 조합원 설득과정을 진행중이지만, 합병이 지연되거나 무산될 수도 있다는 전언이다.

강원 정선지역의 합병과정 또한 평탄치 않다. 정선·예미·임계·여량농협의 합병과 관련, 찬반 양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반대 조합원들은 합병시에 지역세가 약한 농협 조합원의 경우 소외될 수도 있기 때문에 선뜻 응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또한 일부에선 조합장 선거를 염두한 물밑접촉과 반대여론몰이도 엿보인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18년전인 지난 1996년 농협중앙회는 부실조합에 대한 ‘조합합병 추진계획’을 선보이면서 당시 1천350여개에 달하는 조합을 500개 정도 남게 하겠다고 호언한 바 있다. 8월 현재 전국의 단위 농협, 축협, 인삼·사과·원예·낙농 등 품목농협 은 1천150여 곳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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