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몇 마리 잡자고 천리길 나서야 할 처지

“자연과 함께 자라는 토종닭이 소득과 연계되기 위해서는 도계문제 등 제도 개선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지난 8일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충주시 소태면에 위치한 보늬숲밤농장(대표 김의충)을 방문해 산지양계 모델개발 연구 시범사업 추진상황을 점검하는 자리에서 김의충 대표는 복합경영에 대한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산지양계 시험사업은 산지양계 복합경영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전파하기 위한 사업이다. 올해부터 오는 2016년까지 산지양계 모델 개발을 위해 산림청과 농촌진흥청은 공동연구를 추진키로 하고 우선 충주(2ha)와 경기 화성(1ha) 2곳에 시범연구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보늬숲밤농장은 지난 1996년 밤나무 저수고 재배를 최초로 도입했고, 11ha 재배면적에서 이평, 석추, 단택 등을 주요 품종으로 한 밤을 매년 30톤 가량 생산하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무농약 재배를 통해 친환경 밤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밤농장은 농촌진흥청 축산과학원에서 개발한 우리맛닭을 지난 6월 제1방사장에 400수, 제2방사장에 600수를 순환방사 시험하고 있으며, 1.5m의 꿩망과 상단 0.3m의 전기목책 등을 활용한 울타리 시설을 갖추고 있다.

김 대표는 “토종닭을 방사해서 사육하기 위해서는 이동축사가 반드시 필요한데 이것을 축사시설 잣대로 들이댈 경우 환경성평가 등 또다른 행정절차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방사 사육을 당장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방사 사육에 대한 명확한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김 대표는 “충주시에 소재한 도계장이 없어 당장 방사한 토종닭을 어디서 도계할 것인지 막막한 실정”이라며 “산간 오지에서 토종닭 수십마리 도계하려고 수백km를 이동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기 때문에 자가도계를 허용해 방사한 토종닭이 소득사업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개선해 달라”고 건의했다.
이에 이동필 장관은 “산지양계 시험사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제도적·행정적으로 미비한 점이 있다면 관련 부처에 협조를 요청해 개선토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산지양계 모델개발 연구 시범사업 시찰에는 이 장관을 비롯해 신원섭 산림청장, 조길형 충주시장, 국립산림과학원, 국립축산과학원 및 관계 공무원, 친환경 밤재배자협회와 한국토종닭협회, 흙살림 등 민간단체장 등 50여명이 참석해 친환경 산지생태축산 연구와 산지양계 시험지 추진상황, 시험경과 및 향후계획 등을 심도있게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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