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한국식품유통학회 하계학술대회

발전된 경매, 예약출하시스템으로 출하 및 가격조절
가락시장 정책실험 ‘경고’…“막대한 사회적 비용 발생가능”


공영도매시장 발전의 핵심 키워드로 ‘제값 받는 시장구조’가 제시됐다. 거래제도의 경우 기존 경매제도의 가격불안전성을 보완할 수 있는 ‘발전된 경매’ 방식이 제안됐고, 도매상 제도의 실험이 대표시장인 가락시장에서 이뤄질 경우 시행착오와 혼란이 초래되어 예측할 수 없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지난 8~9일 이틀 동안 전주 농촌진흥청에서 열린 한국식품유통학회 하계학술대회에서 ‘유통환경 변화와 도매시장유통 혁신방향’을 발표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병률 박사는 “거부할 수 없는 유통의 ‘거대한 흐름’(메가트렌드)은 △유통경로의 다양화 △거래방식의 다양화 △물류효율화 △IT기반의 정보화’”라며 “이를 거스르기엔 비용이 수반되고, 거스른다 해도 복원력이 강해 대세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발표에 따르면 청과물 유통량의 50%가 경유하는 공영도매시장은 상류인 산지시장과 하류인 소비시장의 중심. 정책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어떤 철학과 논리로 이끌어 가느냐가 유통개선의 핵심중 하나이다.

현실은 심각하다. 도매시장은 저장물류시설이 부족하고, 있는 것 마저 낡았다. 도매시장법인은 산지출하유치 노력이 부족하고, 중도매인은 영세하다. 유통주체들의 현실 안주와 혁신의지 결여는 과거보다 빠르게 변하는 산지와 소매유통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피해는 출하농가에게 돌아온다. 가락시장을 비롯한 공영도매시장이 위축될 경우 그 동안 거래가격의 기준이 되어온 도매시장의 시장가격 지지와 대표성이 위축되기 때문이다.

도매시장 유통은 △거래총수 최소화를 통한 탐색 및 거래비용 최소화 △운송횟수 감축과 운송단위 규모화로 운송비용 총액 절감 △공개적, 동시적, 집단적 상품 비교를 통한 신뢰성 높은 거래기준가격 형성 및 유통정보 제공이라는 점에서 사회적 효과가 크다.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이상적인 도매시장 유통을 위해서는 산지출하주체가 합병된 협동조합이나 판매사업 연합 등 거래교섭력을 갖춰야 한다. 현재 상황에서는 출하자를 위한 수집전문 도매시장법인과 구매자를 위한 소비지 분산전문 중도매인이 상생협력, 중복되는 중간유통을 최소화시키는 전략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거래방식에서는 초보적인 경매방식이 아닌, ‘발전된 경매방식’으로 진보해야 한다. 발전된 경매방식이란 산지와 도매시장 간 정보시스템 확충이 기반이다. 예약출하시스템을 통해 산지의 출하물량을 조절하고, 가격진폭을 줄이기 위한 경매가격 안정대를 설정한다. 대신, 경매가 불가능할 경우 정가·수의거래 품목으로 과감한 전환이 필요하다.

가락시장 시설현대화사업의 최대 화두인 거래제도 병행(경매+시장도매인)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경매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전혀 다른 제도(시장도매인)를 도입하는 것이 최상의 해법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기존 경매방식을 보완하는 예약상대거래방식의 정가·수의매매가 있고, 예약출하에 의한 출하 및 가격안정 등의 대안이 있기 때문이다.

동일한 시장 내에 경매제와 시장도매인을 경쟁시켜 출하자와 구매자의 선택권을 넓히는 것이 자유시장경제라는 논리도 있다. 그러나 경쟁호가에 의한 가격결정과 협상에 의한 수의거래는 가격결정원리가 전혀 다르다. 특히 시장도매인이 경매시장에 출하된 농산물을 유도해 구매하는 ‘무임승차’ 등의 기회주의적 시장행위는 공정경쟁을 혼란시킬 수 있다.

일례가 있다. 공영도매시장인 가락시장과 노량진수산시장보다 하남미사리나 인천연안부두 장외시장이 번성하고 있다. 이유는 무임승차다. 투명한 공영시장의 거래가격을 참조가격으로 수수료(시장사용료 등)를 부담하지 않을 수 있고, 거래과정이 불투명한 자유시장이 선호하기 때문이다.

강서시장 사례도 제시됐다. 최근 한 연구에서 단순히 면적대비 거래규모를 비교, 시장도매인의 거래금액이 크기 때문에 효율성이 높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러나 강서시장은 2004년 개설 당시 4명씩 법인으로 규모화해 1개 점포를 운영하는 52개 시장도매인이 지정됐다. 그러나 지금은 대부분 개인회사로 운영되고 있으며, 과거 영등포시장의 과일도매상을 했던 규모화된 상인들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김병률 박사는 “도매상제도 실험이 대표시장인 가락시장에서 이루어진다면 그나마 정착된 경매시장까지 영향을 미쳐 시행착오와 혼란 등으로 예측할 수 없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면서 “이상적인 서구형 도매상제도를 우리나라 도매시장에 도입, 정착시키려면 별도의 모델을 만들어 시행착오와 보완을 거친 후 전국 도매시장에 적용하는 계획적인 정책실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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