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관세화 공식 발표

 

정부, “최대한 높은 관세율 설정해 쌀산업 보호 할 것”

FTA, TPP에서 양허 대상 제외… 쌀보호 대책 마련 중

농민단체, “가격폭락 농산물에 쌀 개방까지, 상실감 커”




▲ 이동필 농식품부장관이 18일 정부 세종로청사에서 쌀관세화를 공식 선언했다.
대한민국 역사 이래 최초로 2015년인 내년 1월1일부터 쌀이 전면개방 된다. 수입쌀에 관심있는 유통·사업자 누구든지 관세만 물고 수입해서 팔수 있고 밥상에도 오르게 된 것이다. 농식품부 이동필 장관은 18일 이같은 ‘쌀 관세화(개방) 결정’을 공식 선언했다.

이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는 관세화 유예를 또 다시 연장할 경우 의무수입물량 증가로 인해 쌀 산업이 더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고,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관세화 할 수 밖에 없다고 판단하기에 이르렀다”고 쌀개방을 공표했다.

이 장관은 또 “그동안 쌀은 정부가 수입물량을 제한해 국내 시장을 보호해 왔으나, 관세화를 하면 앞으로는 관세를 통해 국내 쌀 시장을 보호하게 될 것”이라며 “WTO협정에 합치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높은 관세를 설정해 쌀 산업을 보호하고, 향후 체결될 모든 FTA, 그리고 현재 참여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참여하더라도 쌀은 계속 양허대상에서 제외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고율관세를 지속적으로 매겨 가격경쟁력을 갖추겠다는 얘기다.

이로써 내년 1월1일부터는 가공용쌀 시장과 단체급식 공급단계를 넘어 식탁에 까지 수입쌀 밥이 오르게 됐다. 정부는 9월말까지 WTO에 쌀 관세화 의사를 담은 양허표 수정안을 통보하고, 올해 말까지 국내 법령 개정 등 필요한 절차를 거쳐 내년부터 관세화를 통한 시장개방을 시행하겠다고 전했다.

▲ 쌀관세화 공식화 회견장 밖에서는 농업인들이 개방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쌀 농가를 비롯한 농업계는 초상 분위기다. 지난해 3천평의 논농사를 지어 650만원을 벌고, 300만원 농자재값을 뗀 홍사정(충남 청양. 67)씨는 “심심하다고 할 일도 아니고, 벼농사는 더 이상 가망이 없단 소리”라고 단언한 뒤 “중국쌀이 더 좋다는 소문이 퍼져있다. 정부가 대책을 세운다고는 하지만, 수입 혼합쌀까지 시장에 돌아다니는 마당에 얼마나 보호해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농민단체들도 비상이다. 이날 정부서울청사 밖에서 쌀 시장개방 결사반대를 외친 농민단체들은 “쌀 시장 전면 개방은 식량 주권을 팔아먹는 행위”라며 “20년 동안 개방 농업 정책으로 농촌이 고사 직전인데 쌀마저 전면 개방하는 상황이어서 농민들은 멘붕 상태”라고 상황을 전했다.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는 18일 성명을 통해 “가격폭락에 대한 농산물 문제, 한중FTA에 엮인 현 상황까지 농민들이 겪는 심리적 상실감은 이루 헤아리기 어려운 지경”이라며 “더욱이 대책마련이라고 내논 정책조차 웃돌빼서 아랫돌 막는 형식으로 실효성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도자회는 또 “농민들은 쌀 개방에 대한 정부의 의견수렴을 접해보지도 못한 채 풍랑을 맞았다. 농민들이 농업정책을 이해하고 갈 수 있는 소통의 창구가 간절하다”고 정부의 소통 부재를 질타했다.

전농도 18일 논평을 통해 “7·18 쌀 관세화 관련 정부 발표는 모든 농민단체, 국회 등의 요구를 모두 무시한 채 불통농정을 선언한 것으로 한국농정의 참사로 기록될 것”이라며 “현재를 기점으로 박근혜정부에 대한 농민들의 대규모 투쟁을 만들어 갈 것이며, 정부가 포기한 식량주권은 농민들의 힘을 모아 지켜 나갈 것”이라고 입장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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