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쌀 개방 ‘굳히기 작전’…국회·일부단체 적극 설득 중


농업계, “협상여지·고율관세약속·종합대책 설명 있어야”



“협상없는 시장개방 자체를 못믿겠다, 반대한다.”
“대책먼저 세워라, 현실적으로 관세화 인정한다.”
쌀관세화유예기간이 종료된 시점에서 관세화로 완전 개방할 것인가, 정부 주도의 일부 개방으로 계속 묶을 것인가를 두고 농민단체간 주장이 갈렸다. 정부의 불투명한 통상교섭과 농업을 무시하면서 빚어진 불신 등이 농민들의 혼란을 야기시켰다는 지적이다.

여기에다 지난 11일 열렸던 국회 ‘쌀 관세화 관련 공청회’에서 조차 백지상태에서의 의견수렴이 아니라, 정부의 개방논리 설득작업 형식으로 진행돼 서로간 불신을 더욱 키우고 있다는 비난이 높다.
당초 쌀관세화 논란은 어쩔 수 없이 개방해야 한다는 정부와 식량주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농민단체간의 양분된 갈등구조로 비쳐졌다. 하지만 농민단체들 간에도 입장차이가 분명했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개방반대 입장인 전농은 “통상교섭에서 웨이버(한정적 의무면제), 현상유지 등 다각적인 협상카드를 제시할 수 있는데, 이를 포기하고 무조건 관세화를 주장하는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정부가 내세우는 고율관세화나 양허제외, 내부적 대책마련 등은 믿을 수 없는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지난 7일 전농 주최의 공청회를 통해 “쌀 관세화가 WTO농업협정 의무사항이란 얘기조차 믿을 수 없을 만큼, 우리정부의 통상관료를 무능하다고 본다”면서 쌀 개방 전면반대를 재차 천명했다.
이에 반해 관세화를 인정하는 한농연은 “법리적·이론적·상식적으로 검토한 결과, 선대책 후 관세화로 결정했다. 현단계에서 40만9천톤이라는 엄청난 양의 의무수입물량을 감당해야 하는데, 여기서 더 늘어난다면 쌀 농가에 타격”이라면서 관세화를 받아들이는 대신 철저한 대응책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농민단체 양측 이견에 ‘기름을 붓고’있는 정부의 태도다. 정부는 반대 주장을 펴고 있는 전농의 의견에 답을 주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전농측이 협상가능여부를 물었고, 고율관세를 지속적으로 지킬 수 있느냐고 물었다. 또한 실질적으로 정책자금을 확보한 쌀산업 대책을 요구했으나 어느것도 진정성있는 답변이 없다는 게 전농측 전언이다.

전농 관계자는 “국내 쌀생산량과 재배면적, 농가수는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수입량이 증가하고 이제는 완전개방한다는 얘기는, 미래를 간단하게 예측할 수 있는 문제”라며 “농민이 궁금해 하는 사항을 답해주는 일부터 철저히 삭제된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한농연 측에 대해선 ‘전체적인 농민단체 의견’이란 표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별반 갈등이 없는 상황인 것이다.

농학계 한 교수는 “한농연측의 관세화 인정 반응은 정부의 주장을 믿기 때문에, 해결책을 찾으려는 노력으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농민단체간 이견의 중심에는, 자신들의 주장이외에는 철저히 무시하고 있는 정부의 ‘불통 관습’이 자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