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매인, 상장거래 만족도 ‘높다’… 89.9%


가락시장, 출하자 및 중도매인 설문조사 결과

가락시장 출하자의 71.5%는 ‘시장도매인제’를 잘 모르고 있었다. 대부분의 출하자는 상장경매(71.8%)를 통해 출하하고 있으며, 정가·수의매매를 포함시킬 경우 가락시장 출하자의 97.8%가 도매시장법인을 통한 거래경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도매인은 현행 거래방식에 대해 47.9%가 “만족 또는 매우만족” 하고 있으며, “불만 또는 매우불만”이라는 응답은 10.1%에 불과했다. 특히 가장 바람직한 거래제도를 묻는 질문에서 60.1%가 “상장거래 중 경매·입찰”을 꼽았다. 정가·수의매매와 비상장거래 등 현행 거래제도에 대한 응답을 모두 더하면 80% 이상에서 현행거래방식을 바람직한 거래제도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가락시장 청과 도매시장 중장기 발전을 위한 출하자 거래제도 선호도 전화조사 결과’와 ‘가락시장 청과 도매시장 중장기 발전 방향에 대한 중도매인 인식 면접조사 결과’를 지난 7일과 8일,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을 대상으로 각각 설명회를 진행했다.



◆ “시장도매인, 도입을 위한 수순일 듯”

이번 설문조사는 중도매인과 출하자를 대상으로 각각 실시됐다. 중도매인 조사는 ‘가락시장 청과 도매시장 중장기 발전 방향에 대한 중도매인 인식조사’를 제목으로 지난 4월 14일부터 26일까지 방문 면접을 통해 진행됐다. 취급품목(과일, 채소, 특수품목)을 기준으로 전체 모집단 1,326명 가운데 1,000명(과일 385명, 채소 515명, 특수품목 100명)을 조사했다.

출하자는 ‘가락시장 청과 도매시장 중장기 발전을 위한 출하자 거래제도 선호도 조사’를 제목으로 지난 6월 10일부터 18일까지 전화조사로 진행됐다. 2014년 4월 1일 기준으로 가락시장에 등록된 출하자 가운데 중복을 제외한 3만4,376명 가운데 1,000명(상장 870명, 비상장 130명)을 대상으로 했다.
 
두 조사는 제목과 대상만 달랐을 뿐, 핵심은 가락시장에 새로운 거래제도(시장도매인)를 도입하기 위한 목적으로 구성됐다. 이 같은 내용은 설명회를 진행한 한국갤럽 관계자의 말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갤럽 관계자는 “이번 설문조사는 가락시장에 시장도매인을 도입하는데, 과연 어느 정도 수준까지 도입을 해야 할 것인지?를 알아보기 위한 목적에서 설계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아직까지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설문조사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것”이라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이번 설문조사를 위한 질문지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작성했다. 전문가 자문을 거친 후 한국갤럽에서 용어 및 척도의 적정성, 응답자의 이해도 등을 점검했다고 하지만,  최종 확정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몫이다. 과연 설명회에 참석했던 사람들에게 누구의 말이 신빙성 있게 들렸을지 의문이다.
설명회에 참석했던 한 도매시장법인 관계자는 “겉으로는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하지만, 실상은 시장도매인 도입을 위한 명분쌓기용 수순에 불과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 “통계적 유의성 문제...서울시공사의 현명한 판단 필요”

“시장도매인제는 서울 강서도매시장에 2004년도에 처음 도입된 제도로 상장예외품목 거래와 달리 시장도매인 또는 도매상이라 하여 출하자로부터 모든 농산물을 직접 매수하거나 위탁받아 판매하는 것입니다. 출하대금정산은 시장도매인 책임 하에 이루어지고, 시장을 운영하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강서지사)에서 관리 감독하고 있습니다.” 이는 출하자 전화조사 당시 “가락시장의 경매제와 시장도매인제 병행”을 묻기에 앞서 시장도매인제를 설명한 내용이다.

출하자들은 시장도매인제에 대한 인지도 조사에서 71.5%가 ‘모른다’(잘모른다 37.7% + 전혀모른다 33.8%)고 답했다. 사실상 출하자 대부분이 ‘시장도매인’ 이라는 거래제도를 모르고 있다는 방증이다.

원칙적으로 여기서 출하자에 대한 시장도매인 설문은 중단됐어야 했다. 그럼에도 전화조사는 계속됐다. 강서시장에 시장도매인이 도입된 지 10년이 넘었다. 출하자에게는 이름조차 생경하고, 전문가들조차 갑론을박하는 제도이다. 그런데 단 10분의 전화통화 만으로 시장도매인제를 설명했고, 20문항의 설문지도 받아냈다. 그 중에는 △시장도매인제 병행에 대한 태도 △시장도매인제 도입 비율 △시장도매인제 도입의 시세 영향 등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과연 어떻게 이를 받아들여야 할까? 정치권의 여론조사였다면 당장에 ‘조작’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왔을 정도다. 잘못된 설문조사 방식으로 인한 통계적 유의성 문제다. 설명회를 주재했던 한국갤럽 관계자도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기본적으로 출하자들은 상장경매 시세에 대한 아쉬움을 가지고 있다. 이번 설문에서도 상장거래 시세에 대해 49.4%가 ‘불만’(매우불만족 13.7% + 불만족 35.7%)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출하자가 솔깃할 만하다. “2004년에 처음 강서시장에 도입된 제도”, “상장경매와 병행되는 거래제도”, 더욱이 “모든 농산물을 직접 매수하거나 위탁 판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관리 감독하고 있다”는 설명까지 들었다. 순진한 출하자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것 없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정황이다.

그러나 전화 설문에서 출하자의 시장도매인제 인지도 조사 이후 진행된 내용들에 대해서는 통계적 유의성을 인정받기가 어렵다는 충분한 현실인식이 가능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

◆“중도매인, 현행 거래방식 만족도 89.9%”

시장도매인제 도입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이는 중도매인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1:1 면접조사로 진행된 중도매인 설문에서는 현행 거래방식에 만족하는 중도매인이 47.9%(매우만족+만족)로 10.1%(매우불만족+불만족) 보다 5배에 가까웠다. 여기에 ‘보통’이라고 응답한 42.0% 까지 더한다면 현행 거래방식에 대한 만족도는 90%에 달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또한 가장 바람직한 거래제도를 묻는 질문에 중도매인의 가장 많은 선택은 ‘상장거래 중 경매·입찰’(60.1%)로 나타났다.

‘상장거래 중 정가·수의매매’(9.3%)와 ‘비상장거래(상장예외품목)’(11.8%) 등 현행 거래방식을 꼽은 응답률이 80%를 넘었다. 정작 시장도매인제를 선택한 비율은 17.2%에 불과했다.

시장도매인제 설명과 시설현대화사업 이후의 거래제도를 묻는 질문에서 ‘현행거래방식’(51.8%)을 선택한 응답이 가장 많았다. 그러나 ‘현행방식과 시장도매인 병행’(31.5%)과 ‘시장도매인제’(16.7%)라는 응답이 나오면서 조사결과보고서는 ‘51.8:48.2’라는 팽팽한 구조로 해석하고 있다.

시장도매인을 규정하고 있는 ‘서울시농수산물도매시장조례’와 중도매인의 인식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음이 드러났다. 서울시조례는 최대 300개의 시장도매인을 명시하고 있지만, 중도매인이 생각하는 적정규모는 337개로 조사됐다.

또한 시장도매인의 적정 자본금과 월간 최저거래금액에 있어서도 큰 차이가 드러났다. 서울시조례는 ‘자본금의 최소규모 10억원’과 ‘월간 최저거래금액 2억원’을 명시하고 있지만, 중도매인은 자본금 7억6,900만원과 월간 최저거래금액 1억7,900만원을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그 동안 서울시의회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시장도매인제 도입의 중요한 포인트인  중도매인 규모화에 역행하는 인식이다. 시장도매인 도입의 전제에는 중도매인의 품목별 이합집산을 통한 규모화와 함께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이 포함되어 있다. 시장내 회자되는 공공연한 비밀로 품목별 3~4개의 중도매인을 1개 시장도매인으로 규모화 시킨다는 내용이다.

더욱이 시장도매인의 출하대금정산방식으로 47.1%가 꼽은 ‘개별정산’은 헛꿈이다. 가락시장 중도매인의 회상거래 비중이 50%에 달하고, 외상대금 평균 회수기간도 30일 정도이다. 따라서 시장도매인의 핵심인 대금정산은 가락시장정산회사와 궤를 같이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가장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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