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위기, 과감한 도전으로 기회 삼아야

지구온난화에 대한 경고가 점차 현실화하는 가운데 기상이변과 재해는 이미 일상적인 것으로 치부될 정도다. 가뭄과 홍수, 냉해 등 자연재해가 해마다 반복되고 피해규모가 점차 확대되는 것도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이 원인이다.

최근 급격하게 증가한 기상이변으로 야기된 자연재해로 인해 세계 각국은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후변화와 기상이변은 무엇보다 인류 생존을 책임지는 농업에 무시무시한 타격을 가한다. 1%의 과잉·과소로 인해 농산물 가격이 요동치는 현실을 감안할 때 기후변화와 기상이변으로 인한 생산량 감소 문제는 그 후폭풍이 상당하다.

기상청은 이런 상태로 한반도가 뜨거워진다면 21세기말 태백산과 소백산 인근을 제외한 우리나라 대부분 지역이 아열대기후로 변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짧은 겨울, 긴 여름과 함께 강수량 1000mm에 달하는 폭우가 잦아지는 등 아열대 기후의 특징이 늘고 있다.




■ 한반도 기상이변 심각

세계 각국이 이상이변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특히 한반도의 기상이변 진행 속도는 가파르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00년간 우리나라의 연평균 기온 상승률은 약 1.8℃로, 전 지구 평균기온 상승률(0.75℃)에 비해 두 배 이상으로 높았다.

기온 상승의 약 20〜30%가 도시화효과 때문이라고 해도 우리나라의 온난화 속도는 다른 국가에 비해 진행 속도가 빠르다. 이러한 지구온난화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농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고 하고 있지만 당장 석유, 석탄 등 에너지 소비를 크게 줄이기는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온난화는 더욱 빨라지고 21세기 말에는 전 지구 온도는 4.8℃, 우리나라는 5.7℃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온난화와 함께 열대야, 집중 호우 등 이상기상의 발생빈도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온난화에 따른 자연재해의 빈발로 돌풍발생, 폭우, 장마기간 중 건조와 수확기 강우 등 발생으로 농업분야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기후변화로 인한 농업 피해 눈덩이

▲ 롱빈
기후변화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곳이 바로 농업이다. 지난 2010년 배추 한포기에 1만원을 호가하던 것도 이상기온으로 생산량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 곳곳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작물작황이 좋지 못한 탓에 옥수수, 밀 등 국제 곡물가격이 급상승하는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곡물 수입에 절대 의존하는 국가들은 잇따른 국제 곡물가격 상승에 국가 전체가 위기에 빠질 정도로 절박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 아이초크
무엇보다 기후변화가 농업에 미치는 가장 직접적인 영향은 잦은 기상이변으로 인한 농산물 수급의 불안정을 꼽을 수 있다.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농지가 침수되고, 폭염이나 가뭄으로 농작물의 생산량이 급감하는 현상으로 농산물 값이 폭등하는 상황은 빈번할 수밖에 없다.

특히 흙과 물이 부족하거나 넘쳐 결국 농업기반의 약화를 초래하는가 하면 작물의 재배적지가 바뀌거나 새로운 환경의 도래로 병해충이 확산되는 것도 문제다.
▲ 오크라
이미 우리의 경우 제주도의 상징이었던 한라봉이 전남, 경남 남해안으로 재배지가 이동했으며, 대구의 명성이던 사과 재배지가 충북도, 강원도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생산량이 급감하는 것도 문제지만 품질이 떨어지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일조량이 부족하고 평년보다 높은 기온 탓에 농작물의 스트레스가 심해 제대로 된 농산물이 생산되지 못하는 것이다. 축산도 예외가 아니다.
가축들의 면역력이 약화돼 치명적인 가축질병이 창궐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 정부차원 기후변화 대책마련 나서

따라서 기후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이 정부 차원에서 적극 모색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진흥청, 지자체 등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다양한 대안을 찾고 있으며, 기후변화에 따른 작물 전환을 위한 열대, 아열대 작물 재배가 한창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미 한반도의 기온상승으로 아열대기후로 변화하고 있는 만큼 열대, 아열대 작물로 전환해 새로운 경쟁력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정부 차원에서도 기후변화에 따른 대책 마련에 고심이 크다. 기후변화가 상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지구 온난화 등 기후변화가 농어업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심층적으로 조사 분석하는 작업이 내년부터 국가차원에서 처음으로 실시된다. 이는 기후변화영향 조사를 5년 주기로 실시토록 규정한 ‘농어업·농어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이 오는 11월 21일부터 본격 발효되는데 따른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는 농촌진흥청, 농림축산검역본부, 국립산림과학원, 국립수산과학원 등과 함께 기후변화가 농작물과 수산물의 생육과 생산성 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영향평가와 농업인의 적응능력까지 고려하는 취약성 평가 등을 실시할 계획이다.

농진청은 이를 위해 기후변화대응 농업기술개발 2단계 중장기계획(2014~2023년)을 수립했다. 농진청은 앞으로 기초인프라 구축에 430억원을 투자하고 기후변화 감시능력 제고와 이상기상 피해 최소화,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 등을 위한 공동연구에 1180억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또 이런 연구를 토대로 기상위험 조기경보서비스를 오는 2020년부터 제공할 예정이다.


미니인터뷰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박교선 온난화대응농업연구센터장


“열대·아열대 작물, 농업·농촌에 새활력”

기후변화에 발빠르게 대처키 위해 지난 2008년 10월 탄생한 온난화대응농업연구센터는 기후변화에 대비한 다양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온난화대응센터는 우선 기후변화가 우리농업 전반에 걸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한반도 온난화에 따라 주요 원예특작작물 주생산지가 어떻게 변하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특히 기후변화를 기회로 활용, 아열대작물 유전자원을 수집해 소득작목으로 개발키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미 아열대작물 33종을 수집해 특성을 검정하고 있으며 이중 쓴오이, 망고, 용과, 패션프릇 등은 이미 농가에서 재배가 시작돼 시장을 형성해 가고 있다. 오크라, 아티초크 등은 지역적응 연구를 통해 재배기술보급과 시장형성을 위한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박교선 센터장은 “한반도의 아열대화는 기존 작물의 생산에 위협적인 요인이긴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볼 때 기회가 될 수 있다. 남해안에서 재배가 어려웠던 감귤(한라봉) 재배면적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런 기회를 잘 이용하고 있는 사례로 볼 수 있다”면서 “아열대 작물인 쓴오이, 오크라, 아티초크 등도 현재 시험재배 중이며, 쓴오이의 경우 딸기의 후작으로 재배돼 성공적으로 시장개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온난화대응센터가 연구 중인 열대·아열대 작물은 주로 원예작물인 과수와 채소 분야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과수류에는 망고, 용과, 아보카도, 올리브, 훼이조아 등의 유전자원을 수집해 재배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망고의 경우 노동력을 줄이고 상품화율을 높이기 위한 저수고 수형을 개발했고, 수정율을 높이기 위해 ‘황금뺨금파리’를 이용하는 기술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또한 아열대 작물인 올리브, 웨이조아 유전자원을 수집해 내한성기 강한 품종을 대상으로 환경적응성 평가와 상품성 있는 품종을 선발키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열대채소의 경우 이미 여러 쓴오이, 오크라, 롱빈, 아티초크 등이 재배기술이 개발돼 소규모이긴 하지만 아시아마트, 안산시 다문화거리 등에서 소비되고 있으며, 소비확대와 다양한 아열대작물의 소득작목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기능성 작물 유전자원을 수집해 환경적응성 평가를 하고 있다.

박 센터장은 “기후변화는 농업분야에서는 상당한 위기임이 틀림없지만 기상예보와 기후변화 과정들에 관심을 높이고 이를 기회로 삼으려는 농업인들의 자세가 필요하다”면서 “열대, 아열대 작물은 이를 가공하고 판매하는 분야까지 고려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소득을 증가시키는 것은 물론 농업·농촌의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