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무역장벽 보고서 발표…TPP 가입조건, 전방위 압박

그간 우려했던 대로 미국이 한국의 각종 수입제한조치에 대해 제동을 걸고 나왔다. 미 무역대표부(USTR)가 매년 3월경 발표하는 나라별 무역장벽보고서(NTE)를 통해 우리나라의 쇠고기 수입제한, 쌀 관세화 유예, 원산지 검증, 유기가공식품 동등성협정, 감자 제한 수입을 구체적으로 나열해 개선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오바마 방한과 맞물려 전시작전권 환수 연기, TPP 가입 등을 구실삼아 농업분야를 비롯한 미국의 자국내 산업계의 요구를 철저히 관철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 USTR은 지난달 31일 2014년 ‘국별 무역장벽’ ‘위생검역’ ‘기술장벽’에 대한 세가지 보고서를 발표했다.

농업분야와 관련해서는 ‘쇠고기의 경우 2008년 수입위생조건 합의에 따라 양국 수출입 업자들간 30개월령 이하 쇠고기에 대해서만 수입키로 자발적으로 제한, 동 위생조건이 그간 원활히 이행’됐다고 기술했다. 이는 지난해 5월 국제수역사무국(OIE)으로부터 ‘위험통제국’에서 ‘위험을 무시해도 되는 나라’로 자국산 쇠고기 지위가 격상된 것을 빌미로, 수입제한을 풀어야 한다는 강요의 의미를 담은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쌀에 대해 ‘2005년 관세화 유예 연장 협상 및 최소시장접근에 따른 미국산 쌀의 한국 수출이 순조롭게 진행’됐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한 언급도 관세화를 통한 개방을 촉구하기 위한 수순이란 지적이다.

여기에 오렌지주스 문제로 촉발된 ‘원산지 검증’에 대해서도 ‘한국정부의 광범위한 원산지 검증과 관련 우려가 존재하며, 양국간 상호이해 제고 노력중’이라고 게재했다. 말그대로 더 이상의 원산지 검증문제를 캐묻지 말라는 뉘앙스가 짙다.
보고서에는 또 ‘쌀·보리 경작, 육류 도매 등에 대한 외국인 지분 제한 등 존재’라고 적고 있다. 한미FTA의 ‘성실한 이행’을 요구하는 차원에서, 자국 기업들의 농업 생산기반분야나 유통서비스분야의 진출을 위해 투자장벽을 없애 달라는 주문으로 풀이된다.

유기가공식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유기가공식품의 한국내 판매를 위해서는 한국 기준에 따른 인증내지 상호동등성협정 체결이 필요’하다고 기술장벽보고서에 올렸다. 유전자변형농산물(GMO)을 포함하는 등 우리나라보다 포괄적으로 기준을 정하고 있는 미국의 유기가공식품을, 우리나라에도 똑같이 유기인증해 달라는 뜻이다.

감자와 관련, ‘제브라칩 바이러스 발생을 이유로 2012년 8월 미국 북서부산 신선감자 수입을 금지한 바 있고, 2012년 9월 가공용도의 얇게 썬 감자의 수입재개를 허용했으나, 식용 감자의 수입은 여전히 금지된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NTE보고서와 관련, 정부는 “일단 보고서에 언급한 내용들을 국제규범 및 국내정책에 입각해 미국측과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밝히고 있다.

하지만 미측의 요구조건이 받아들여질 것이란 예측이 나돌고 있다. 일단 미국의 통상무역관련 요구사항에 대해 비밀에 부치고 있다는 점이 의혹을 낳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순방을 앞두고 있는 일본과 똑같이 TPP 가입조건으로 농산물 개방을 요구했을 것으로 추측되지만, 정부는 함구중이다.
정부는 또 지난 3일 TPP 참여를 위한 예비양자협의차 미국에 다녀왔음에도, 협의사항에 대해 일체 언급조차 없다. 미국의 요구에 대부분 수용했을 것이라는 우려를 더욱 키우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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