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감수의뢰 ‘시늉’… 현실 반영은 글쎄?

 
“일정대로 진행할 것”… 밀어붙이기식 강행


Q8. 귀하께서는 시설현대화사업 이후 시장도매인 도입된다면 상장거래와 시장도매인제의 가장 적절한 거래비중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십니까?
※ 시장도매인제 전환을 원하지 않을 경우 상장거래 100%로 처리 됨
거래물량 기준 : 상장거래(     %) + 시장도매인(    %) = 전체거래물량(100%)


가락시장 중도매인을 대상으로 시장도매인의 도입을 묻는 1:1 면접조사가 14~25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면접조사 방식과 설문지의 내용이 편향된 답변을 유도하고 있어 관련 유통주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본지가 입수한 ‘가락시장 청과 도매시장 중장기 발전 방향에 대한 중도매인 인식 면접조사 설문지’는 전체 20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가운데 10개 문항이 시장도매인과 관련된 직접적인 내용을 묻고 있다.

특히 위에서 제시된 8번 문항의 경우 ‘상장거래+시장도매인=전체거래물량’ 이라는 도식을 제시하면서 상당한 오해를 불러오고 있다. 상장경매와 정가·수의 등의 거래방식이 ‘상장거래’ 라는 말로 뭉뚱그려지면서, 시장도매인과 1:1 의 대등한 거래방법인 양 호도하고 있다.

농수산물 유통의 기준을 담고 있는 농안법은 공영도매시장의 기본 거래방법으로 상장거래와 정가거래, 수의거래를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도매인은 거래방법이 아니다. ‘매수거래 또는 위탁거래를 통해 도매하거나 중개할 수 있는 도매시장의 영업 주체일 뿐이다.

또한 직접적으로 시장도매인과 관련된 10개 문항 가운데 7개 문항은 시장도매인을 전제한 질문이다. 시장도매인의 적정 숫자와 자본금규모, 최저거래금액, 점포면적, 대금정산 방법 등 시장도매인 도입에 대한 서울시조례의 내용을 그대로 담고 있다.

1:1 대면조사를 진행되는 방식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이번 설문조사는 객관성을 담보한다는 명분으로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담당한다. 문제는 설문조사 기관이 아니라, 설문지의 내용이다. 여기에 갤럽 조사원들이 얼마만큼 시장도매인을 이해하고 가락시장 중도매인들에게 설명할 수 있느냐 하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특히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갤럽의 조사원들을 대상으로 1차 교육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편향된 의도를 의심받고 있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어떤 교육을 진행했는지 의문이다. 또한 중도매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시장도매인 관련 내용을 담을 설명자료를 따로 준비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설문조사를 진행하면서 관련 내용을 설명한다면 답변내용은 설명자의 의도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해당 설문지는 도매시장법인이 추천한 외부 전문가에게 감수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감수된 설문지가 어느정도 반영되느냐?를 묻는 질문에는 “감수된 내용이 현실적으로 반영되기는 어렵다. 이미 14일부터 25일까지 설문이 진행될 계획이며, 작성된 설문지는 다음달 2일에는 통계 분석이 완료된 후 공사에 제출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2011.8월~2012.8월까지 1년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수행한 ‘가락시장 시설현대화 2단계 사업 설계과제연구’에서는 생산농가와 출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상장경매제의 기본 틀을 계속 유지’(40.3%) 하거나 ‘상장경매제도 하에 정가·수의매매를 확대’(36.3%) 해야 한다는 의견이 76.6%에 달했다. 그러나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이에 대해서는 전혀 반영할 뜻이 없다고 밝히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