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 새는 연구비·직원 도덕적 해이 ‘도마 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위원장 최규성)는 지난 17일 농촌진흥청 본청 대강당에서 농촌진흥청,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대한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농진청 국정감사에서는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 문제가 집중 질타를 받았다. 한 간부 직원의 기술 도용 사건과 지방 이전 특별분양 전매 문제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매년 등장하는 연구비와 연구실적 문제도 등장했다. ‘2020년 세계 5대 종자강국’ 포부가 헛구호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받았다.

aT 국정감사에서는 국가곡물조달시스템 부실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으며, 중국 청도수출전진기지 구축사업에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또한, 물가에 치중한 TRQ 관리가 국내생산기반을 붕괴시킨다는 문제도 나왔다. 이밖에 농산물수출지원금이 대기업으로 지속적으로 지원되고 있다는 문제도 지적됐으며, 수입농산물 부실관리 등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공동취재팀]


줄줄 새는 연구비 어떡하나


농진청 국정감사에 단골로 등장하는 연구비와 연구실적 문제가 또 제기됐다.
새누리당 윤명희 의원은 “2009년 50건에 불과하던 연구 책임자 변경 과제가 2012년에는 146건으로 3배가량 급증했다”며 “매년 늘어나는 연구 책임자 변경에도 불구하고 최근 5년간 연구책임자가 변경된 216개 완결과제 중 연구 성과평가 시 평가점수 평균이 60점 미만인 과제 수는 단 6건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국가예산으로 연구를 수행하는 농진청 연구자가 인사이동 등 농진청의 행정상의 문제로 인해 연구성과를 내지 못해 예산이 낭비되는 일이 없도록 내부규정을 강화하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주문했다.

민주당 경대수 의원은 전체 연구원 1,145명 중 최근 3년간 단 한 건의 연구실적도 없는 연구원이 180명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들에게 지급된 연구업무수당은 2010년 2억3200만원, 2011년 2억2700만원, 2012년 2억3500만원으로 약 7억원에 이르렀다.

연구에는 일절 참여하지 않으면서 외부강의를 통해 연간 780만원의 수익을 벌어들인 직원도 있었다.
경 의원은 “농진청은 농업과학기술의 진흥을 위한 연구사업을 주요사업으로 하는 연구중심기관임에도 연구실적이 전무한 직원들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행태는 용납할 수 없다”며 “연구참여 인력 확대와 수당 선별지급 방안을 마련하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황주홍 의원은 “실시간 연구비관리시스템(AROMI)이 전면 시행된 2013년에도 2012년도 적발건 수(44건→64건)와 부적정 집행액(85,094→88,759천원)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농진청은 독립적인 평가위원회를 운영하는 방안 등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으로 연구비 적정집행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종자전쟁시대 대비 부족하다


세계 각국이 총성없는 종자전쟁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종자전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새누리당 이완구 의원은 지난 5년간 R&D 예산이 6.6% 증가했음에도 품종 개발은 62종으로 정체돼 연간 170억~180억원의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출원주체별 품종보호출원 현황을 보면 2012년 기준 국가의 품종보호출원은 153개인 반면 오히려 개인과 민간기업이 282개로 월등히 많았다.

이 의원은 “선진국들은 종자산업을 국가경쟁력의 원동력으로 인식하고 지원을 강화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종자시장은 세계시장의 1.1%에 불과해 영세한 규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천연물신약·신소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략적 가치를 찾아내고 우수한 품종을 확보, 수출할 수 있도록 농진청이 연구를 주도해 제2, 제3의 우장춘 박사가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해 줄 것”을 주문했다.

새누리당 경대수 의원은 “농진청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신품종개발 연구비를 늘려왔지만 2009년 121억원, 2010년 148억원, 2011년 168억원, 2012년 174억원 등 총 611억원이 투입됐다”면서 “그러나 품종개발 결과는 개발된 전체 품종수가 2010년 145종에서 2012년 109종으로 줄었고 신품종에 대한 보급도 2010년 101종에서 2012년 90종으로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경 의원은 “현재 우리나라 종자시장 규모가 약 10억 달러로 세계시장의 2.3% 수준임을 감안하면 ‘2020년 세계5대 종자 강국’이 되겠다는 농진청의 목표는 현실성이 없다”면서 “신품종 개발 및 보급 확대에 힘쓰고 기술이전률을 높이기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김우남 의원도 “우리나라 기후와 토양, 한국인에게 맞는 식의약, 건강 기능성 소재 개발 및 국외 로얄티를 대체할 수 있는 국내 신품종 개발 등 농생명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농진청은 각고의 노력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 집중 질타


이날 국감에서는 또 퇴직자 용역 몰아주기와 일부 직원들의 지방 이전 특별분양 전매 등이 논란이 됐다.
새누리당 홍문표 의원은 “2000년부터 지난 6월까지 농진청에서 퇴직한 공무원 99명이 310억원이 넘는 농진청의 연구용역(247건)을 수행했다”며 “전관예우성 특혜”라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농진청 석·박사 학위자 1,115명 가운데 475명(42.6%)이 자체 연구과제를 통해 얻은 자료로 학위를 취득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공직자들이 공공의 연구 성과물로 사적인 학위까지 챙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황주홍은 “농진청 21명, 국립농업과학원 10명, 국립원예특작과학원 4명, 국립식량과학원 3명, 국립축산과학원 1명 등 39명이 전북 혁신도시 이전기관 직원을 대상으로 공급한 특별분양 아파트를 매입한 뒤 전매제한(1년)이 지나자마자 되팔아 큰 시세차익을 얻었다”고 꼬집었다.

황 의원은 “혁신도시 조성 초반, 전망이 좋은 ‘로열층’을 사들여 전매한 것이어서 1인당 수천만원의 이득을 봤을 것”이라며 “농진청 임직원들이 국민의 혈세로 사욕을 채웠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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