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5년 (주)하림으로 시작된 육계 계열화사업은 단기간에 국내 양계산업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반면 급속한 양계산업 성장 뒤에는 계열주체와 사육농가간 이익분배, 농가권익 약화 등의 문제점을 노출키도 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바로잡기 위해 지난 2월 시행된 것이 ‘축산계열화사업법’이다.

사육농가들 입장에서는 억울한 일이 생겨도 벙어리 냉가슴 신세로 살아왔지만 ‘축산계열화사업법(이하 계열화법)’ 시행을 통해 제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감을 가졌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계열화법은 농가들의 설움과 권익을 대변할 수는 없는 허울뿐인 ‘법’에 불과하다는 것이 현실로 나타났다.

이번 성화식품이 일방적으로 사육비 삭감을 추진하면서 불거진 계열화법의 모순점이 여지없이 드러난 것이다. 이는 계열화법이 ‘해야 한다’고 명시만 돼 있지 ‘위반할 경우 어떻게 처벌 받는다’는 처벌 규정을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계열화사업자들은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위법 행위를 남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법과 원칙이 훼손된 계열화법은 분명 바로잡아야 하지만 무엇보다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계열화사업자들에게는 법의 존엄성을 일깨워줄 철퇴를 반드시 내려야 한다. 특히 계열화법을 바로잡는데 있어 법 조항을 전부 뜯어 고치더라도 계열화법이 원래 의도했던 원칙이 무엇이었는지 꼼꼼히 되새겨야 한다.
 
사회 통념상 기업이 원칙을 지키지 않고, 혹은 편법을 동원해 성공했다면 그 기업은 사회적·도덕적으로 인정받기 힘들다. 계열화사업자들이 경영악화를 이유로 법과 원칙을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농가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비윤리적인 행태를 계속한다면 그동안 그들이 쌓아올린 공든탑은 모래성이 될 수밖에 없다. 사회적·도덕적으로 지탄의 대상으로 전락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계열화사업자들은 원칙이 살아 숨쉬는 계열화사업을 통해 농가들이 눈치 보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생업에 열중하는 것이 계열화사업의 본래 취지였다는 것을 더 이상 간과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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