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보 종  연구관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전국의 양계장을 괴롭히던 닭 진드기, 일명 와구모도 살인진드기와 함께 서서히 활동을 재개하기 시작하는 시즌이 돌아왔다. 닭 진드기는 여름철 장마기를 거치면서 그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국내 산란계 산업에서도 오래전부터 현장에서 닭 진드기라는 외부기생충의 피해가 적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닭 진드기에 관한 자료는 물론, 닭 진드기 구제에 관한 간단한 정보조차 구할 수가 없어, 카더라 통신을 통해 “검증되지도 않은 농약으로 구제를 했다”고 하는 겨우 몇몇 농가들 조차도 닭 진드기의 재발에 힘들어 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 닭 진드기의 감염이나 피해 상황에 대한 조사나 연구가 거의 없어 닭 진드기의 구제 대책 방안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같이 닭 진드기가 문제가 되기 시작한 그 이유로서 1) 계란 등 닭 생산물 및 관련산업 유통의 광역화로 쉽게 번져 나갈 수 있었으며, 2) 무창계사 등 시설의 현대화로 계절에 관계없이 연중발생하며, 3) 한번 발생하면 완전구제가 어렵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닭 진드기를 완벽하게 구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닭 진드기에 대한 이해가 우선되어야 한다. 닭 진드기는 가금이나 조류의 외부 기생충(Ectoparasite)으로서 그 종류가 적지 않지만 크게 2종류로 구분된다. 산란계 산업에서 가장 피해가 큰 붉은 닭 진드기(Red mite)는 낮에는 닭에서 떨어져 주로 틈새에 숨어서 지내며, 밤에만 닭으로부터 흡혈 활동을 하며, 병아리의 성장저해는 물론 폐사율 증가, 빈혈이나 기생 스트레스로 인한 산란감소 및 각종 바이러스성 질병도 매개하며, 계란의 품질도 저하시킨다. 한편, 북방 닭진드기(Northern fowl mite)는 밤·낮 없이 항문주위에 밀집 기생하며, 숙주인 닭이 죽으면 다른 닭으로 이동하는 큰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붉은 닭 진드기만큼의 경제적 피해는 크지 않으나, 계사에 만연할 경우 사람에게도 옮겨가 피해를 줄 수 있다.

닭 진드기의 구제에 사용되는 약제로서는 피레스로이드(Pyrethroid)계, 카바메이트(Carbamate)계, 유기인(Organophosphorus)계가 대표적이며, 최근 페닐피라졸(phenylpyrazole)계의 피프로닐(fipronil)도 사용되고 있다. 닭 진드기의 구제가 어려운 것은 닭 진드기가 성충이 아닌 알에서 부화하기 전에는 약제효과가 없으므로 닭 진드기의 라이프사이클을 잘 이해하고, 반드시 일주일 간격으로 적어도 2~3회 연속 실시하는 것이 중요하며, 입추 전에도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 또한, 내성이 생기면 닭 진드기의 구제는 더욱 어려워진다. 따라서 동일약제의 장기간 사용은 피하고, 로테이션으로 사용하는데, 사용약제는 반드시 기록하도록 한다.

주기적인 소독 및 방역과 계사 물품반입 시 철저한 소독이 필요하고 특히, 사육자의 의복을 통해서 전파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계사 내에 한 마리의 닭 진드기라도 발견되면, 즉각 대처하여 피해 확산 방지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현재로서 닭 진드기 구제에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닭 진드기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기본에 충실한 구제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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