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종 철
농업인신문 총괄실장


지난 23일 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가 주최한 ‘시·도 사무처장 및 시·군·구 사무국장 실무역량강화교육’ 현장에서 지역 농업 선진 사례발표로 나선 한 지역연합회 회장의 깜짝 제안에 좌중은 숙연해 졌다. 그는 농촌지도자회의 태동과 농민회관의 설립과정을 설명하면서 선배 농촌지도자들이 보여준 농업에 대한 열정과 농민들의 애환과 노력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농촌지도자회가 당당히 설 수 있었음을 역설했다.

특히 과거 선배 농촌지도자들은 농민회관을 건립할 때 자신들의 직접 경작해 수확한 쌀을 한 말씩 모아서 농민회관 건립의 주춧돌을 놓았다는 자랑스럽고 가슴 뭉클한 역사를 설명했다. 아울러 작금 농민회관 앞 부지를 매수해야 하는 현실에서 166억이란 천문학적 숫자의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농촌지도자회의 당면 과제를 설명했다.

그는 주머니에서 지폐 두 장을 꺼내 들면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작금 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가 않고 있는 부지 매입 고민을 더 이상 앉아서 고민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우리 선배들이 그러하였듯이 우리의 문제는 우리 스스로가 풀어나간다는 각오와 노력만 있으면 못할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그 자리에 참석한 지도자회 사무처장, 사무국장들은 말없이 지갑을 열어 즉석에서 만들어진 모금함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렇게 모금한 돈은 그리 많지도 않지만 적지도 않은 110만원. 166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의 천분의 일도 안되는 돈이 었지만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알고 있는 듯 했다. 작지만 그 어떤 돈보다 가치가 크다는 것을…….
그리고 이 돈이 종자돈이자 새싹돈이 되어 결국에는 166억원으로 불려지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 표정들이었다.

이 모금함을 공개하고 전해 받은 김성응 중앙회장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여러분 정말 고맙습니다. 이러한 여러분의 마음들이 있기에 농촌지도자회는 영원히 농업과 농민의 꺼지지 않는 횟불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의 이러한 충정을 어깨에 메고 반드시 뜻을 이루도록 이 한 몸 불사르겠습니다.” 라고 했다.

박수소리는 한참동안 이나 꺼지지 않고 행사장에 울려 퍼졌다. 이러한 행동들이, 이러한 마음들이 농촌지도자회를 지금껏 지켜온 원동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일을 시작으로 농촌지도자 10만 회원들 모두가 하나의 돌을 날라 거대한 성곽을 쌓으리라는 것도 가늠케 하는 순간이었다. 과거 우리의 선배들이 그리하였듯이…….

2014년 농촌진흥청의 전주 청사 이전에 따라 농촌진층청 부지인 농민회관 앞 주차장 부지를 매각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농민회관을 안가로 사용하고 있는 농촌지도자회는 현재 비상이 걸린 상태다.
만약 주차장 부지가 매각되고 다른 용도로 사용될 경우 농촌지도자회는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섬이나 다름없는 신세가 되고 만다. 이 부지를 앞마당으로 사용해야 하는 지도자회로서는 매입을 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지만 166억이란 돈을 마련하려면 안가, 사랑채 등 전 재산을 팔아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 할 수도, 그렇다고 안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처지이다.

하지만 농촌지도자회원들의 의지와 노력만 간절하다면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23일 모금한 돈이 ‘새싹’이라는 이름으로 알을 까고 새끼를 쳐 온 천하에 퍼질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농업의 역사이자 농촌지도자의 산실인 농민회관을 온전히 보전하기 위한 10만 농촌지도자 회원들의 저력을 만천하에 알리고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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