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산과 소비기반 확대…정책전환 필요”


가공산업 육성, 전용품종 개발, 재배단지 조성 등 방안 나와야


“올해부터 양정정책은 안정생산이 역점이다. 전국의 우량농지 165만 ha를 보전하고, 농지전용부담금 감면을 축소시킬 예정이다. 4~10월까지 전국 유휴농지 실태조사를 통해 활용계획을 수립하고, 겨울철 2모작이 가능한 66만 ha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해 곡물자급률을 높일 계획이다.”
지난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쌀 증산과 수요확대를 위한 정책방안 토론회’에서 농림축산식품부가 밝힌 내용이다. 이날 논의된 내용을 보면 그 동안 감산위주의 정책으로 일관했던 양정체계가 증산과 소비기반 확보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밥쌀용 소비의 한계를 인정하고 가공산업을 통한 소비기반 확대에 의견이 모아졌다.




◆쌀 소비량 2023년 58.2kg 까지 감소 전망

“1990년도 농업소득의 48.2%를 차지하던 쌀 수입이 2011년에는 23.6%로 떨어졌다. 우리 농업에서 쌀이 차지하는 위상이 떨어지면 국산쌀의 경쟁력은 약화되고, 이는 곧 쌀 생산기반의 붕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쌀 수급동향과 문제점’을 발표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성명환 박사의 주장이다. 성 박사의 발표에 따르면 최근 쌀 수급동향은 기상이변에 따른 쌀 생산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소비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반면, 저가의 수입쌀이 늘어나면서 국산쌀의 경쟁력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국내 쌀 가격의 하락은 농가수취가격으로 이어져 국내 생산기반 위축과 수입쌀 증가로 불법유통의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곡물자급률이 매우 낮은 상황에서 주곡인 쌀은 그 동안 자급을 유지함으로써 식량공급을 원활히 하고 국내 식량생산기반을 유지하는데 큰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최근 벼 재배면적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생산량도 줄고 있다. 특히 태풍 등의 영향으로 2010년 이후 3년 연속 생산량이 줄었다.

소비도 줄고 있다. 1인당 쌀 소비량은 2012년 69.8kg으로 줄었다. 최근의 소비량 감소추세를 감안할 때 2028년에는 63.2kg, 2023년에는 58.2kg까지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성 박사는 “소비량 감소는 쌀값의 하락을 불러오기 때문에 고정직불금이 ha당 80만원으로 인상되더라도 중장기 산지 쌀값 하락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면서 “쌀 산업의 위상을 높이고, 국산쌀의 경쟁력을 높여 쌀 자급 및 안정적인 생산전략을 마련하는 등의 식량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쌀 생산억제를 근간으로 하는 식량정책 바꿔야”

“쌀 생산억제를 근간으로 하는 기존의 식량정책을 바꾸지 않으면 우리 쌀 자급률은 계속 할락 할 것이다. 쌀의 수요를 획기적으로 늘리고 쌀 자급을 위해서는 △저소득층 복지향상을 위한 쌀 쿠폰 무상지원 △쌀의 등급화 유통체계 수립과 완전미 100% 생산제도화 △통일쌀 120만톤 비축 법제화 등이 필요하다.”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철호 교수의 주장이다.
이철호 교수는 ‘쌀의 자급과 수요창출을 위한 정책방안 연구’를 통해 쌀 소비 감소의 원인으로 장기간(1960~1980년대)의 분식 장려정책, 통일벼의 개발과 쌀의 식미저하, 시대변화에 맞는 쌀 가공식품 개발의 부족 등을 꼽았다.

이 교수는 “쌀의 수요확대와 자급률 유지를 위해서는 양곡정책의 일대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세 가지 정책제안을 내놨다. 우선 쌀 쿠폰이다. 미국의 ‘푸드 스템프’를 벤치마킹해 340만 저소득층에 1인당 월 10kg의 쌀쿠폰을 제공할 경우 연간 42만톤의 소비창구가 생긴다는 주장이다.
완전미 100% 생산·유통의 제도화를 통해 밥맛을 높여 소비확대를 도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행 도정수율 인정기준은 72%이다. 여기에는 약 3~4%의 싸래기(쇄미) 포함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연구결과에 따르면 밥맛을 떨어뜨리는 중요 요인 가운데 하나가 싸래기다.
따라서 완전미 100% 생산·유통을 제도화하고 남는 싸래기는 전량 쌀가루(미분) 공장의 가공원료로 공급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통일쌀 120만톤 비축 법제화도 제시됐다. 한반도의 통일시점에서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양곡의 양은 170~250만톤 규모. 통일을 대비해 양곡관리법에 쌀 비축량 120만톤을 명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매년 60만톤의 쌀을 2년간 비축하고, 2년 후 가공산업의 원료로 방출한다. 비축쌀 60만톤 가운데 40만톤은 MMA 수입쌀로 사용하며, 국내산 쌀 20만톤을 추가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이 교수는 “완전미 유통체계 구축을 통해 마련되는 24만톤과 통일대비 120만톤 비축제도를 통한 60만톤 등 총 84만톤의 쌀을 활용할 수 있는 쌀가공산업 확장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면서 “투자 및 소비확대를 위한 정책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쌀가공산업, 2017년까지 10조원 시장 육성

종합토론자로 나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용택 박사는 “쌀 자급률과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쌀의 고정직불금 상승폭을 크게 높이고, 이모작으로 밭작물을 재배하도록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이 쌀과 식용 콩의 지급 달성에 유리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김 박사는 “(이철호 교수 발표자료) 수요가 늘어나면 공급이 자동으로 늘어나고, 이에 따라 식량자급률이 높아진다는 가정을 하고 있지만, 수요 증가가 공급증가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논리(수요와 공급이 함께 맞물린)가 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농산물의 경우 농지확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농지확보 및 추가적인 재정부담 가능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박상희 정책실장은 “식량안보와 예산의 효율성 등을 감안할 때 향후 정책기조는 ‘증산+소비확대’로 정책기조를 바꿔야 한다”면서 “쌀 증산에 있어 재배면적 확보도 중요하지만, 생산농가가 재생산을 위한 의지를 가질 수 있도록 소득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실장은 “증산과 함께 소비확대가 동반되어 야 한다”면서 쌀 산업의 소비확대를 위한 방안으로 △국내산 쌀 사용업체 지원을 통한 쌀가공산업의 확대 △유통의 투명성 확보로 국내산 쌀의 소비기반 확대 △식량자급을 위한 생산기반 및 소비정책 마련을 위한 (가칭)식량자급률점검위워회 설치 등을 제시했다.

한국쌀가공식품협회 송광현 전무는 “쌀 자급률 향상에 대한 밥은 소비기반 확충에 있다”고 강조했다. 송 전무에 따르면 2010년과 2011년 생산과잉으로 정부가 고민에 빠졌다. 이를 처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어, 가공용과 주정용으로 긴급·특별처분한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다 지난해 ‘쌀가공산업육성 및 이용촉진에관한법률’이 마련되면서 쌀가공산업을 위한 5개년 계획이 수립되는 상황이다.
송 전무는 “장기적인 시각에서 쌀가공산업의 육성은 밀가루의 대체를 넘어 품질이 보장된 쌀 가공품만의 시장을 형성해야 한다”면서 “4년 이상된 고미의 처분을 위한 쌀가공식품이 아닌, 가공적성에 맞는 전용품종과 대규모 간척지를 활용한 전용재배단지 조성 등으로 쌀 소비확대를 이끌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협중앙회 위남량 양곡판매단장은 “중국도 식량을 수입하는 시대에서 적정재배면적의 확보와 농가의 영농의욕 고취는 중요하다”면서 “쌀값이 높다는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10kg, 20kg 단위로 쌀값을 발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립식량과학원 윤홍선 박사는 “완전미 생산을 통한 쌀 수요확대와 생산기반 유지”를 주장했다. 윤 박사는 “완전미 생산을 장려해 쌀의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면서 “높아진 부가가치로 인한 가격은 소비자가 부담하게 됨으로써 농가소득을 보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GS&J 이정환 이사장은 통계의 오류를 지적했다. 이 이사장은 “쌀 통계를 보면 감모비율이 실용소비량의 20%로 잡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실제 감모율은 5%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이 같은 오류부터 바로잡아야 하며, 불과 몇 년전 생산과잉이라며 재정손실을 무릅쓰고 주정용 처리를 했던 사례를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완전미는 시장의 요구에 의해 도입되는 것이지, 정책이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심재규 식량정책과장은 “2011년도 곡물자급률이 24.3%로 확정됐다”면서 “쌀 자급률은 83%(2011)는 당해연도 쌀에 대한 기준으로 부족한 부분은 작년쌀과 수입쌀을 먹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통계의 차이를 인정했다. 심 과장은 “통계청 통계는 현백률을 94%로 일률 적용한다”면서 “실제 정미소마다 차이가 있고, 풍년과 흉년일때도 차이가 있어 정책에서는 통계 이외의 것까지 포함시키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심 과장은 “밥쌀용은 지속적으로 감소해 60~65kg 사이에서 소비량이 고정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가공용을 통한 소비확대를 위해 4월말까지 5개년 육성계획을 발표하고, 현재 전체 쌀 소비량의 9% 정도인 가공용 소비시장(3조5000억원 규모)을 2017년까지 18~20%(10조원 규모) 수준으로 확대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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