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정부조직개편…식품업무 식약처에 무게 중심


‘식품안전’범위 놓고 설왕설래…농민단체 반발 확산


“식품안전에 관한 부분만 식약처로 이관됩니다.”
지난 22일 유민봉 인수위 국정기획조정분과 간사가 농식품부처 이관 관련, 밝힌 내용의 전부다. 이 ‘식품안전’의 범위가 어디까지냐를 놓고 농업계가 벌집 상태다.

이날 정부 조직개편안 후속조치가 발표된 뒤 식약처를 통한 ‘식품안전 일원화’와 ‘불량식품 척결’에 무게를 둔 전문가들의 주장에 힘이 실리면서 농민단체를 비롯한 범농업계의 불만과 분노는 확산 일로다.

관계자들의 전언대로 미국의 식품의약국(FDA)을 롤모델로 삼고자 한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탄생은, 그만큼 기존 농식품 담당 부처의 축소를 의미하고 있기 때문에 업무 분장을 지켜보는 농업계는 비관적인 감정까지 ‘멘탈붕괴’로 표현되고 있다.

업계가 우려하는 가장 극악인 개편은 업계의 표현대로 ‘네동강(1/4)’ 난 경우다. 수산분야가 떨어져 나가면서 농식품부 공무원 3천375명(산하기관 포함)중 1천567명(46%)이 잘려 나가게 된다. 두동강 나는 것이다. 여기에 식품안전 부문이라 칭하는 소비안전정책관실 3개 과와 축산정책관실 방역총괄과와 방역관리과가 이관되고,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전체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일부분이 부처를 갈아 탈 경우, 또 두동강 난다. 현 부처규모에서 1/4로 축소되는 것이다.

그동안 농식품부 산하기관 역할을 해온 축산물품질평가원의 이력관리와 유전자분석 업무도 자유로울 수 없고, 축산물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원 또한 ‘불량식품 척결’ 조직에 가깝다.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도 식약처 업무에 부합한다고 판단할 수도 있기 때문에 파장은 클 수밖에 없게 된다.

이에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식품안전업무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업무의 성격이 달라지고 부처 배정이 정리될 것”이라며 “현 단계에서 행정안전부의 실무개편을 지켜봐야겠지만, 상식적으로 그간 다뤄왔던 많은 검역·검사·안전 업무를 관리·감독 업무로 이해할 수도 있기 때문에 너무 비관적인 속단은 이른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특히 축산물에 대한 일관성있는 행정이 효과를 거두고 있고, 식품진흥 업무 또한 토대를 닦고 있다는 점을 조직개편 실무자들이 모른 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다소 낙관적으로 언급했다.
하지만 농업계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한 관계자는 “FDA를 롤모델로 삼는다는 얘기는 식품, 의약품에 화장품까지 효능과 안전성을 관리하겠다는 뜻으로 봐야 한다”면서 “수출입 제품까지 포함할 경우 농식품부의 모든 웬만한 산하기관이 식약처로 이전하는 게 최종 개편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농산물 관리의 일관성을 주장하는 농민단체들의 성명도 잇따르고 있다. 한국농민연대는 지난 23일 성명을 통해 “인수위 개편 내용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으로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산업의 특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단편만 보고 끼워 맞추기식 조직개편을 단행한 것에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한농연 또한 같은 날 성명에서 “식약처 이관론자들조차 사용하고 있는 ‘농장에서 식탁까지’의 원칙이 어떻게 식약처 식품업무 이관 논리로 설명되는지 의문”이라고 성토했다.
전직 농림부장관이었던 김성훈 중앙대 명예교수는 “식품안전문제는 생산과 유통과정에서 발생하고 관리돼야 하기 때문에 세계의 선진국들은 식품관리 및 안전관리 업무를 농업부처에 통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면서 “인수위의 이번 조치는 과거회귀형, 역진적인 개편안에 불과하다”고 혹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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