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연구는 미래 위한 투자…융합연구 확대 필요”

글 싣는 순서
 1. 여건변화와 연구개발
 2. 농업 기초연구 부문
 3. 농업생명공학 분야
 4. 식량작물 분야
 5. 원예특작 분야
 6. 축산 분야
 7. 농업기술실용화 부문
 8. 국제농업기술협력 분야
 9. 성과와 과제 Ⅰ
10. 성과와 과제 Ⅱ

농업의 틀, 구조를 바꿔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하는가에 대한 논의도 봇물을 이룬다. 대선정국에서의 농정공약을 비롯해 학계와 농업인단체의 요구안이 ‘새 틀’에 비견된다. 농산업을 이끌기도 하고 규제하기도 하는 정책의 중요성은 애써 부인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농업발전의 주요한 축으로 작용해온 연구개발(R&D) 부문을 잡도리하지 않으면 실효성 있는 정책도, 쏟아 넣는 예산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노동집약적인 우리 농업이 자본집약의 여타 산업이나 농업강국의 농산업과 그나마 맞서고 경쟁할 수 있었던 것은 짧은 기간 비약적인 발전을 보인 농업기술이 든든하게 자리 틀고 있었기 때문이다. 녹색혁명, 백색혁명 같은 농업혁명의 산실은 바로 연구와 개발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까닭이다.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농업발전의 주요축이 돼왔으며 향후 새로운 틀을 짜고 성장을 견인해낼 수 있을 농업 연구개발의 성과를 짚어봤다. 이번 호에서는 농촌진흥청 연구정책국장과 산하 연구기관장의 의견을 싣는다.

◇ 라승용 농업과학원장= 농업 기초기반연구와 응용기술 연구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농업과학원의 라승용 원장. 그는 농업 기초연구가 당장의 성과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경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농업선진국의 경우 예산과 연구인력 측면에서 축소보다는 확대 추세를 보이는 것도 농업연구개발의 중요성을 각국 정부나 국민들이 각인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라 원장은 “농업분야 연구개발은 대단히 중요하며,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며 “바이오시대에 차세대 주요 산업소재를 만들어낼 수 있는 곳이 농업분야라는 점에서 농업은 국가적 차원의 차세대 ‘먹을거리’의 근원인 셈”이라고 말했다.

농업과학원의 연구개발 발전방향에 대해서는 “전 세계적인 기상이변으로 농업생산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체계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차원에서 가뭄, 한파, 돌발 병해충 증가에 대응한 안정적인 생산기술 개발과 함께 새로운 국가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농업부문 영향평가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라 원장은 농업 기초연구 방향설정에 대해서는 “미래성장동력 창출을 위해 종자, 곤충, 미생물, 산업육성지원, 바이오, 식품산업 등 기초기반과 실용분야를 넘나드는 융합연구를 확대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임상종 식량과학원장= 임상종 원장은 세계 식량위기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면서 식량생산기반 확대, 공공비축제도 강화, 식량수급 안정화 등과 함께 식량작물분야 연구개발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 필요성을 역설했다.
임 원장에 따르면 전 지구적 기상이변으로 작물생산량이 감소함에 따라 국제곡물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주요 식량수출국들은 자국 식량안보를 이유로 곡물수출 규제, 유통 제한의 형태로 ‘식량무기화’를 조장하고 있어 식량자원전쟁이 현실화하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곡물자급률도 심상찮은 조짐이다. 임 원장은 “식량의 수입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세계 곡물시장 변동에 따라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밀, 콩의 생산 확대와 수요기반 강화, 식량작물의 공공비축 확대와 수입곡물가 안정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 원장은 식량분야 연구개발에 있어 네 가지 연구중점도 제시했다. 즉 식량수급 안정화,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대응한 경쟁력 제고, 기후변화에 따른 작물의 안정적 생산, 미래 성장동력 창출과 작물 부가가치 향상을 주요과제로 꼽았다.

임 원장은 “연구개발에 대한 집중투자를 통해 농업기술선진국으로 도약함으로써 다가올 식량문제 해결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식량분야 연구개발 방향을 크게 세 축으로 제시했다. 가뭄이나 고온에 적응할 수 있는 품종 개발과 기본소재가 되는 유전자원 확보, 경지이용률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개발, 우리 농산물을 선호하는 소비자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차별화 전략이다.


◇ 최동로 원예특작과학원장= 최동로 원장은 원예특작분야 연구개발 목표로 2022년 세계5위권(G5) 원예특작기술 확보를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원예특작산업 생산액 30조 원, 신선원예특작산물 수출액 20억 달러 달성을 위한 기술 개발과 지원이다.

최 원장은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한중 에프티에이(FTA)가 발효될 경우 우리농업 전체에 큰 타격이 불가피한데, 그 중에서도 양념채소 등 원예작물 피해가 클 것이란 전망”이라며 시장개방, 특히 중국에 대비한 장기적 기술개발 로드맵 작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관련 태스크포스(T/F) 운영을 통해 품목별 한중 농업현황과 기술수준 분석, 투자우선순위 설정, 주요양념채소의 중국 주산단지 현장조사를 통해 국내 대응전략을 세워 연구개발에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 원장은 “원예특작산업 생산액 30조 원 달성을 위한 기술개발과 신선원예특작산물 수출액 20억 달러 달성을 위한 애로기술 지원이 연구개발의 목표이자 원예특작과학원의 임무”라며 “품종로열티나 에프티에이에 대응한 국제수준의 국산품종 육성과 보급이 필요한 만큼 원예특작 수출경쟁력 확보기술 개발도 최우선과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최 원장은 아울러 “원예특작자원의 기능성을 발굴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함으로써 고부가가치 소재산업으로 나아가도록 연구를 강화하고 수출시장을 확대해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장원경 축산과학원장= 장원경 원장은 국내 축산업이 안팎으로 곤경에 처했다는 현장의 목소리에 공감을 표하면서 그만큼 축산분야 연구개발의 중요도가 크다고 역설했다. 축산업이 악업(惡業)이란 누명을 벗고, 경종에 도움을 주는 자원순환농업 정착에 기여하기 위해서도 관련분야 연구에 매진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장 원장은 미래 한국축산에 대해 소규모 농가가 대폭 감소하고 중규모 농가는 대규모로 전환하고, 대규모 농가의 가축사육 점유비중이 지난해 34퍼센트에서 2027년 66퍼센트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따라 축산과학원은 향후 전문화, 규모화 된 농가가 축산물 자급률 유지를 견인토록 하기 위해 아이티, 비티 등 첨단과학기술의 광범위한 적용으로 축산물 품질 차별화와 고효율의 생산성을 달성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현 위기를 극복하는 차원에서도 수출하는 축산업, 식량안보에 기여하는 축산업으로 위상을 강화해 국내 축산기반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축산분야 연구에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 원장은 분야별 추진과제로 친환경축산기반을 위한 자원순환농업 내실화, 동물복지형 축산 조기정착 등과 함께 가축생산비 절감을 위한 조사료 자급률 증진, 식품순환자원 재활용, 젖소 경제수명 연장 같은 과제를 꼽았다. 저가부위 활용한 고부가 육가공품 개발, 자연치즈 등 로컬 푸드 정착, 축산물 수출단지 조성, 종돈과 젖소 정액 수출국의 기술지원, 동물생명공학을 이용한 바이오 의약소재와 장기 개발 등도 대표적 추진과제라고 덧붙였다.


인터뷰  허건양  농촌진흥청 연구정책국장


“농업연구 효율성 극대화할 체계 갖출 것”


업발전의 중요한 한 축이 연구개발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이런 면에서 농업인과 국민의 시선이 농촌진흥청에 집중되고 있다.

= 맬서스는 인구증가에 따른 곡물수요 증가를 생산이 충족할 수 없어서 인구증가가 제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류는 화학비료와 농약의 개발, 다수확 신품종과 기계화 기술 개발 등 녹색혁명을 달성하며 이 예측에서 한 발 벗어났다. 소비자 수요가 수량중심에서 품질, 안전성, 기능성 중심으로 바뀌고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재해, 농업용수 문제 등 생산여건도 악화되고 있다. 이를 극복하고 시장개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술력이 뒷받침돼야 하기에 그 어느 때보다 농업연구가 중요하다.

유전자원 수집과 관리, 품종 육성과 재배기술, 병해충 방제 등 농업연구의 특성상 대규모 토지와 인력이 필요하고 장기적인 투자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국가기관인 농촌진흥청 중심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자본 회전기간이 길고 기술의 독점성이 어려운 특성상 민간투자가 미흡한 것도 사실이다. 농업기술의 수혜자가 불특정 다수인 데다 경제적 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공익기능 등을 감안할 때 국가기관에서 농업연구를 책임지고 수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다만 저장, 가공, 부가가치 연구 등 단기성과 중심의 연구 같이 민간이 참여할 수 있는 사업도 확대되고 있는 만큼 국가와 민간의 역할 분담을 통해 효율적이면서도 균형 잡힌 농업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농업연구 특성상 기후변화, 곡물위기 등 급격한 국내외 여건 변화에 대응하는 체계가 신속성을 담보하기는 쉽지 않지만 이에 대한 비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 농업분야 기술개발 성과는 개발부터 현장 확산까지 장기간이 걸리는 특성이 있어, 투자대비 효율성이 낮은 것 같아 보이는 ‘착시현상’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농촌진흥청은 성과 측면에서 어느 부처에 견줘도 높은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주관하는 우수성과 선정에서, 올해도 66건 중 10건을 차지하는 등 매년 최고수준의 성과를 달성하고 있다. 어젠다(의제) 시스템을 개편하고 기술로드맵을 작성하는 한편 사업추진체계를 고도화하는 작업을 꾸준히 벌여온 덕이라고 본다.

신속대응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중이다. 늘어나는 기술수요에 대처하기 위한 자체 인력확충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대학 등 민간의 전문역량을 활용하기 위한 공동연구도 지속해서 확대하고 있다. 대학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정부출연 연구기관, 산업체, 민간연구가 역량을 유인함으로써 소속기관 경상연구와 별도로 산학연 공동연구체계를 갖추고 있다.

아울러 농업분야 연구개발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국가차원의 대응이 필요한 분야에 대해서는 농식품분야 기후변화 적응체계 구축, 골든 시드 프로젝트, 다부처 유전체 사업처럼 부·청 공동기획, 범정부 공동기획 등을 통해 국가기술개발 강화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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